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씽킹‘ 을 읽고
내가 어릴 적엔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는 것이 유행했다. A, B, O, AB. 마치 세상에 4종류의 사람만 존재하듯이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데 요즘은 MBTI가 유행인 듯하다. 너도나도 ‘T야? I야‘ 등등 사람을 분류하기 바쁘다. 그리고 낙인은 찍어버린다. 마치 노비에게 낙인을 찍듯이 온통 사람들은 나에게 낙인을 찍는다. 나는 MBTI를 해본 적이 없다. 관심도 없다. 나에게 MBTI를 물을 때마다 할 말이 없다. 해본 적이 없다고 하면 마치 이상한 사람처럼 본다. 어떻게든 판단하기 쉽게 낙인을 찍으려고 한다.
나에게 관계는 늘 어려운 과제였다. 사회생활에서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집에서 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에게 관계는 곧 생존이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관계에서 중요하다. 우리들은 불완전한 존재다. 완벽하지가 않다. 그래서 판단하기 쉽게 어떠한 기준에 의존하고 결정을 내리기를 원한다. 우리 뇌는 모호한 상황을 선천적 싫어해서 나타나는 인지적 오류, 즉 ’ 종결욕구‘ 때문이다. 늘 우리는 이런 오류에 맞닥뜨리게 되고 빠진다. 그래서 판단의 기준이 중요하다. 그 기준이 혈액형이나 MBTI로 모든 사람을 판단해버린다면? 개개인의 개성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다. 복잡한 개개인의 개성들을 마치 정해진 것 마냥 판단하고 낙인을 찍어버린다면 기계나 로봇과 다른 게 무엇일까
넌 원래가 그런 놈이야
넌 원래 안 되는 놈이다, 그래서 넌 안 되는 놈이야. 넌 왜 그러냐. 늘 듣던 소리. 그렇다 나는 그런 놈이다. 나는 틀렸다. 그들과 ‘다르다’는건 ‘틀린 것’이다. 나의 사고방식, 태도가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 문화 속에 젖어 살아왔다. 존중과 배려 보단 비난과 배척이 난무하는 문화 속에 젖다 못해 절어있었다. 나 또한 그들과 다름이 없었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 당연하게 됐다. 존중받지 못했다고 나 역시도 누구도 존중하지 않았다. 내가 배려받는 게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다. 난 원래가 그란 놈이었다.
템플 그랜딘
우리는 모호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어떻게든 그런 상황들을 빠르게 자기 합리화를 시킨다. 거기에서 오는 수많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관계를 해왔다. 자극에 그냥 무의식적인 반응만 해왔다. 나에겐 반응에 대응할 선택권이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안다고 착각한 것이다. 내가 아는걸, 내가 생각하는 게 당연히 상대도 알고 있고 맞는 거다 착각한 것이다. 지식의 저주가 아니라 ‘무지의 저주’다. 수박의 겉만 보고 속을 맛봤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템플 그랜딘도 그런 상황 속에서 살아왔고 극복했다. 진정한 오리지널스다. 책 [비주얼 씽킹]에선 우리가 사고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들과 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 사고하는 방식 즉, 생각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표현해 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명료하게 정리해준다. 핵심은 나는 언어적 사고이든 시각적 사고이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다양하게 사고하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같은 사고를 가졌더라도 스펙트럼 상 다르게 표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70억 개의 개성이다.
나의 세상은 조금 더 확장 됐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는 건 나라는 세계를 좀 더 넓혀준다. 그러면서 무지의 영역은 더욱 커진다. 그러면서 또다시 나의 세계를 확장한다. 그 과정은 나를 가득 채워 나가는 것이다. 그동안 관계에서 불만만 많았던 나 자신을 반성해본다. 다른 사고의 영역을 존중해주지 못했다. 왜 그러지 못했는가 하면 여러 가지 이유가 많겠지만 결국 나 스스로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수능시험, 자격증 시험이 아닌 우리 인생에 공부가 필요하다. 우리가 공부를 통해서 스스로를 차곡차곡 채워간다면 분명 우리 주위는 보다 행복해질 거 같다. 어차피 우리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해지기 위함이다.
다들 행복 해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