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속 우리 마을 이야기/담양곡성타임스/2022
곡성 지역 구술사다. 2000년 초반 지역 어르신들이 지명, 전설, 사건 등 개인이 기억하는 과거 일들을 면접과 육성 구술을 즉 마을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를 기록해 둔 모음집이다. 설화는 국어사전에서 '있지 아니한 일에 대하여 사실처럼 재미있게 말함, 또는 그런 이야기, 각 민족 사이에 전승되어 오는 신화, 전설, 민담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 책 이야기는 둘 다 해당되는 것 같다. 이야기하는 구술자에 따라 조금 과장된 이야기도 등장한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곡성군(어느 지역도 그러하겠지만)은 유별나게 전설도 많고 구전하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아마도 지리산과 섬진강이 자리하고 있는 지리적 요인과 함께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지리산 환란의 역사, 그리고 6.25 전쟁 같은 비극적인 이야기가 아직도 마을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5쪽)"
발행인은 곡성문화원과 협조(원작은 곡성문화원에 등록되었다고 곡성문화원 사무국장에게 전해 들음) 하여 구전 설화를 이렇게 책을 엮어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일반인들도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 전국구가 아닌 이 지역에서만 읽히겠지만 아니 향우회에서도 읽겠지. 학연, 지연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거다.
이야기를 더욱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구술자의 말투인 곡성 사투리로 그대로 옮겨두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 아울러 지명에서 죽(대나무)과 봉(봉화) 자가 많은 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45. 봉정과 봉황- 우리 마을이 봉정리인데. 여기가 지금 봉황이 딱 날개 펴고 있는 그런 모양이여. 인자 지리상 여기가 새머리고 요것이 지금 알이라고 허는 것인지. 이거 요 바위가 이게 인자 봉황이라고. 또 죽곡 요 밑에로 하죽 또 오곡 전부 다, 이 근방 이름이 전부 다 그렇게 됐는데. 봉황은 대 열매 허고 오동나무를 먹고 산다이거지. 긍께 여기 전부 다, 인자 이 근방 지역을 전부 다 봉황이 품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봉정에 봉황이 머물렀다. 그래가지고 마을이 봉정이다 그 말이야. 그렇서 지금도 대밭이 많지만, 대 꽃 핀 거 봤는가는 몰라도 대 꽃이 몇 년 만에 한 번씩 펴가지고 열매가 열어. 그 먼 그것하고 오동나무 열매하고 따 묵고. 그래서 오곡, 죽곡, 상죽, 하죽... 맨 지명이 그렇게 됐거든. 그래 가지고 봉정이라고"
곡성이라는 이름은 옛날에는 욕내라고 했어요. 일제강점기에 욕내, 별칭을 욕천이라고 했어요. 통일신라 때부터 곡성이란 이름을 골짜기 곡자로 곡성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그 글자가 곡식 곡자나 골곡자나 조선 영조 때까지는 같이 쓰였습니다. 똑같은 뜻으로.
곡성은 풍수지리상 명당이라고 해요. 전에 도선선사가 "곡성은 큰일이 있을 때에 동악산이 울고 봉이 알을 품는 그런 명당이다. 만약에 봉이 날아가 버리면 곡성에 폐가 되니까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어요.
곡성의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봉이 알을 품고 있게 하기 위해서 그 앞에 흐르는 내를 고양이내라고 했어요. 봉황이 가장 싫어하는 짐승이 고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고양이내를 줄여서 괴내, 괴내를 한문으로 쓴 게 고양이 묘자 내천자를 써서 묘천. 앞에 마을도 묘천리, 고양 이내 마을이고 앞에 흐르는 냇물 이름을 고양이내, 묘천이라 했고 또 산 뒤로 넘어가는 재 이름을 땅기운이 광주 쪽으로 안 빠지게 하기 위해서 고양이재. 고양이재를 줄여서 괴티재라고 하고 한문으로 말하자면 묘치라고 합니다.
그리고 봉황은 죽실(대나무 열매)을 먹고 산다고 해서 곡성이름에 대 죽자가 많이 들어가요. 죽곡면이라든가 하죽이라 든가. 오죽나무 가지에서 논다 등 오동나무 오자가 지명에서 오곡면이나 오지리 이렇게 많이 들어가요.
또 봉황과 관계되어서는 곡성의 봉조리라든가 서봉리라든가 유봉이라든가 비봉이라든가 봉과 관련되는 지명이 많죠. 또 봉황이 좋아하는 것이 메추리입니다. 그래서 압록 가는 강을 메추리 순자를 따서 순자강이라고 불렀어요. 천마산이라고 하늘로 날아가지 못하게 천마산이라고 그런 거죠. 구례 산동으로 넘어가는 곳이 천마산입니다. 그쪽을 못 날게 하고, 또 구례 쪽으로 못 가게 하기 위해서 호랑이 호의 호곡리가 있어요.
삼기 괴티재에 가면 정갑선굴이 지금도 있어요. 높이가 한 2m 정도 되고 길이는 한 11m 되고, 그 안에 또 이층으로 된 굴이 있죠. 정갑선이라는 도둑이 굴에 있었다고 현재까지도 전해져 옵니다. (중략)
곡성의 지명 유래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었다. 뒷부분 '정갑선굴'은 보물섬 지도처럼 찾아가보고 싶다. 옛날대로 이곳 굴에 연기를 피우면 경주 불국사랑 서울 남산에 연기가 난다는 믿기지 않는 과장되고 엉뚱한 전설도 확인해 보고 싶다. 이렇게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게 구술의 힘일까. 지역 바위 하나, 봉우리 하나, 지명들이 달리 보일 것 같다. 욕 내라는 곡성 옛 지명은 좋은 말이 아닌 욕을 내라는 엉뚱 개그가 아니고, 우리 지역에서 욕을 많이 써서라는 오해는 하지 않기를. 욕내는 끌리다는 뜻도 있다고 한다. 매력 있다. 전라도 사투리로 귄이 있다는 뜻. 퀸 곡성이 아닌 귄곡성으로. 매력마을을 강조하며 홍보하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신비롭고 신기한 이야기 알게 되었다. 원형처럼 다른 마을이나 다른 나라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도 있다. 이를 찾고 간직하고 기록하기 위해서는 마을 어른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 부모님부터 해봐야겠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처럼. 구술도 꿰어야 기록이다. 그리고 역사다. 글로컬(지구와 마을의 조화, 지역의 특수성과 지구의 보편성의 조화) 미래교육 꿈꾸는 지금. 멀리 다른 나라를 알고 따라 하기보다 우선 우리 마을의 이야기부터 찾아보는 게 좋겠다. 우리 가족 살아온 고향마을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부터. 착함이 순자강(섬진강의 별칭)처럼 길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을 내 고향 장선마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