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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유랑자 May 05. 2021

한국이 좋을까 스웨덴이 좋을까?

이 둘은 더 좋음이 아닌 다름, 지금은 한국이 전 조금 더 좋기도 합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이 아닐까? 스웨덴이 좋은가 한국이 좋은가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의 나는 한국이 조금 더 좋기는 하다. 하지만 이 둘은 뭐가 낫고 좋고가 아닌 다름이라고 말하겠다 어떤 사람은 분명 스웨덴이 더 좋을 것이다. 한국에서 자란 세월이 더 길고 영어도 스웨덴어도 원어민처럼 구사하지 못하는 나는 한국말을 쓰는 한국이 더 좋은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스웨덴 사는 내내는 나름 즐거웠다 자랑섞인 이야길 하자면 해외회사를 다니며 뉴욕,런던,파리,바르셀로나 같은 세계 대도시에 내가 디자인 매장이 세워지고 각기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고 동양인 한명없는 부서에 와서 일을 하는건 행운이면서 내 생의 첫 독립을 해외에서 했다 나는 아직도 내가 처음 얻은 그 원룸스튜디오의 아파트를 잊지 못한다. 처음 내 보금자리를 혼자마련하고 먼 타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참 설레였다. 게다가 내 집은 도심 한복판에 걸어서 15분 거리에 스톡홀름 시청을 갈 수있었고 창밖의 풍경은 전형적인 내가 생각하는 그런 유럽 아파트였다 100년이 넘었던 내 집의 미니멀한 디자인도 높은 천장도 너무 좋았다 다만 기간이 갈수록 아주 높은 월세와 내가 나 하나를 정말 오롯이 책임지고 살아야하는 그 무게감이 달랐다. 한국에서 나는 회사를 다닌지 오래고 더 이상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않은지 오래라 어른이라 생각했는데 혼자 완전히 나를 책임지고 사는 삶은 참 달랐다. 치약하나 휴지하나 내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고 아파도 나를 책임져 줄 사람이 없는 것이 무서웠다. 무엇보다 사실 더 무서운 건 남은 엄마였다. 혹여나 해외에 살며 엄마가 아플 때 가지 못하는 순간이 생긴다던지 그런순간이 두려웠는데 우려는 현실이 되어 엄마는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암진단을 받고 나는 비행기표를 열심히 찾고 귀국길에 올랐으나 비행기를 타는 거 마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미세한 인종차별이다. 운이 좋은건지 몰라도 대놓고 혐오감을 드러내는 인종차별은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활속의 미세한 인종차별은 회사에서도 레스토랑에서도 있었다. 게다가 회사속의 나는 유일한 한국 사람으로 아무도 압박하지 않아도 난 좋은 사람을 유지해야 했다. 회사를 나오고 다른 회사와 컨텍해서 일하거나 지원을 할 때 혹여나 내 이름을 보고(나는 스웨덴에서 영어식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내 이력서를 열어보지도 않을 거란 마음으로 지원을 하거나 나는 내  실력이나 내 능력외에 나는 위험하지 않고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좋은 사람으로 어필하며 살아야하고 나 자신을 오롯이 받아들이지 않은 곳도 많을 거란걸 인정하며 사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혹자는 이방인임을 즐기며 살라고 하지만 1-2년 정도 살거라면 언젠가 돌아갈 것이란 전제로 산다면 그것 역시 나쁘지 않다 하지만 평생 산다고 생각하면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기분에서 오는 공허함은 생각보다 크다. 오래살며 이방인을 자처한 사람들은 즐기는 쪽보단 “인정”하는 쪽을 많이 보았다. 나 역시 인정은 하지만 마음으로 깊게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스웨덴이란 특수성으로 아시안이 적은 탓에 눈에 더 잘띄는 것도 단점이였다. 똑같은 실수를 해도 나만 눈에 띄는 것이다. 실제로 나의 회사는 멀티컬쳐를 표방했지만 약10%만이 아시안, 중동, 흑인이였고 절대 다수는 백인으로 구성 되어 있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집을 구하기 편하다. 스웨덴은 매물도 적을 뿐더러 매물을 구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이 생길수도 있고 비용도 비싸다 하지만 한국은 전세라던지 다양한 옵션이 있다. 집값이 비싸다고 하지만 아파트를 포기한다거나 지역을 포기하면 옵션이 많아진다. 하지만 한국의 낙후된 지역과 스웨덴의 낙후 지역은 천지차이다. 스웨덴의 흔히 게토 지역은 여자혼자 살기엔 너무나 위험한 곳도 많기에 그런 요소를 피해야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런 지역이 존재하지만 스웨덴만큼은 아니였다.


