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병은 서서 생각한다
<상번을 앞두고>
아아, 내가 살아 숨쉬는 시간은
적막한 연등시간.
90분짜리 산소통을 등에 메고
낯선 이들과 텅 빈 조개를 줍는
나는 심해의 문지기.
<어디서부터 설명하면 좋을까>
오전 오후 근무를 서면
짤랑짤랑 호각줄 소리를 내며
달려가 묻는다.
어디서 어떻게 오셨습니까?
<씻고 싶다>
석간 근무 끝난 뒤
쏟아지는 샤워기의 물줄기
타다다닥
야심한 시각 BOQ 앞을 비추는
가로등은 빗줄기를 쏟아낸다.
타다다닥
<가깝고도 먼 우리 사이>
2층 침대 두 개와 단층 침대 두 개
겨우 들어가는 좁은 방 안에서
옹기종기
5분대기
선임 따라 근무서고 밥먹고 씻고
끝내 옆자리에 눕기까지 하면
하, 나도 너도 참 고생이 많다.
그래도 내일 오전은 오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