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42
드디어 이번 주에 첫 출근을 했다.
먼저 충북에 있는 본사에 출근을 해야 해서 지난주에 채용이 확정된 후 부리나케 기차표를 예약했다.
코레일 앱을 확인해 보니 9시 반까지 회사에 도착해야 하는데 9시 10분에 도착하는 기차만 있었다.
기차가 연착될 수도 있어서 더 빨리 도착하고 싶었지만 9시 10분 기차 자리도 몇 개만 남아있어서 일단 예약을 했다.
혹시 몰라 9시에 도착하는 기차의 예약을 걸어놨는데, 며칠 뒤 한 자리가 남았다는 알림을 보자마자 9시 10분 기차표를 취소하고 바로 결제했다.
갑작스럽게 취업이 되면서 천천히 하려던 결혼준비 관련 일들을 부리나케 마무리 짓고, 또 기존에 해야 했던 일들을 처리하느라 일요일까지 쉬지를 못했더니 퀭한 얼굴로 기차에 올랐다.
근무 첫날에는 본사에서 계약과 교육을 마친 후 내가 실제로 일할 서울 지점으로 다시 이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체력을 비축해놨어야 했는데 벌써부터 바닥을 보여 걱정되었다.
모름지기 첫 출근하는 신입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희망, 밝음이 담겨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긴장감만 있는 얼굴로 좋지 않은 첫인상을 줄까 봐 괜히 우려되어 기차를 타는 시간 동안은 선잠을 자며 조금이나마 체력이 되살아나길 바랐다.
드디어 본사에 도착하니 나 외에 신입이 두 명 더 교육을 들으러 와있었다.
혼자만 있는 줄 알고 긴장했었는데 동기가 두 명이나 더 있다니 괜스레 마음이 놓였다.
계약과 교육을 마치니 오후 2시 반 정도가 되었는데, 동기 한 명이 나와 같이 서울 지점 근무라 같이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향하는 길에 동기와 이런저런 많은 얘기를 나누다가 1시간 반이 지날 무렵 서로 급격히 말 수가 줄어들었다.
동기도 경기도에서 온 터라 둘 다 아침부터 지방에 갔다가 서울로 복귀하려니 남은 체력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도 정말 힘들었는데 차를 직접 운전한 동기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지.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오늘은 별다른 일을 주지 않기를 바라며 서울 지점의 문을 열었다.
다행히 어려운 일을 하지는 않고 간단한 자기소개와 각 팀장님들로부터 앞으로 하게 될 일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팀장님이 질문할 때 '뭐 이런 걸 물어봐?' 하는 말을 한 적이 절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으니 모르는 게 생기면 혼자 끙끙대며 시간을 버리지 말고 꼭 물어보라고 하셨다.
사실 새 직장에 출근하기 전에 가장 걱정됐던 게 사람이었는데, 아직 협업 경험이 부족해서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다.
일은 바쁘지만 팀원들에게 모르는 걸 물어보면 흔쾌히 알려주려고 하고, 팀장님도 질문에 열려 계시니 말이다.
그리고 마음에 들었던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혼밥에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것.
회사 내에서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은 도시락을 싸 오거나 밖에 나가서 먹는 등 자유롭게 알아서 식사하는 분위기인데, 매일 스몰토크를 할 에너지가 없는 나로서는 마음에 들었다.
5일 중에 3일은 도시락을 싸고 나머지는 밖에서 사 먹으며 가끔은 먹고 싶은 메뉴가 비슷한 분과 같이 밥을 먹으면 딱 좋을 것 같다.
아직 출근한 지 오래되지 않아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관련 자료를 읽고 있어서 크게 바쁘지는 않다.
하지만 11월 말쯤에는 야근을 자주 할 정도로 바빠진다고 해서 미리 겁을 먹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사람들도 괜찮고 나만 열심히 하면 별일 없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직장생활에 대한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라고 할 사건들을 겪었어서 괜히 더 걱정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건 아니다 싶은 곳은 바로 그만 둘 용기가 생겼다는 점이다.
전에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힘들겠지, ' '여기 아니면 또 취직이 될까?' 하는 무망감과 막연한 불안으로 인해 나를 보호하는 건 후순위였는데, 실제로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을 해보고 나니 굳이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든 상태에서 오래 버틸 필요 없다는 걸 배웠다.
이번 직장의 마무리도 무탈하고 슴슴하게 끝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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