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획과 전혀 관계없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나는 밥을 늦게 먹는 편이다.
어디에서나 모두들 내가 밥을 언제 다 먹는지 늘 확인하곤 한다.
내가 다 먹으면 식사는 그대로 끝난다.
늦게 밥을 먹는 이유가 주어진 밥과 반찬을 다 먹기 위해서도 그렇고
밥을 꼭꼭 씹어서 먹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리고, 원활한 소화를 위해서 꼭 그렇게 하려고 한다.
대체로 잘 씹지 않고 삼키면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의학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심리적인 이유가 더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은 대개 밥을 빨리 먹는 편이다.
내가 늦게 먹어서 빨리 먹는다고 생각하는 건지, 다른 사람들은 본래 속도인데
내가 늦은 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인 걸 수도 있다고 본다. 원래 세상은 상대적인 것이니깐 말이다.
나에게 있어 밥은,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타인과의 대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기 때문에 밥을 잘 먹을 수 있는 것이 첫 번째이고 (아프면 밥 한 숟갈 뜨는 것도 힘들다. 다들 그렇지 않은가)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가 곧 밥이고 그걸 통해서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닐까.
"우리 다음에 밥 한 끼 하자!"
혹은
"우리 다음에 술 한 잔 하자!"
밥을 먹는 것이, 술을 마시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꼭 밥이 먹고 싶어서, 술 한잔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상대방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한 것이고
그 매개체를 통해서 서로의 돈독함과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람의 본래 특성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을 하는 그 시간 중에서 하루 1시간, 점심시간은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왜냐하면, 그 시간을 오로지 자기를 위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한 시간을 같이 일하는 사람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 각자의 시간에 대한 자기희생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밥이라도 편하게 먹을 수 없을까?"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상대적이니깐 말이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맞는 말이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굳이 스트레스받아가며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따밥, 혼밥은 그 자체가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다.
누가 판단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자유의지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밥을 늦게 먹어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뺏는 느낌이 들어서 따밥 하고 혼밥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그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밥으로 인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도 들게 한다.
고작 밥때문에... 사회생활에, 인간관계까지 고민해야 하느냔 말이다.
이렇듯, '밥'은 쉽지 않은 삶의 문제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누구와 먹어야 할지, 혼자 먹어야 할지, 같이 먹어야 할지,
얼마나 먹어야 할지,
언제 먹어야 할지,
어디서 먹어야 할지 등
숱한 난제를 안고 나는 오늘도 열심히 밥을 먹는다.
"늦게 먹어서 미안해요,
저는 내일부터 따밥 할게요.
모두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