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37
그림 그리는 일의 줄어든 의욕은 얼추 해결이 된 것 같고, 이제 상담이 남았다.
다시 시작한 상담 일은 의욕이 문제라기보단 방황이 문제였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아 정답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떠도는 느낌이랄까.
나보다 더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께 슈퍼비전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연구과제에 참여하여 시작한 상담이라 상담 녹음본을 활용할 수 없어서 슈피비전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래도 내가 경력이 많지 않아 어려운 사례를 준 것 같지 않아서 일단 해보는 데까지 해보기로 했다.
상담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내담자의 특징과 비슷해 보이면 메모를 해가며 읽기도 했다.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가 말하는 도중에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다음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딴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내담자의 말에 더 집중해 보자며 다시 내 주의를 돌리려고 노력했다.
이런 고민을 한 한 달 정도 하다가 한 내담자의 정해진 회기가 모두 끝나갈 때쯤 상담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도 내담자에게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난 것 같았고, 내담자 본인도 상담을 받으며 일어난 변화에 만족했다.
내가 그래도 형편없게 상담한 건 아니었구나 하고 안심이 되었다.
또 다른 한 내담자에게는 내가 뚜렷한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한 것 같아 늘 마음에 걸렸는데,
상담을 하며 시야가 더 넓어지는 느낌이라 도움이 된다는 말에 한 달 만에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이분들과 상담을 하며 다행히 상담에 대한 확신이 조금은 가야 할 방향을 잡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상담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까지는 좋았는데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사실 몇 개월만 일하는 연구과제 참여만으로는 상담 경력을 쌓는데 충분하지 않아서 프리랜서로 EAP 상담(기업상담)을 할 수 있는 곳에 서류를 제출하여 상담사로 등록했다.
그런데 상담사로 등록된 지 2주 정도가 지났는데 아직도 배정된 내담자 수는 0명이다.
누가 보면 2주밖에 안 지났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돈 버는 것에 마음에 조급해진 이유가 있다.
나는 10월에 결혼식을 해서 얼마 전 신혼집을 계약했다.
계약한 신혼집은 20년 넘게 인테리어에 손대지 않은 곳이라 어디 하나 남겨둘 수 없을 정도로 싹 다 고쳐야 할 비주얼이었다.
남자친구가 업체들을 추리고 추려서 얼마 전 세 업체와 미팅을 했는데,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비용이 높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인건비와 자재 비용 등의 비용이 올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각 업체들에서 우리의 예산 사정을 봐서 최대한 비용을 줄이려고 한 것 같았다.
모아둔 돈과 약간의 대출을 통해 어떻게든 돈은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구와 가전제품까지 산다면 빠듯했다.
결혼식날 축의금이 들어올 테지만 신혼집은 결혼식 전에 준비를 마쳐야 하고, 또 어떻게든 돈을 마련한다 해도 결혼식 후에 모아둔 돈의 대부분이 사라져 있을 거란건 확실했다.
이제 새 가정까지 꾸렸는데 언제까지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1인분의 몫은 해야 하는데, 상담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서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는 게 아니고 또 EAP 상담은 내담자가 언제 배정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상담 일을 더 늘리자니 상담은 상담 사례 수가 많아질수록 슈퍼비전 등 교육비 목적으로 그만큼 더 돈이 나가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돈을 모아야 할 시기라 좋은 판단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중요한 건 마땅히 지원할 곳도 안 보였다. 조건이 괜찮으면 거리가 편도 2시간이 걸리거나 하는 등 뭔가 맞지 않았다.
한참 두통에 시달리며 고민을 하다가 올해 상반기에 계약직으로 일했던 디지털 튜터가 생각났다.
그래도 디지털튜터에 지원해서 주 4일 일을 하게 되면 약간의 저축은 할 수 있게 될 것 같아 한시름 놓였다.
그래도 더 좋은 일자리가 보이면 지원해 보자는 생각으로 학회 구인 공고 목록을 보다가 심리학 관련 연구기관 공고가 보였다.
올해 하반기 몇 개월 동안의 계약직이지만 월급이 다른 상담사 공고보다 꽤 높아 고민하다가 지원해 봤는데, 어제 서류를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면접 장소가 충북이길래 서울에서 일한다는 공고를 본 나는 꽤나 당황했다.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채용팀에 전화해 보니 면접은 본사에서 보고 일은 서울에서 하는 게 맞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주와 다음 주는 갑자기 면접을 준비하게 되었다.
KTX를 타고 갔다 와야 해서 갔다 왔는데 떨어지면 꽤 슬프겠지만 일단 1차를 합격했으니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과연 올해 하반기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기대가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겁이 난다.
찰떡 직업을 찾아 모험하는 강아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