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궁극 서평 잘 쓰는 법/조현행/생애/2020
서평에 대한 도전은 끝이 없다. 서평 관련 도서를 꾸준히 탐독하고 있다. 아직 독후감의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드라마를 많이 본 영향일까. 애꿎은 폴더 이름만 바꾸려 한다. 책일기에서, '나의 서평일지'로. 내용이 중요한데 자꾸 형식을 생각한다. 사실 서평 쓰기에 딱 정해진 방법이나 규칙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첫 문장은 어떻게 써야 하고, 무슨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 따위의 정해진 룰이나 답은 없다는데도 자꾸 형식을 찾는다. 이리 쓰던 저리 쓰던 서평이 가진 목적에 충실히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 목적은 책을 평하는 거다. 그 속에서 자신이 알게 된 인생과 세계에 대한 가치관을 기록하는 것이다. 너무 큰 기대일까. 미리 알려주기. 비평보다는 가볍게. 독후감보다는 무겁게. 그 중간이 서평일 거다.
"서평은 책의 내용을 잘 전달하면서 서평가의 해석이 담긴 글로써 독자가 책을 구입함에 있어서 유용한 정보를 담으면 된다." - 100쪽
그러나 정해진 규칙이 없이 자유롭게 쓰라고 하면 나처럼 처음 서평을 쓰는 사람들은 막막한 마음이 든다. 그러니 초보자들에게는 약간의 서평의 틀을 제시하는 게 좋다. 서평의 틀을 활용하여 그렇게 쓰는 연습을 하면, 어느 정도 서평이라는 글쓰기에 익숙해진다. 자유로운 서평 쓰기는 그다음이란다. 틀을 활용한 서평 쓰기 연습을 위해 막 써본다.
예시 작품 하나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트리나 폴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시공사
[꽃들에게 희망을]은 도전적이고 싫증을 잘 느끼는 호랑 애벌레와 참을성 있고 배려심이 많은 노랑 애벌레가 관계를 맺으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조그마한 호랑 애벌레는 알에서 깨어나 열심히 먹어 쑥쑥 자란다. 먹는 거 말고 더 값지고 나은 것을 찾아가던 중 애벌레로 만들어진 기둥을 발견한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무작정 애벌레 기둥을 타고 올라간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라가야겠다는 일념으로 호랑 애벌레는 다른 애벌레들을 밟고 올라간다. 그러다 노랑 애벌레를 만나게 되고 둘은 내려와서 사랑을 하면서 사이좋게 지낸다. 그러나 금방 싫증을 느낀 호랑 애벌레는 다시 애벌레 기둥으로 향하고 노랑 애벌레는 혼자 남는다. 혼자 남은 노랑 애벌레는 늙은 애벌레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고치를 만들어 노랑나비가 된다. 노랑나비가 된 노랑 애벌레는 애벌레 기둥에서 헤매고 있는 호랑 애벌레에게 깨달음을 주고 호랑 애벌레가 호랑나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준다.
"애벌레인 너의 모습을 버릴 수 있을 만큼 너무너무 날고 싶은 마음을 가져야지. 너의 겉모습은 사라지겠지만 너의 참모습은 여전히 살아 있을 테니까. 인생이란 바뀌고 또 바뀔 뿐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란다. 고치는 도피처가 아니고 자신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 거쳐 가는 것일 뿐이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간절히 원하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나 비슷한 모습으로 이루어진다. 겉모습은 여러 가지 모습이어도 그 속에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면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려간다. 다른 사람과의 진솔한 눈 맞춤, 이야기, 마음을 나누지 못한 채 그저 다른 사람을 따라 무한 경쟁을 한다. 이 책은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 청소년 및 성인들의 자신의 존재 가치·삶의 가치·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자 위 예시문으로 서평 쓰기 틀을 알아보자.
첫 문단은 책소개다. 서평은 대개 5-6 문단으로 구성되는데, 그 첫 문단은 책에 대한 소개글로 완성한다. 한 문단 정도로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간략하게 전달하는 연습을 부단히 해 보는 것은 서평의 기본기를 기르는 훈련법이다.
두 번째 문단은 내용요약이다. 책을 소개하고 난 후 두 번째 문단은 책의 전체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글로 완성한다. 문학이라면 서사를 중심으로 한 줄거리 정리, 비문학이라면 목차의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정리를 하면 된다.
세 번째 문단은 발췌다. 발췌 더하기 느낌과 생각달기 작업이 여기서 유용하게 쓰일 때이다. 독서를 하면서 해 두었던 발췌노트를 살펴보면서 서평에서 인용하기에 알맞은 적당한 발췌를 고르고 자신의 서평에 배치한다.
