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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D+23] 기분 개쉣일 때 내가 하는 것

대기업 퇴사 후 우당탕탕 성장하는 이야기

by 윤조이 라이프

혼자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기분 관리'의 중요성을 더 자주 느낀다.


이런 거지 같은 기분은 대체로 운동으로 치유가 가능한데,

때로는 운동으로도 불가한 날들이 있다.


그럴 땐 좀 여유를 가지고

평소 다른 일들에 치여

하고 싶지만 잘 하지 못했던 일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다던가.


전보다 확실히 책을 읽는 빈도가 줄었다.

지난 두 달간 읽은 책을(운동 공부 관련 책은 제외하고) 다 합쳐도 3권 정도.

그래서 오늘은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며 기분을 전환해보기로 했다.


여담인데 독서를 참 좋아하지만

너무 좋아해서 문제도 많았다.

책만 읽고 행동하지 않는 것.

책이라는 세계에 갇혀버리는 것.


그래서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최소한 하나 이상의 액션을 하자'는 나름의 규칙을 세웠다.

책에서 제시한 어떤 행동을 해본다던가,

독서노트를 남긴다던가 등등..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축축 처지는 날이었고,

떡볶이를 먹고 나서도 회복이 되지 않는 날이었다.

뭔가를 할 에너지가 잘 나지를 않더라.

어제 쇼츠를 올렸고, 주 5회 업로드가 목표이니

오늘 업로드는 쉬기로 했다.


오후 3시쯤 느즈막히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향했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움직임의 뇌과학'을 사서 근처 카페에 갔다.



XL



시끌벅적한 음악이 나오고 있어 신경질이 났지만(그냥 오늘 하루종일 짜증이 났다)

조금이라도 오늘 하루를 즐겨보고 싶어 조용히 이어폰을 꼈다.

명상 음악을 들으며 1시간 정도 책을 읽고 나니 두근대던 심장도 잠잠해지고,

지랄 맞던 기분도 조금은 평온해졌다.


아직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내 경험과 딱 들어맞는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 짧게 공유해보려 한다.


신체에서 나오는 무의식적인 메시지는 자아의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의식의 기류를 형성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분위기를 만든다.


2년 동안 혼자 웨이트 트레이닝을 독학해오며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오버 트레이닝으로 움직이지도 못할만큼 에너지가 방전된 적도 있고,

근육이 파열되거나 인대가 붓거나 등등 부상도 겪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힘들고 다치기도 하는데 왜 계속 새롭고 어려운 운동을 해가는거냐'고 묻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그깟 것들보다 더 귀중한 걸 얻기 때문이다.

바로 '나도 할 수 있다'는 확신

우울증의 주된 감정은 슬픔이라기 보다는 '나는 할 수 없어'라는 흔한 본능적 느낌이다.
여러 연구는 근력 운동이 이 느낌을 줄여준다고 말한다.
근력 운동은 내면의 피드백을 '안돼'에서 '한번 해보자'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준다.


남들은 활발하고 내 할 일 다 해온 나를 보며

네가 무슨 우울증이냐고 하겠지만,


돌아보면 나는 20대 초중반을 상당히 우울하게 보냈다.

자존심 상해서 말도 못했지만

혼자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다.


난 저 사람만큼 똑똑하지 못해.

난 저 사람만큼 행동하지 못해.

나는 할 수 없어.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어.


이런 생각들이 내 무의식을 오랜 시간 지배해왔고,

그 무의식 하에서 내 삶을 꾸려왔다.

물론 이렇게 꾸린 내 삶도 너무 가치있었고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

힘들고 구차했어도 반드시 겪었어야 할 시간이라 생각한다.


'나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사실 그만큼 '해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답게, 더 잘 살고 싶어서 말이다.


2년 간 웨이트를 꾸준히 해오며

처음에는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몸을 만들었고,

처음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운동들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계속해서 한계를 넘어오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올해 파워리프팅에 도전하는 이유도,

턱걸이 5개에 도전하는 이유도

한계를 또 한번 깨버리고 싶기 때문이다.


풀스쿼트 100kg,

데드리프트 100kg,

벤치프레스 50kg,

턱걸이 10개


전에는 이런 목표에 도전할 생각도 안했는데..


무의식의 레벨에서

'나는 못할거야'를

'한번 해볼까?'로 바꿔놓을 수 있었던 계기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면서부터다.


내가 했던 이 경험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웨이트를 통해 높은 자존감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더 에너지 넘치고 도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게 내가 피트니스쪽 창업을 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다.

아직 매끄럽게 다듬어진 사명은 아니지만...

암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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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을 보자니 아주 두서가 없다.

근데 두서 없이 펼쳐 놓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역시 이 맛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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