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12
요즘 뉴스에서 흔히 말하는 ‘쉬는 청년’이 되려면 나 자신보다 주변을 설득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쉬는 청년이라는 말 어감에서부터 이미 그 청년은 충분히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지 않고 탱자탱자 놀기만 하는 청년이라는 이미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조금이라도 공백기가 생기면 꼭 그 공백기를 효율적으로 보냈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있다.
애초에 공백기가 생기지 않으면 더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생겼다면 큰 병이 있는 건 아닌지, 사회적 활동에 방해가 되는 하자가 있는 건 아닌지 이유를 캐묻는다.
이유를 묻는 것까지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쉬는 기간을 가지는 걸 궁금해할 수도 있지.
하지만 이미 물어보는 사람 본인의 선입견을 가득 채운채 ‘어디 그 공백기가 필요한 공백기였는지 들어나보자’하는 자세로 물어본다면, 얼마나 멋진 공백기를 가졌는지 꾸며서라도 얘기를 해야 할 것만 같다.
사회초년생이었던 내가 이런 고민을 한다면, 나보다 더 오래 회사생활을 한 사람들이 진로를 바꾸고 싶어 할 때 얼마나 주변에서 말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내고 살아왔기 때문에 사회초년생들이 새로운 진로를 찾아 나서겠다고 퇴사를 하는 게 더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회사는 돈을 버는 곳이고, 자아실현은 회사 밖에서 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늦어도 아침 7시에는 일어나 준비하고 9시까지 출근해서 6시까지 일을 한 후에 집에 돌아오면 오후 7시다.
오후 7시부터 저녁을 대충 만들어 먹고 집안일을 좀 하면 오후 9시가 금방 된다.
하루 24시간 중에 잠자는 시간 약 7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내 자유시간은 3시간이 남는다.
누군가에게는 충분한 자유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그래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 주변의 만류를 뒤로 하고 결국 퇴사를 했다.
아직까지 스타트업을 성공시켰다던지 하는 큰 업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매주 조금씩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때보단 경제적으로 훨씬 쪼들리게 되었지만 마음은 더욱 편했다.
'내가 나중에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겼을 때 또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 봤을 때, 올해 퇴사하는 것보다도 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이구나.
누군가의 눈에는 사회적 규칙을 따르지 않는 고집 세고 이상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지만, 현실을 핑계 삼아 진짜 나를 죽이고 사는 것보다는 더 숨통이 트이는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프리랜서의 삶을 지향하다가 몇 년 후 다시 회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내가 심사숙고하여 정했을 길일 것 같아 퇴사를 한 것을 사무치게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는 회사를 다니며 안정적인 일상을 꾸리는 게 본인에게 더 잘 맞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냥 일하기 싫어서 쉬는 기간 정도로 비난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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