네 번째 문단은 해석이다. 발췌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발전시켜 자신만의 해석의 글을 써본다. 책을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생각이나 인간과 세계에 대한 다른 시선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써본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궁금증을 질문으로 만들어 쓰고 그에 대한 자신의 답을 써보는 글쓰기도 좋은 해석의 사례가 된다.
다섯 번째 문단은 책 평가다. 추천이냐 비추천이냐의 이유다. 마지막으로 책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쓴다. 또 이 책을 읽어야 할 추천 대상자를 선정해서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예시 작품 둘
노인, 그가 승리자인 이유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문학동네(2012)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발표 당시부터 많은 독자들로부터 열광과 호응을 받은 소설이다. 그에게 퓰리처상(1953)과 노벨문학상(1954)을 안겨준 이 작품은 현재까지도 '불후의 명작'이라 평가받고 있다.
84일간이나 물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 '산티아고'는 바다에 나가 이틀을 꼬박 걸려 길이가 5.5m가 넘고 무게도 700kg이 넘음 직한 커다란 청새치를 잡는다. 그런데 이 물고기를 배에 묶어 돌아오던 중 피 냄새를 맡은 상어들의 연이은 공격을 받게 되고, 사투를 벌인 끝에 결국 노인은 뼈만 남은 물고기와 돌아온다. 물고기와 별이는 노인의 사투 외에는 큰 사건이나 갈등도 없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기다리고 버티는 과정도 대부분 노인의 생각과 독백에 의해 진행되는 이 소설은 긴박함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자칫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구성과 내용의 이 소설이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인은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혼자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한 건 소년이 떠나고 난 뒤부터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p.40~41)
노인은 외로움에 혼잣말을 한다. 그러나 "바다를 건너다보고는 자기가 지금 얼마나 외롭게 혼자 있는지 새삼 깨달았던"(p.63) 노인은 바닷속에 비친 무지갯빛 광선들과 낚싯줄, 잔잔한 바다, 무역품으로 인해 피어오르는 구름, 날아가는 물오리들의 모습을 보며 "바다에서는 그 누구도 결코 외롭지 않다"(p.63)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존재이다. 살면서 외로움을 느낀다. 이제는 나이도 들고, 운도 다했는지 오랫동안 물고기도 한 마리 못 잡은 불운한 노인을 인전 해주는 사람은 소년 외에는 없었다. 노인에게는 인생이며 생존의 현장인 바다. 노인은 이곳에서 외로움을 느꼈지만 여러 자연물들을 보며 외롭지 않음을 느낀다. 새, 물고기, 바람도 모두 친구이고, 노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가득한 소년도 있었다.
망망대해에서 홀로 물고기와 맞서 싸우는 노인의 고독과 생존의 처절한 몸부림은 우리들의 외롭고 치열한 삶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그리고 바람과 새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느끼고 소년의 따스한 정을 그리워하는 노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노인에게는 상황을 판단하고 예측하는 지혜와 여유, 긍정적인 생각, 용기가 있다. 낚시에 걸린 물고기를 잡기 위해 하는 생각과 행동들에서 보이는 노인의 지혜는 타고난 것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온 많은 시간과 경험 그리고 몸에 생긴 상처들로 스스로 체득한 지혜이다. 쥐가 난 왼손 때문에 힘들 때에도, 상어들이 계속 공격해 올 때도 여러 고난이 닥쳐와도 노인은 절망하지 않았다. 노인은 청새치를 잡았고 청새치 때문에 상어들은 몰려왔다. 상어들은 청새치를 물어뜯었고 그래서 상어 몇 마리는 노인에게 죽었다. 노인의 사투 결과는 청새치의 뼈와 대가리로만 남았지만, 독자는 집에 와 쓰러져 잠든 노인의 모습에서 연민과 동시에 감동과 존경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상어에게 물고기가 물어뜯길 때 노인은 자신이 물어뜯긴 것처럼 느끼며, 차라리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노인에게 패배는 없었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p.108) "희망을 버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p.109) 이것이 살아가는 일에 지쳐 절망하고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헤밍웨이가 던지는 메시지이다.