그렇다고 해외생활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것 한국에서 나를 판단하는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어머니아버지가 뭐 하시는지 나는 어떤 배경이 있는지 보단 그래도 나 스스로 이룬것만 위주로 평가받는다. 대학을 나왔는지, 어떤 경력이 있는지 나는 어떤 색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등등 직업에 있어서도 친구를 사귀는대도 나만의 영역이 아주 중요했다(재밌는 건 같은 스웨디시끼리는 또한 한국과 같이 집안이나 외부요소가 중요하다 아무래도 나는 아무리 표면을 매만져도 이방인이기에 누리는 특수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여러 선택에서 자유로웠다. 한국에서의 나는 나란 존재도 중요하지만 관계속의 나가 더 중요하다. 누구의 자녀 누구의 형제 오롯이 나만 집중하고 살기만 놔두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오롯이 나만 집중에서 살기 편했다. 나만 잘하고 나만 신경쓰고 살면 되는 편안함이 있었다. 그렇다보니 나 자신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잘 보였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워라벨 워크 앤 밸런스를 맞추기에 좋았다. 복지가 좋지 않은 회사도 일년에 25일의 휴가일 수를 보장하는 것과 병가를 내기 자유로움 병가시 국가에서 내 임금을 보장 해주기에 회사에 눈치가 보이지 않은 것 코로나 이전에도 재택하기 쉬운 것 역시 장점이였다.


그리고 나는 아이나 반려동물이 없었지만 아이가 있거나 반려동물이 있다면 살기 편하다. 충분히 보장된 육아휴직이나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제도 반려동물을 위한 제도 등은 한국에 비해서는 솔직히 월등한 편이다. 또한 남녀평등이 한국에 비해 월등히 실현 된 것 역시 좋다. 예전에 해외생활을 오래한 친구가 해외냐 한국이냐 선택은 인종차별을 선택할 것이냐 남녀차별을 선택할 것이냐 차이라는데 정말 와 닿았다. 스웨덴은 줄 곳 OECD남녀평등 지수에서 항상 5위권 이내를 유지했고 생활하면서 더더욱 그런 부분을 잘 느낄 수 있었다. 회사에서의 승진이나 대우는 물론 페미니즘에 대한 의식 역시 달랐다. 임원이 페미니스트인것이 중요할 정도로 남녀평등에 힘을 썼으며 내가 여자라서 당하는 부당함은 거의 없었다. 물론 그만큼 의무가 주어지긴 하다. 그렇지만 그건 당연한 것이고 내가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사는 기분이 뭔지 알게 해준다. 외모에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문화자체가 사람이 타고난 그 무언가에 대해 말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너는 예쁘다 잘생겼다 말하는 것 조차 예의 없는 일이다. 그런말은 연인끼리 나눌 수 있는 말이고 상대방의 옷이나 머리스타일로 칭찬할 수 있지만 몸매나 얼굴에 대해서는 정말 친한 사이에서나 가능하다. 예쁘지 않아도 된다고 해야겠다(물론 이성문제는 논외로 치자)


그리고 당신이 게이이거나 레즈비언이거나 트렌스젠더거나 무성애자거나 폴리아모리라도 그건 그것대로 받아들인다. 아무도 누군가의 성적취향에 대해 판단도 폄하도 할 수 없다. 내가 무언지 모른다면 모른채로 살아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오랜만에 들어와서 힘든 부분 중 하나는 듣고 싶지 않아도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혐오를 자주 듣고 접한다. 적어도 스웨덴에선 오픈된 공공공간에서 그런말을 할 수 없다. 니가 그런것도 아닌데 그런게 뭐가 힘드냐 하지만 아무 상관없는 사람에 대한 혐오를 듣게 하는 것도 감정소모고 폭력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것은 솔직함이 아니라 무례함이다. 자유라는 것은 타인의 자유나 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나는 어디에 사느냐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한국이 조금 더 편하다.

-스웨덴에서 나의 첫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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