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치킨도 안 먹어요?/이현우/걷는 사람/2023
올해 한글날 다음날 10월 10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작가도 놀라정도로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날아온 소식은 전국민을 모두 놀라고 기쁘게 했다. 몇몇 아닌 부류들도 있지만. 우리 한국문학도 이제 번역의 장벽을 넘어 세계와 모두 통하는구나. 이제 한글을 원서로 노벨문학상 작품을 읽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작가도 그에 아버지도 너무 덤덤하고 차분했다. 다른 이웃나라들에서는 전쟁으로 죽음이 일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잔치를 하냐며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조차 하지 않는 작가, 광주에서는 그에 이름을 딴 '한강 도서관' 같은 기념관을 만들자고 했으나 이도 거절했다. 그런 덤덤함, 어떤 영광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이름이 없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는 작가의 마음이 이번 책과도 연결된다.
'세상 읽는 디딤돌' 세 번째 책이다. 한 채식주의자의 에세이 책이다. 이름이 있는 생명은 기억된다는 작가의 말로 시작된다. 그리고 불쾌함만 남는 글이 되지 않고 불편함으로 세상이 나아지길 바라는 부탁도 한다. 한강 붐이 불어인지 계속 한강 작가의 작품과 연결된다. '채식주의자'라는 책이 왜 계속 불편했는지 연결이 된다. 동물에 대한 인간 중심의 학대, 폭력성을 극복하고자 작가는 비질(증명 활동)을 글로 증명한 책이다.
채식주의의 유형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우유와 달걀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완벽한 채식주의자인 비건, 유제품인 우유는 먹는 락토 베지테리언, 달걀 같은 동물의 알은 먹는 오보 베지테리언, 우유와 달걀은 먹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유제품, 동물의 알, 동물성 해산물까지는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유제품, 동물의 알, 동물성 해산물, 조류의 고기까지 먹는 경우인 폴로 베지테리언, 상황에 따라 자신이 정한 기준 내에서 육식을 하지만 가능한 한 채식을 지향하는 플렉시테리언까지 단계별 등급이 있다. 김창환과 한강 작가의 이야기 나눔에서 김창환 가수가 비건을 8개월 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뜨거운 여름날 학대받은 돼지들을 보고 결정했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이 키우던 개가 도살장으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듣고 결정했다고 한다. 주위 비건 한 이들의 얼굴빛이 창백하다고 고기 좀 먹어야 하지 않냐 말했던 과거 나의 발언을 반성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글쓴이도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자주 들었다고 한다. 한편 옆에서 비건 메뉴를 고려한 지원을 해주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비건은 어쩌면 종교인 같은 신념이자 지구의 평화를,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이자 실천이다. 이게 단순한 유행처럼 음식 취향에 대한 소비 패턴으로 가는 걸 경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생각해 본다. 결국은 삶 전체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먹는 것과 입는 것만 비건에 맞게 구입해 소비하는 인간이 아닌 직접 채소나 과일 등 음식을 만들 재료를 길러서 먹을 수 있는 작은 생태텃밭을 가꾸는 소농(小農)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비건 채소조차 일회용 비닐 포장에 담겨오는 대도시 중심의 소비문화를 작은 농촌 마을로 내려가 직접 상추와 배추를 길러 생산하는 문화로 바꿔야 생태적인 삶을 통한 진정한 비건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동물을 동물답게 하는지 불쾌하지 않고 불편하게 읽었던 책이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책을 다시 소환하게 만든 책이다.
우리에게 가까운 반려 동물이 개와 친숙한 개와 소, 닭만이 아닌 모든 동물들이 존중받기를 바란다. 생태계를 위해 그 동물의 대한 개체수에 대한 자연 조정은 필요하리라. 인간의 학살에 의해서가 아닌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기가 힘들겠지. 올여름 유난한 무더위로 벼멸구가 극심해 논의 벼들이 쓰러져가는 지금. 동물만이 아닌 모든 미생물과 균류, 원생생물 등 이름도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생명체들이 건강하길. 그래야 인간도 건강하겠지. 결국은 인간중심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천상 인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