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머 Sep 17. 2022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자식 낳길 잘했다네

그 얘길 들은 딸은 행복했다네

 어제 엄마랑 아침을 먹는데 엄마가 문득 이런 얘길 했다. 


 "자식 낳길 잘한 것 같아. 너 보면 힘이 나."


 듣는 자식은 조금 부끄럽고 엄청 기뻤다. 좋아서 푸흐흐 웃고 "그래? 힘이 나?"했다. 


 "어. 솔직히 어른 되고서는 썩 기쁠 일이 없어. 자식 때문에 기쁜 일이 생기는 거지."


 "근데 애 키우는 거 힘들잖아."


 "너네는 수월하게 컸어. 그리고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만 고생하면 돼. 아니다. 한 3년만 고생하면 돼. 아니다. 1~2년만."


 "신생아 때?"


 "응."


 "어휴. 난 나처럼 밤 12시만 되면 깨서 우는 애 낳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아."


 "힘들긴 한데... 어쨌든 시간은 가니까."


 그런 얘길 하고 평소처럼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하고 다음날이 되었는데도 계속 생각이 났다. 나는 그냥 살아있을 뿐인데 날 보면 힘이 난다고 한다. 엄마가 낳아주고 키워주었기 때문에 살아있는 건데. 힘이 나는 건 난데. 엄마한테 크게 해주는 것도 없고 다 컸는데도 얹혀살면서 엄마 배고파 밥죠 움냠냠 하는 쌀벌레인데. 툭하면 며칠씩 나가 있다가 지 좋을 때만 들어와 밥 달라고 하는데.


 그 얘길 들었을 땐 울컥하는 것보단 마냥 기쁘기만 했다. 근데 지금 글 쓰려고 앉으니까 좀 울컥한다. 밤이라서 그런가. 


 어릴 땐 어리니까 귀여움을 받았다. 학생이니까 가르침과 돌봄을 받았고 엄마 아빠나 학교 학원 선생님, 아무튼 누군가 날 주시했다. 잘하고 있는지, 엇나가진 않는지, 힘들어하진 않는지.  어른들 많은 곳을 가도 어린아이라며 환영받았던 기억이 난다. 내 존재만으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었던 시절. 가는 것만으로도 환영받던 시절.


 그런데 졸업을 하고 나니까 그런 관심과 환영이 사라졌다. 환영받는 자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처럼 무조건적인 환영을 받을 수는 없었다. 불편한 자리도 많아졌다. 그리고 그런 삶에 곧 익숙해졌다. 나도 모두를 환영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어제 엄마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좋았다. 날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니. 나를 낳길 잘했다니.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말해주니 좋아서 볼이 간질거렸다. 근데 내가 멋없이 뱉은 말은 겨우


 "나도 엄마 있어서 좋아."


 였다. 뭔가 좀 더 멋진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엄마가 있어서 좋은 거 이상으로, 다른 엄마가 아닌 바로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너무 좋은데. 언젠가는 말해줘야지. 아니 이렇게 미루지 말고 조만간 말해줘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경기러는 강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