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경제 관련 이슈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로 단연 '경기 침체'를 꼽을 수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 고(高) 시대'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체리 슈머(cherry+consumer)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지난달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가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 2023>의 키워드 중 하나로 과거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기는 이들을 칭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에서 한 단계 진화된 개념이다. 이들은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유연하게 알뜰 소비를 즐기는 ‘합리적 불황 관리형 소비자’라 칭해진다.
그만큼 브랜드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고, 충성고객을 만드는 일은 더욱 힘들어졌다. 더 스마트해진 소비자와 인디브랜드로 불리는 스몰 브랜드의 증가, 품질 평균화로 경쟁이 심화되며 소비자 이탈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마케팅 트렌드 역시 변화 시키고 있다. 과거 대다수 기업과 브랜드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에 많은 예산을 집중했다면 이제는 '브랜딩'과 '팬덤'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각기 다른 것이 아닌 고객 리텐션을 높이는 하나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브랜딩이 잘 된 브랜드는 스토리텔링이 잘 짜여 있고,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친밀감이 더해져 팬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팬이 된 이들은 직접 브랜드 스토리를 주변에 퍼다나르며 자발적 브랜드 마케터가 되어준다. 오가닉 콘텐츠를 생산해 바이럴을 시켜주는 것이다.
기업들의 브랜드 팬덤에 대한 열망은 차별화된 '경험 제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전 사용자 경험을 뜻하는 UX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고객 경험을 칭하는 'CX'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덕분에 UX가 한창 키워드로 떠올랐을 무렵 UX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처럼 요즘 뜨는 직군 중에 하나도 CX 마케터, CX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CX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 CS로 불리던 영역이 보다 고도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본인이 CS 직군이나 유사 업무를 하고 있다면 CX로 커리어를 넓혀나가는 것도 미래 커리어 개발에 좋은 전략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현재는 가히 'X'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고객 여정을 치밀하게 분석해 어떠한 경험을 새롭게, 인상 깊게 제공할 것인지뿐만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 것까지가 모두 'X'의 영역이다. 작게는 구매 후기를 바이럴 콘텐츠로 만드는 것부터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X들의 연애 스토리를 담은 '환승연애2'와 같은 신개념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도 모두 X를 활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자 대다수의 브랜드가 팝업 스토어를 열어 고객 경험을 주는데 열을 올리고, 각종 쇼핑앱에서 내 장바구니 목록이나 검색 기록에 따라 푸시 알람과 메시지를 보내는 것 역시 X 마케팅의 일환이다.
X, 즉 경험의 가치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있어서도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는 이력서에 어떤 학교, 어떤 전공을 이수했는지 보다 어떠한 경험들을 쌓아왔는지가 평가에 더 중요한 요소로 미치고 있다. 여전히 스페셜리스트를 추구하는 조직도 많지만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도 이의 연장선 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경험은 퍼스널 브랜딩에도 중요한 키워드이다. 본인의 경험 키워드 3개만 명확하게 구축할 수 있다면 퍼스널 브랜딩에 반은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22년, 나의 X 키워드는 무엇인지, 이전 경험들을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