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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n 29. 2020

무라카미 하루키는 왜 달렸을까

서울 오픈 마라톤을 준비하며

2018년 봄, 아디다스 마이런 대회에서 인생 처음으로 10km라는 거리를 달려봤다.

'저 사람들은 왜 달리는걸까? 뭐가 재미있어서?' 라는 궁금증이 나를 달리게 만들었다.

대회 시작 한 달 반 전, 늦은 달리기 연습을 시작했다.

빨리 달리는 것보다는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기초체력을 단련하는 정도로 연습을 했다.

첫 대회에서 피니쉬라인을 밟는 쾌감을 맛본 나와 남자친구는 그 다음해 4월 여의도 벚꽃 마라톤대회에 다시 참가하게 된다.


두번째 대회 전에는 달리기 연습을 거의 못했다. 아니 '안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첫 대회에서 10km 달려보고 나니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임을 체감했고, 두번째 대회에서도 '그냥 즐기면서 달리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분명히 첫 대회만큼 연습하지 않았는데 이 날은 특히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지 그리 힘들지 않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과는 1시간 8분 4초. 1km에 7분 20초 정도의 속력으로 달렸다. 느린 속도지만 애초에 기록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증과 메달을 받고난 후  마냥 좋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시즌이 있고, 귀찮아서 완전히 손을 놓게되는 시즌이 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나름 부지런히 요가를 하다가 1월부터 3월까지는 헬스를 했고,

4월부터 지난 주까지 약 두 달 반 정도는 운동을 거의 안했다.


그렇게 운동과 담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었다.

사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으로 나의 좁은 집 한 켠에 놓인 책장의 절반은 하루키 작품으로 꽉 차있다.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하며 미뤄오다 드디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난 몇 십년간 이어온 '달리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담아낸 회고록으로 하루키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다. 항상 무라카미 하루키는 왜 달리는걸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이렇게 정의했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예전에는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왜 달리는걸까? 왜 자신을 저렇게 힘들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걸까?' 라는 물음만이 머릿 속에 가득했다. 하지만 10km 단 두 번 달렸을 뿐인데 이전과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1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다'라는 사실만으로 예전과는 다른 내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체력을 1시간 연소시켰을 뿐인데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성취감을 얻었으니 이보다 더 남는 장사는 없는 듯하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작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비단 달리기뿐만 아니라 작은 습관 하나를 만들 때에도 우리는 수 없이 많은 내적갈등에 직면한다. '아 지금은 너무 피곤한데... 글은 저녁에 쓸까?' '아 지금 운동하면 내일 너무 피곤할 것 같은데.. 그냥 하지 말까?' 등등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 십 수 백가지, 해야할 이유는 한 두가지. 지금껏 나는 스스로가 만든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에 수도 없이 패배해왔다. 솔직히 나 스스로가 만든 변명들에 패배하고, 자책하는 것에도 지쳤다. 이제는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내 마음 속 지시를 따라 살고자 한다.


올해는 7월 18일에 열리는 서울 오픈 마라톤 10km 코스에 참가한다.

이번에는 기록에 조금 욕심이 나서  연습할 때에도 시간을 재고 있다.

비록 한 달도 채 안 남았지만 매일 부지런히 달려 체력을 키워서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분명 중간에 달리기 싫은 날들이 생길텐데, 이럴 때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떠올리며 부지런히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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