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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푸름 Nov 16. 2019

갈치가 통통해서

할머니가 드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할머니의 첫번째 제사가 지나고, 가을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남자친구와 제주도에 놀러갔다. 가을 제주 바람은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했다. 제주도에 명물 갈치조림을 먹자며 우리는 한껏 들떠있었다. 식당에 들어가자 갈치의 ㄱ부터 ㅎ까지 갈치와 관련한 음식이 줄지어 나왔다. 갈치회, 갈치 강정을 거쳐 갈치구이, 갈치조림이 나왔다. 노릇노릇 구워진 갈치 구이는 가시를 바르지 못해도 살이 통통했다. 빨간 갈치 조림 국물 안에 있는 갈치가 보글보글 익어간다. 갈치살이 탱탱한지, 젓가락으로 질러도 잘 부서지지도 않는다. 말없이 갈치 살을 바르고 있는데, 생선 가시처럼 할머니 생각이 목에 걸렸다. 잘 먹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놀란 남자친구는 내게 물었다.

“푸름아, 왜 그래?”

나는 왜 눈물이 날까. 수많은 생각이 스치다 가장 적당한 말을 골랐다.

“갈치가 너무 통통해서....”     

우리가 함께 살 때, 나는 할머니에게 갈치조림을 해드린 적이 있다. 그땐 생활이 곤궁해 살이 별로 없는 갈치로 해드려야 했다. 뼈를 바르고 나면 칼국수 면발 너비 정도의 살이 남는다. 그나마 가장 두꺼운 살을 할머니 밥 숟갈에 올려드렸다. 할머니가 맛있게 한공기를 비우면 참 뿌듯했다. 제주도에서 먹은 갈치는 그때 먹은 갈치랑 다르게 살이 통통했다. 이 실한 살코기를 할머니가 드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다시는 볼 수 없는 할머니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김환기 화백은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를 사랑하는 아내에게 적어 보냈다고 한다.     


저렇게 많은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나와 할머니도 다시 만날  있을까. 언젠가 다시 정답게 안을 날을 기약한다. 소박한 바람 하나 있다면, 그때는 우리 제주도의 통통한 갈치를 먹으러 가길. 그땐  통통한 갈치로 먹었으면, 함께 맛있다고 웃을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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