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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작가 May 08. 2023

군대 간 아들에게(다섯번째 위문편지


( 2023.04.29 20:38 )

   지금은 20시 30분. 너는 밝은 내부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겠네. 아빠의 주변은 너무 캄캄하다. 앞에서 달리는 자동차의 후미등과 가등만 유일하게 도로를 비춰주는 불빛이야. 하늘엔 먹구름이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듯 별조차 보이지 않은 칠흑같은 밤을 연출하고 있어. 

  이런 어둠을 뚫고 어디를 가냐고? 엄마와 단 둘이 언양에 가는 중이야. 오늘 내려가서 월요일 새벽에 올라오려고 해. 왜 둘이 가냐고? 월요일에 네 형은 근무하러 나가야 하고, 동생은 친구들과 롯데월드에 놀러 간대. 너는 군대에 있고 결국 남은 식구는 아빠와 엄마 둘만 남았어.

  이제 내일 모레면 가정의 달인데, 언양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 드리고 오려고 해. 이제 5월은 가정의 달인데, 너만 집에 없고 혼자 그곳에 있겠구나. 그나마 퇴소식이 5월이 지나기 전에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때에도 아빠와 엄마만 퇴소식에 참석할 수 있겠지만.

  혹시 퇴소식에 먹고 싶은 것 있니? 퇴소식이 끝나면 부대에서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거나 잠깐 외출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미리 얘기해주렴. 

  전에 아빠와 네 형, 너. 이렇게 셋이 덕유산을 1박 2일로 산행했던 거 기억하니? 올라갈 때는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등반이었지만 결국 끝은 보였잖아. 힘들어도 참고 묵묵히 오르다 보니 어느덧 덕유산 정상에 올라 있었어.

   그때처럼 군에서도 묵묵히 너와의 싸움을 시작하고 있겠구나. 부족한 체력과 억압된 자유, 때로 부당한 대우 등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든 순간이 발생할 지도 몰라. 하지만 는 현명하게 잘 대처할거야. 

  아빠와 엄마가 시커먼 밤을 뚫고 언양에 도착하듯, 너도 힘들더라도 덕유산 정상에 올랐던 것처럼 힘든 순간은 금방 지나간다고 생각하렴. 다윗과 솔로몬의 일화로 알려진 이런 말이 있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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