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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리 Jul 01. 2021

12. 짧게 쓰면 다 시인 줄 알았지

헌병은 서서 생각한다

<상번을 앞두고>


아아, 내가 살아 숨쉬는 시간은 

적막한 연등시간.


90분짜리 산소통을 등에 메고

낯선 이들과 텅 빈 조개를 줍는


나는 심해의 문지기.




<어디서부터 설명하면 좋을까>


오전 오후 근무를 서면

짤랑짤랑 호각줄 소리를 내며

달려가 묻는다.


어디서 어떻게 오셨습니까?




<씻고 싶다>


석간 근무 끝난 뒤

쏟아지는 샤워기의 물줄기

타다다닥


야심한 시각 BOQ 앞을 비추는

가로등은 빗줄기를 쏟아낸다. 

타다다닥




<가깝고도 먼 우리 사이>


2층 침대 두 개와 단층 침대 두 개

겨우 들어가는 좁은 방 안에서

옹기종기

5분대기


선임 따라 근무서고 밥먹고 씻고 

끝내 옆자리에 눕기까지 하면


하, 나도 너도 참 고생이 많다.

그래도 내일 오전은 오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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