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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Apr 11. 2022

일본은 분명 망했다, 한국은?

<일본에 보내는 경고> - 짐 로저스

# 일본은 망했다


일본은 강대국이다. 인구는 1.3억명이다. GDP도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일본은 반도체, 로봇과 같은 첨단 산업의 소재, 장비 강국이다.


국가별 GDP, 일본은 2위


망한다는 말은 많다. 그렇지만 여전히 강대국이다. 옛날보다 그 중요성이 옅어졌지만, 여전히 일본의 화폐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일본은 잘 나간다. 쉽게 무시하기 힘든 나라다.


그런데 글로벌 투자자인 짐 로저스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일본에 보내는 경고>라는 책에서, 일본이 망할 확률이 높다고 단언한다.




이 사람은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정치학-경제학을 공부했다. 그 후 조지 소로스가 만든 퀀텀펀드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직관적이고 쉬운 언어로 일본의 몰락을 설명한다. 그런데 독특한 건, 일본은 망했지만 한국은 잘 될수도 있다고 보는 점이다. 이 시각이 흥미로워서 내가 글로 남긴다.


우선 알아보자. 일본은 왜 망했을까?





# 일본은 왜 망할수밖에 없나?


* 박스 안은 인용구


크게 두 가지 이유다. (1) 인구 구조, 그리고 (2) 정부 부채다.


일본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인구 구성에서 기인한다. 세계 최저 출생률을 기록했고, 국민 연령의 중앙값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21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인구가 반 토막이 날 것이 틀림없다.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일할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강대국이 되는가?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거주하며 일할 사람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20년 일본의 출생률은 1.37명으로 전세계 최저치다. (그러나 한국은 1.1명이다. 더 낮다)



고령화도 심각하다. 평균 연령이 48.4세다. 선진국 중 가장 높다. 이게 일본이 로봇 강국인 이유일까 싶다. 일할 사람이 없다. 그러니 간병 로봇, 공장 로봇, 다 필요하다. 필요가 수요를 만든다.


일할 사람이 줄어드니까, GDP가 정체가 된다. 왼쪽은 일본-한국의 GDP 성장률, 오른쪽은 일본-한국의 GDP다. GDP 성장률은 한국이 지난 60년 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높다. GDP는 한국이 꾸준히 상승하는데 비해, 일본은 지난 20년간 정체다.


차트를 보면 일본은 90년대 초 5조$ 이상 달성 후, 계속 5조$ 근방을 움직인다. 우리나라는 지속 우상향한다.



나라에 일할 사람이 없다. 이게 지속되면, 이 나라는 가난해진다. 해법은 뭘까?


여성의 활약을 추진하는 한편으로 저출산 대책도 세워야 한다. 이것을 상충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양쪽으로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그러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바로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활기 넘치는 기업들 대부분은 이민자 출신이 세웠다.


저자는 여성이 일하고 양육하기 쉬운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양육시설 확충, 출산휴가 보장과 같은 인프라, 제도적 구축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아빠의 적극적인 양육과 같은, 문화적 변화도 요구한다. 그렇지만 이걸로 부족하다.


저자는 '이민'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나도 적극 동의한다. 나는 미국이 잘 나가는 핵심 이유는 딱 하나라고 본다. 미국은 전세계의 수많은 똑똑하고 열정있는 사람을 흡수한다. 자본이 풍부하다. 경쟁 문화도 탁월하다. 그리고, 인재들이 많다. 그러니 나라가 부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일본은 이민을 수용하지 못할거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망할거라고..


일본 특유의 보수적, 경직적 문화가 그 원인이다. 현상 유지만을 추구하는 무능한 자민당 정권은, 절대 파격적인 혁신을 창출하지 못할 거라고 비판한다.


일본 몰락의 두 번째 원인은 바로 정부의 재정 적자다.


아이를 낳기도 싫고, 이민자를 받아들이기도 싫다면 생활 수준 저하를 인정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고도경제 성장기의 달콤한 체험을 한 일본인은 그렇게 하기는 또 싫어한다.

