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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철 Aug 11. 2019

멘토가 함께 성장하는 진로교육

진로교육, 새로운 상상을 위하여

진로멘토도 함께 성장한다 

좋은 멘토를 만나는 건 행운이다. 좋은 멘토가 되는 것도 행운이다. 좋은 멘토가 된다는 것은 멘토에게는 최고의 인센티브다. 아이들만 변하는 게 아니라, 멘토도 변한다. 직업, 직장 어느 곳이든 열정적이거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반드시 있다. 직업을 매칭하는 게 아니라. 열정과 마음을 매칭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  아직 이 사회에 멋진 직업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멋진 사람들은 많다.

욕구와 직업을 매칭하고, 적성과 직업을 매칭하는 게 진로이론의 오랜 관심사였다. 지금도 그럴까? 매칭은 결국 아이들의 몫이다. 그들의 마음을 다 읽어낼 도구가 있으면 좋지만, 도구는 늘 불완전하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서 어디다 배치한다고 한들 마음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사회변화는 쏜 살만큼 빠르다. 매칭의 과녁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아카즈카씨는 일본 동경 오타구에 있는 조그만 하꼬방에서 각인소를 운영하는 장인이다. 오타구는 장인의 마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장인들이 많은 곳이다. 한 때는 5,000개가 넘는 장인의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업소들이 많이 줄었다. 장인들의 많은 일감을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아카즈카 각인소도 이런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지만, 여전히 가게는 잘 버티고 있다. IT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많은 작업을 컴퓨터가 대신하지만 여전히 세밀한 작업은 장인의 손을 거쳐야 한다. 몇 사람 들어설 곳조차 없는 좁은 작업장이지만, 일감은 세계 곳곳에서 들어온다. 폴 스미스와 같이 세계적인 기업의 로고들도 이곳 작품 중에서 찾을 수 있다. 아카즈카씨는 그저 주문이 오면, 좁은 작업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전형적인 장인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아카즈카씨가 멘토가 되었을까? 아카즈카씨는 오로지 금속판에 글자와 로고를 파는 일에만 몰두해왔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저 열심히 금속판에 새기는 일에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더욱이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란.


아카즈카씨가 각인 작업을 하는 장면

2004년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체험 프로그램인 「커리어 스타트 위크」를 시작했다. 동경도는 이것을 「워크 워크 위크 도쿄」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의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중학생들에게 직업체험의 기회가 많아졌다. 아카즈카씨가 각인소를 직업체험처로 제공하게 된 것도 「워크 워크 위크 도쿄」가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학교가 각인소를 발굴한 것이 아니라 아카즈카씨가 손수 학교를 섭외해서 아이들을 받기 시작했다.

장인들은 후계자가 필요하다. 대게 가업으로 이어가고 자녀가 장인의 기술을 이어받게 마련이지만, 아카즈카씨 아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을 전공하고 있어 아카즈카씨의 기술을 전수받지는 못했다. 아카즈카씨는 후계자를 물색할 생각으로 학생들을 받기 시작했다. 한번에 6~7명의 중학생을 받아서 각인 체험을 시키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체험을 시작하면서 아카즈카씨도 새로운 체험을 하기 시작했다. 아카즈카씨의 체험은 다름아닌 학생들에게 ‘말하는 경험’이었다. 학생들에게 실습을 시켜야 하니 자신이 하는 일을 말로 설명해야 했다. 이전까지는 없던 경험이다. 사람들과 말할 일이 거의 없던 아카즈카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므로써  말할 기회가 많아지게 되었고, 이것을 계기로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좋은 체험이지만, 멘토로서 아카즈카씨도 전에 없던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하꼬방을 벗어나 지역의 중학생직업체험추진협의회 활동을 통해서 지역사회 생태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멘티만 변하는 게 아니라 멘토도 변한다. 늘 변할 준비가 되어 있는 멘토야말로 완전한 멘토인지 모른다. 늘 성찰하는, 그래서 내면의 변화를 겪게 되는 멘토가 진짜 멘토가 아닐까?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도 좋은 멘토가 되는 것도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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