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은 귀납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한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폴 칼라일(Paul Carlile), 데이비드 선달(David Sundahl)이 주장한 흥미로운 논문을 통해 이론 구축 과정을 3단계로 분류한 방식이다.
출처: Clayton M. Christensen, Paul Carlile, and David Sundahl, “The Process of Theory-Building” 출처: 《통섭과 투자》, 마이클 모부신 지음
이론 구축의 3단계를 기획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이론 구축의 1단계
이론 구축의 1단계는 현상을 관찰하고 서술하며 측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기획의 관점에서 현상을 관찰한다는 것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살펴보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어떤 상품을 어떻게 사용하며, 그것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자주 혹은 매일 사용하며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필수재’인지, 아니면 간헐적으로 사용하지만 그때마다 큰 유용성을 제공하는 ‘가치재’ 인지도 파악한다. 다음으로, 서술은 관찰된 현상이 주는 의미를 분석하는 과정이다. 매일의 사용성이 제공하는 가치와 간헐적 사용성이 제공하는 가치는 분명 다를 수 있으며, 그 의미는 사람, 상황, 시기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절대적인 원칙이 아닌 상대적인 기준에 따라 유동적으로 해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측정은 현상을 분석하고 해석하여 세운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측정은 주로 수치를 통해 가설을 검증하거나 잠정적인 주장을 확인하며, 그 주장이 맞는지 틀린 지를 판단한다. 서술 과정에서 세운 가설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수용 가능한지 확인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론 구축의 2단계
이론 구축의 2단계는 유사성을 기준으로 현상들을 분류하는 것이다. 크리스텐슨은 현상을 분류하면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물리학에서 고체, 액체, 기체로 분류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기획의 관점에서는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1단계에서 도출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품의 사용 빈도와 특정 상황 및 시기에 따라 제공되는 가치를 기준으로 가설을 검증하면, 제품을 분류할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 빈도에 따라 ‘필수재’, ‘가치재’, ‘사치재’로 나눌 수 있으며, 곤란하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제품이라면 ‘해결재’로 분류할 수도 있다. 이렇게 분류된 재화들에 구체적인 수치가 뒷받침된다면 가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이러한 가설은 증명된 것으로 간주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훌륭한 재료가 된다.
이론 구축의 3단계
이론 구축의 마지막 3단계는 현상의 특성을 설명하는 이론을 세우는 것이다. 기획의 관점에서는 이론이 곧 개념(Concept)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론이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아이디어’라면, 개념은 ‘아이디어의 가치와 쓰임새를 예측하는 전반적인 시나리오’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정리된 개념과 시나리오는 사용자의 요구에 부합해야 하며, 특정 상황에서의 쓰임새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사용자 시나리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필요한지, 그리고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다. 새로운 사용자 시나리오가 필요하게 된 원인과 그 상황 또는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과 귀납의 관계
따라서 기획 과정은 귀납적 접근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기획이 연역적 관점을 취해야 한다면, 도출된 개념과 사용자 시나리오가 반드시(100% 확실하게)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과 일치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획자는 “필요할 것이다”, “유용할 것이다”, “가치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며 제안하고, 개발하고, 상품화하지만, 최종 사용자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가질 가능성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절대적인 원칙보다는 상대적인 기준에 따라 유동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를 수용하고, 이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절충형 사고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인생에 ‘반드시’란 것은 없다.
그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