사실 누구나 현재의 생활 양식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지금 일본은 미래로부터 돈을 빌려(국채 발행)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빚을 많이 진 정부다. 현재 GDP 대비 260%인 1,200조엔의 빚을 졌다. 이거, 나중에 다 갚아야 할 돈이다. 누가? 다음 세대가.



난 은행에서 괜찮은 대접을 받는다. 난 빚이 없다. 나는 괜찮은 소득이 매달 나온다. 나는 젊고 건강하고, 일할 날이 많이 남았다. 그러니 은행은 나에게 쉽게 돈을 빌려준다. 내가 빚을 갚는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은퇴했고, 자산도 없고, 빚만 남았다면? 은행은 신규 대출을 안 해준다. 기존의 대출의 연장도 안 해준다.  


저자는 말한다. 일본이 지금 이 상황이라고. 그간 성공했던 경력이 있어서, 아직 일본 정부는 저렴한 가격에 돈을 빌린다. 그렇지만 일본에는 곧 일할 사람이 사라지고, 혁신도 옅어진다.


그러면 사람들은 의심한다. 일본 정부가 돈을 갚으려면 세금을 매겨야 한다. 그런데, 나라에 일할 사람, 좋은 기업이 없는데, 어떻게 세금을 매기지? 못 믿겠다..


이렇게 되면 일본 정부는 새롭게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 운 좋게 돈을 빌릴 수 있어도, 옛날보다 비싼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옛날만큼 국민들을 위해 돈을 펑펑 못 쓴다. 복지, 교육 등 국민 일상에 대한 지원은 감소한다.


그렇다면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돈을 덜 빌리고, 아껴써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자민당 정권은 그럴 일이 없다는게 저자의 요지다.


저출생, 정부 적자. 이 두 문제의 해결이 요원하다. 국가를 좀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니 망한다.




# 한국은?


난 읽으면서 의아했다. 저거 우리 문제인데?


특히 저출생 문제는 우리나라가 더 심각하다. 일본보다 출생률이 더 낮다.(1.37 <>1.11)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이민에 비우호적이다. 일하는 여성의 양육이 어려운 환경은 저 나라가 이 나라나 매한가지다.


그나마 다행인건 정부 재정 적자다. 그런데 이것도 급속히 증가할 거다. 정부가 보살펴야 할 노인층은 늘어난다. 그리고 지원의 폭도 두터워진다.


일할 사람이 적어진다. 정부 재정이 악화된다. 이거, 우리나라 문제다.


저자도 이 문제를 인지한다. 그렇지만 한국에는 해결책이 있다고 한다. 나로서는 상당히 뜬금없다고 느껴졌다.


한국은 일본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외국인에 대해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남북통일이 실현되면 한국의 문제점은 거의 해결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투자 가치가 있는 나라로 변모할 것이다.


남북통일이 해결책이라고 한다. 논리적으로는 맞다. 통일이 되면 일할 사람이 많아진다. 더 많은 사람이 일을 하니까, 사회가 부유해질 수 있다. 그러면 정부가 굳이 빚을 안 지고, 세금으로만 돈을 쓸 수 있다. 그러니 일본과는 다를 수 있다.


아, 이거 읽고 생각이 많아졌다. 통일과 같은 '세계사적 변혁'이 없다면, 우리나라도 일본같은 꼴 나는건가 싶었다. 저자가 농담으로 이 말을 한건 아닐 거다. 다만,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나는, 통일이 엄청 멀게 느껴진다.


저자가 지목한 우리나라의 기회 요인이 또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기질성이다. 나도 동의한다.


한국이 일본보다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본인보다 한국인의 기질이 좀 더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현실에 당면한 과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욕을 보인다


한국인은 도전적이다. 지고 못 산다. 할 말 한다. 가만히 못 있는다.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 조금 민망하지만, 우리는 K-신드롬이 회자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여기에 희망을 걸어본다.


읽고 나니 결국 '사람'으로 눈이 간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한 팀의 구성원이, 그 팀의 결과물을 결정한다. 한 기업의 성장은, 그 기업의 구성원이 결정한다. 한 나라의 영광은, 그 나라의 시민들이 결정한다.


한 사회에 똑똑하고, 포용적이고, 혁신적인 사람이 많고, 그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지 않고 협력할 때, 그 사회가 부강해진다.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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