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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May 07. 2023

엄마와 아이 : 대혼돈의 멀티버스

그리고 결심했다. 아이와 나는 한순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멀티버스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자.


육아는 나의 민낯을 만나는 과정이다.

아이와 나만의 관계가 이어지는 내밀한 환경 속에서 나의 성격과 말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이에게 과하게 화냈다고 생각이 든 날이면 하루종일 내가 가진 기질과 성격을 돌아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티브이에 나온 전문가 못지않은 육아실력으로 괜스레 뿌듯해지기도 한다.

육아를 하면서 스스로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하지 못한 순간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유치원 준비할 때'이다. 아이가 미적거릴 때면 유치원 차 앞에서 기다릴 부모님들과 아이들, 선생님 얼굴이 떠오르며 서두르게 된다. 유아교육과에 있다 보니 유치원 차량에 직접 타본 적이 있다.

한 명의 부모가 늦어지면 유아들의 대기시간이 늘어나며 차량에서 우는 아이들이 생기기도 한다. 어떤 아이들은 친구가 울면 따라 울기도 한다. 그리고 도착할 때마다 차량선생님의 사과가 이어진다. 굳이 차량에 타보지 않더라도 예상되는 이 상황에 마음이 급해진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마음같이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과 나의 미숙함으로 몇 번이나 지각을 했는지 모른다.

아주 일찍 일어나 준비하면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매일 변화무쌍하다. 얌전히 옷을 받아 입던 아이가 하루종일 옷을 고르기도 하고, 다 입은 옷이 마음에 안 든다며 갈아입기도 한다. 빨래통에 들어간 옷을 내일입자고 설득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머리 묶을 때는 얌전히 있다가 출발 직전에 거울을 보고는 머리스타일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넘긴 날은 엘리베이터가 꼭대기에 올라가 층층이 서기도 한다. 조금씩 아이들 깨우는 시간을 앞당겨봐도 출발 직전에 느려지는 아이들의 속도에 매일을 고민하던 즈음에 우연히 답을 찾게 되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유를 알고 납득이 되어야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누군가에게는 피곤하게 느껴지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신기하게도 나와 비슷한 성향과 만나면 오히려 서로는 심플하게 느낀다. 아무튼 급할 때 화를 내는 나 자신과 아이와의 합의점을 못 찾고 있을 무렵 인터넷에서 이런 문구를 보았다. 아이들은 아직 대뇌피질이 어른만큼 발달하지 않아 정보를 처리하는 시간이 늦다. 아이가 늦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순간 아이의 속도를 이해해주지 못한 엄마가 된 것 같아 미안해졌다. 이토록 당연한 정보를 왜 깨닫지 못한 것일까? 지금까지 아이는 자신의 속도로 나름대로의 순서를 지키며 준비를 해온 것이다. 시간개념도 아직 잡히지 않은 아이를 대상으로 재촉했으니 아이는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시간도 주어지지 못한 채 서두르는 모습을 배웠겠구나 하는 생각에 한동안 그 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리가 볼 때는 자신이 옷을 고르고 선택하는 시간이 늦장을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속도와 생각하는 대로 행하는 것일 뿐인 것이다. 거기에 대고 서두르라는 말며 애태우기보다는 유치원에 가야하는 시간에 대한 설명을 하고 다음 날에 대한 다짐을 받고 이것이을 반복을 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그리고 결심했다. "아이와 나는 한순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멀티버스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자"라고 말이다. 아이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 그 자체를 인정하고 기다려주자고 말이다.아이가 늦지 않는 환경을 설정하는 것. 그리고 아이의 시간을 이해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어떤 부모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종종 받기도 한다. 생각보다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엄마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어른으로 존재해주고 싶다. 실수해도 토닥여주며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고 품어주는 어른 같은 부모말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읽고 공부할 수밖에 없다. 실수해도 토닥여주기에는 어떨 땐 성격이 급하고, 모르는 걸 알려주기엔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아이들을 그대로 이해해 주기에는 마음이 좁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공부는 해도 해도 부족한가 보다. 아이 덕분에 상대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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