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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산 Jun 10. 2024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말하기 글쓰기란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정문정 지음, 문학동네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게'는 흔히 학교에서 말하는 '단호하지만 친절한' 표현법을 찾는 거랑 비슷하게 모순이다.  다정한데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표지 그림 모델이 고양이일까. 고양이 습성이 다정한듯하지만 새침떼기처럼 만만하지는 않다. 사람을 집사처럼 부리려는 특징이 있다고하지. 의문의 일패를 당하는 개와 비교되면서. 그 묘한 방법을 구체적인 예와 작가의 생활경험으로 쉽게 풀어낸 책이다. 평범한 일상인들이 생활 속에서 활용도 가능하게. 이 책의 글쓴이는 작가이자 강연자인 정문정이다. 그가 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읽고,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영상 강연을 보고 관심 있는 작가가 되었다. 두 번째 책 <더 좋은 곳으로 가자> 이어 세 번째 책이다. 전 책이 무례한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과 요령을 키우는 책이었다면 이번책은 그런 상황에 따른 실전 말하기와 글쓰기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훈계와 충고가 아닌 요령을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다. 비슷한 처지에 있을 법한 상황을 빗대어 설명해 주니 더 잘 이해되고 눈높이가 높지 않아 서로 비슷해 이해가 더 잘 된다. 비슷한 책 강원국 작가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와 <어른답게 말합니다>,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있다. 하루의 절반이상도 넘을 정도로 영상미디어에 빠진 현대인들이지만 자기표현 방법이자 상대방을 이해하는 말하기와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걸 배우려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강연자와 작가로 활동하면서 알게 된 말하기와 글쓰기의 차이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에서 알려준다. 자신을 선명하고도 품위 있게 표현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요즘 에세이 책들의 특징 중 하나가 너무 바쁜 나머지 핵심만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밑줄 긋기가 되어 있는 책들이 많다.  장단이 있을 듯하다. 난 여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데 밑줄이 되어 있다면 말이다. 연분홍 색연필로  밑줄 긋은 부분을 정리해 본다. 


'말은 부드럽게, 글은 선명하게'에서는 글쓰기의 중요한 태도 중 하나가 확신하지 않는 것입니다. 에세이 같은 글은 고민에 천착한 과정과 (천착이 여기서도 나오는구나. 얼마 전 '글로컬'용어를 찾다가 연결되어 나온 명언 중 천착이라는 낱말이 있어 찾아보기를 잘했다. 천착이란 깊게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해 보고자 노력한 흔적을 섬세하게 표현할수록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할 때는 주제의식이 명확해야 합니다.  

'말할 때는 더하고, 글 쓸 때는 빼야 하는 것' - 사유가 촘촘하게 이어지도록 글을 썼다면 접속사가 필요 없다는 것, '부사'로 감정이나 상태를 강조하는 대신 '묘사'로 보여주라는 것이 글쓰기 작법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침입니다. 반면 말하기에서는 '너무너무 좋아'처럼 부사를 많이 쓰면 감정이 풍부해 보일 수 있고, 접속사를 잘 활용하면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지요.

'공감과 배려, 논리와 정리' - 말을 하면서는 더욱 친절한 표현을 찾도록 애쓰고, 글을 쓰면서는 세심한 표현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어휘력을 키우기 위한 세 가지 연습'은 남들에게 무언가를 추천할 때 '왜냐하면'을 꼭 덧붙입니다. 독서모임을 꾸준히 하는 겁니다. 유의어를 자주 검색해 봅니다.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얼어붙는 거예요'-언제나 말을 못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특정 환경에서 얼어붙는 사람이 있을 뿐이죠. 경직시키는 상황의 원인을 찾는 것부터 해보세요. 

'이금희의 환대, 유시민의 비유, 김영하의 반전'-자기만의 '큰 바위얼굴'을 찾는 일이 필요합니다. 간절할수록 미세하게나마 조금씩 닮게 될 겁니다. 

'세상의 평가에 덜 휘둘리는 법'- 글과 말을 연마하면 과정을 믿을 수밖에 없고, 자기의 과정을 믿을 수 있으면 세상의 평가에 덜 휘둘릴 수 있습니다. 

'나도 내 인생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예외 없이 소변 주머니가 달여 있음을 확인하면, 이 두려움이 나에게만 찾아오는 게 아님을 알게 된다고요. 그러면 조금 더 솔직해도 되겠다는 용기가 생겨나고 용기를 낸 자신과 대면하다 보면 타인을 덜 부러워하게 되며 자기혐오의 밤이 줄어든다고 말이죠. 

'공감은 영업인처럼 설득은 과학자처럼'- 뽐내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고 친절해지는 것. 사람을 향한 관심을 놓지 않는 것. 얇은 귀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는 게 있다면 개인적 판단을 유보하고 이유를 궁금해하는 것. 가끔 한 번씩은 너무 익숙한 세계에 갇혀 있지 않은지 두리번거려 보는 것. 혼자 좋아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함께 좋아해서 판을 넓혀보자고 제안하는 것. 

'거짓말 연습'이라는 소설 제목처럼 우리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약간의 거짓말을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의 거짓말은 상대를 속이는 말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꼭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다 말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지요.  


 이 책은 결국 참다 참다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갑질신고나 부조리 신고를 하는 극단의 방법으로 치닫기 전, 양극 끝으로 멀어져 서로 회복될 수 없는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매뉴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상의 과정에서 그때그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공감부터 설득까지 그리고 진심을 전하는 표현의 기술로써 말하기와 글쓰기 방법을. 덤으로 저자의 두 권의 책인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과 '돈 없고 백 없는 사람이 더 좋은 곳으로 가려면'을 발간하고 강연했던 강연문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필사하고 싶은 강연문이다. 중간 중간 추천도서와 메일 전송 글의 예시문과 비폭력대화 예시문장들도 눈여겨 보게 된다. 그만큼 친절한 책이다.   

 라테는 18색으로 기억되는데. 크레파스 24색이 48색으로 변했을 때 줄 수 있는 그림의 해상도처럼,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연습을 하고 싶은 독자들이 참고할 만한 책이다.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삶이 그래도 궁금하고 의문이다. 저자는 다음 주제를 어떻게 책으로 이야기할지 기대된다. 작가의 브런치스토리에는 나와 있으려나. 기웃거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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