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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머 Oct 13. 2021

찌르르한 순간을 차곡차곡 쌓으면 행복을 만질 수 있다.

는 가설을 테스트해보려고 합니다.

새 프로필 사진. 내가 직접 그렸다.


 프로필 사진과 닉네임을 바꿨다. 글을 반년씩 안 올리는 게으른 나지만 그래도 89분이나 구독해주셨는데 생뚱맞은 프로필에 놀라서 구독을 취소하실 수도 있겠다. 저는 게살버거 사진을 프로필에 걸고 있던 (구)무고 입니다.


 잡생각이 많은 나는 조금만 틈이 나면 거창해도 너무 거창한 생각을 한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나? 어떻게 살아야 하지? 뭘 하고 살아야 행복할까? 행복? 행복은 뭘까? 늘 행복할 수가 있을까? 그건 안 될 것 같은데. 아무튼 지금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것 같군. 그럼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까. 아니 행복까진 못하더라도 죽기 전에 후회는 안 했으면 좋겠는데.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확실한 건 이런 거창한 생각이 행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거다.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뿐, 어떤 답도 대신 내려주지 않았다. 


 깨달음은 그렇게 거창한 생각이 아닌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어느 주말이었나, 집에서 띵가띵가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과자가 먹고 싶었다. 그 과자를 먹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기억이 안 나는 그 과자를 사러 단숨에 편의점에 갔다. 편의점에는 마침 그 과자가 있었고, 나는 하얗고 살짝 굽은 신한카드를 얼른 카드 리더기에 꽂아 계산을 마쳤다. 


 과자를 사들고 집에 들어가던 길. 얼른 먹고 싶어서 계단을 막 뛰어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와 나 지금 가슴 터지도록 행복해'. 입꼬리가 씨익-도 아니고 씨-이-이-이-이-익 올라가 있었다. "아 진짜 행복하다"하고 소리 내어 말했던 것도 같다.


 그날 알았다. 나는 이런 거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구나. 돌이켜보면 진짜 행복하다 느꼈던 순간들은 별로 특별하지 않은 일상 속에 있었다. 굳이 어디 좋은 데를 가서 좋은 경치를 보고 맛있는 걸 먹지 않아도, 매일매일 똑같이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그런 기쁨을 주울 수 있다. 


 그때의 기쁨을 가끔 꺼내 생각하던 요즘, 문득 '그런 순간을 많이 쌓으면 그게 행복 아닐까?'싶었다. 기쁜 일을 계속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일어나는 일들에 마음을 열고 있으면 기쁨뿐만 아니라 즐거움, 설렘, 고마움, 귀여움, 사랑 같은 것들도 더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런 찌르르한 순간들을 통틀어서 '찌르르 모먼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찌르르 모먼트를 그냥 '아- 좋다-'하고 넘겨버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지나가면 곧 사라지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그걸 잘 기록해서 차곡차곡 쌓으면 내가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고, 내게 행복이란 어떤 건지, 나는 어떨 때 행복한지 어느 정도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가설을 검증해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찌르르 모먼트를 브런치에 정리해보려고 한다. 쓰다 보면 뭐든 되겠지, 기록의 힘에 기대는 마음으로. 마음을 열고 글을 쓰자. 


 아, 그래서 저 귀여운 프로필 그림은 갑자기 왜 튀어나온 거냐면... 그 이야기는 다음 글을 쓸 저에게 미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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