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꾸준히 하자
잠을 자도 자도 피곤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개운해본 지가 언젠지 모르겠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더위에 약한 몸은 축축 처진다. 체력이 떨어지니까 머리도 덩달아 멍청해진다. 복잡한 걸 이해하기 어렵다. 이건 그냥 노화가 시작되어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몸이 맛탱이가 가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이전에도 홈트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길어봤자 한 달을 못 채우고 흐지부지 돼버렸다. 혼자서는 꾸준히 하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돈을 들여 요가원에 다니려고 했다. 두어 달 전에 집 근처 요가원에 가서 한 번 체험해봤는데 선생님도 좋고 수업 분위기도 좋았다. 앞으로 거길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역병이 심해져 그럴 수가 없어졌다.
요가원을 못 가게 됐어도 어쩔 수 없다. 운동을 해야 한다. 혼자서라도 요가를 시작했다. 방바닥에 요가 매트를 깐 다음 유튜브에서 요가 영상을 틀어놓고 삐걱삐걱 따라 하고 있다. 오늘도 요가 매트 위에서 한 시간을 꼬박 끙끙댔다. 마지막에 사바 아사나(힘을 빼고 누운 자세)를 하다가 번뜩 머릿속이 상쾌해졌다. 뒤통수부터 미간까지 길을 뻥 뚫어버린 느낌이었다. 뻥 뚫린 길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풀잎이 흔들거리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래서 요가를 하는구나. 몸이 튼튼해지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피로도 풀어지니까 말이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사바 아사나를 하고 있으면 '그래, 영적인 세상이 있을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이 든다. 바쁜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평온함이 확 밀려온다. 거기 몸을 맡기고 있으면 머릿속에 살랑살랑 바람이 분다.
이제는 운동 며칠 했다고 금방 몸이 가뿐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하루하루 조금씩 더 유연해지고, 힘든 자세를 조금 더 버티게 되고, 안 되던 자세가 될 때 그 변화 때문에 무지하게 뿌듯하고 내 몸이 더 좋아진다. 어제보다 더 발전하다니! 노화가 시작되는 나이임에도 나는 더 나아질 수 있구나!
매일 한 시간을 들이는 게 아직 백수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지만 다음 달부터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게 되면 여유 시간 한 시간이 엄청 소중하고 운동에 쓰기 아까울 때도 많을 거다. 그러나 이 상쾌함을 늘 기억하며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요가를 하는 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