예시 작품 셋 (삼 세 번이라고 세 번까지 예시를 드는데 형식 탓은 이제 그만하자)
<이방인>은 처음으로 잃어버린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었는데 찾지 못해서 변상하고 이후 집 어딘가에서 발견했다. 이 책에 얽힌 사연은 <이방인>이 말하고자 하는 무엇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 혹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으나 온통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이방인>은 판정대에 오른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뫼르소는 그의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사망한 뒤 장례를 치르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우연하게 친구를 미행하던 한 남자를 실수로 쏘아 죽이고 재판에 회부된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고 연인 마리의 결혼하고 싶다는 말에 그녀가 원한다면 그럴 수도 있고 결혼은 그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다지 관습에 들어맞지 않는 이러한 뫼르소의 세계관을 검사, 판사, 배심원은 이해하지 못한다. 재판정에서 뫼르소의 성격이나 세계관, 주관은 배제된다. 그들은 일련의 목적하에 뫼르소의 삶이란 '사실'에 인과관계를 부여하려고 애쓴다. 이때 인과관계는 뫼르소 외 다수의 '문법'이다. 행위의 주체와 무관하게 타인이 판별하고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내는 연결고리이다.
뫼르소는 처음부터 그 자신의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의 삶이 판정단에 나열되는 순간 그는 인간성, 동정심을 잃어버린 존재로 취급된다. '산다'는 일이 지칠 때면 판정대에 선 뫼르소를 떠올린다. 나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고 세간의 이해구조에 나의 이야기가 끼워 맞춰져서 나를 온통 잃어버린 것만 같은. 하지만 결국 삶이라는 사건의 행위 주체는 '나'이다. '나'라는 사실을 두고 모두가 나를 재단할지라도 어떤 '진실'만큼은 나만이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서평 쓰기 실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작가의 글쓰기 노하우를 기록해 본다.
1. 하루 한 페이지의 필사로 글쓰기 첫걸음을 시작하라.
2. 읽고, 생각하고, 쓰기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
3. 조금 쓰고 잘 쓰기를 기대하지 마라.
4. 글은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진솔한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5. 글이 써지지 않는다면 충분히 생각했는지 돌아보라.
6. 내가 가진 것 그 이상을 쓸 수 없다. 내 안을 먼저 채워라.
7. 늘 보던 것도, 새롭게 보도록 시야를 넓혀라.
8. 질문을 던져라, 그리고 답하라. 그 답을 글로 써라.
9. 글쓰기는 지름길이 없다. 내가 쓴 만큼 실력이 는다.
10. 글쓰기에서 쓰기는 10%이고 고치기가 90%를 차지한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말이다. 결국은 실천이다. 자판을 두드리던 손가락 사이 볼펜이나 연필 꽉 끼고 써보는 게 먼저다. 현재 쓰고 있는 자가 작가라는 말처럼. 조금 쓰고 잘 쓰기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내가 가진 것 그 이상을 쓸 수 없다는 말이 와닿는다. 내 안을 먼저 채워야 한다. 인풋 그다음 아웃풋이다. 위에서 말하는 서평의 핵심은 네 번째 문단은 '해석'이라 생각한다. 여기에서 서평을 쓰는 독자이자 작가의 삶의 깊이가 나오지 않을까. 책 속에서 발견한 수많은 발췌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발전시켜 자신만의 해석의 글을 쓰는 게 서평이다. 그게 일기처럼 이든, 일지이든, 독후감이든, 비평 같은 깊이 있는 글이든. 그 책을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생각이나 인간과 세계에 대한 다른 시선과 사유를 구체적으로 써 보는 게 진정한 평일 것이다. 누구나 생각하지 못한 자신만의 내공이 여기서 나오겠지. 독자의 그동안의 경험과 삶 속에서 쌓인 지혜가 발현될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도 여기 포함되는 것이기게 이 '해석' 단계가 서평을 평가하는 중요한 단서겠지.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궁금증을 질문하고, 그 질문방식이 독서토론이나 책모임을 통해서든, 혼자 골방에 앉아 사사색으로 만든 질문에 답이든 그 질문에 대한 생각을 만들어 쓴 게 참 서평이리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써보는 글쓰기가 좋은 서평의 사례가 되겠지. 지름길을 찾지 말고 묵묵히 소 걸음으로 천천히 가자. 혼자 가기 어려우면 책모임을 통해서 책에 대한 질문, 작가는 왜 이 글을 썼을까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자. 독서의 궁극이 단지 서평을 잘 쓰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고 작가와 세상과 대화하며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것. 다시 그게 세상으로 환원되는 것. 먹물근성이라는 말처럼 문자에만 매몰되면 안 되겠지만. 삶과 연결이 되어야 하는책 읽기책 읽기에서 것은 당연하겠지만. 책읽기 과정의 마지막이자 끝이 삶을 가꾸는 길이리라. 책읽기에서 시작해서 글쓰기로 이어지는 삶의 궁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