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멀리 가지 않기로 했다. #2
나는 배달음식을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치킨과 떡볶이만큼은 배달앱을 통해서 먹는 재미가 솔솔 하다. 쿠팡잇츠 덕분에 배달비 걱정 없이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고, 그래서인지 한 달에 2~3번 이상 배달앱은 내 일상의 일부가 됐다.
솔직히 나는 까다로운 편이다. 귀찮기도 하지만, 정말 맛있는 음식이 아니면 별점 5점을 잘 주지 않는다. 4점, 때로는 3점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맛, 양, 포장상태, 배달 시간, 이 모든 게 만족스러워야 별 다섯 개가 반짝인다. 그런데도 가끔 이상하게 음식이 그저 그랬는데도 별점 5개를 주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다른 리뷰에 달린 사장님의 답글을 읽을 때다.
"오늘도 맛있게 드셨다니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부족한 점이 있으면 언제 든 말씀 해주세요! 더 노력하겠습니다"
"비 오는 날 주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게 드세요."
이런 짧은 문장들. 복사해서 붙여 넣은 듯한 인사말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리뷰를 읽고 쓴 게 느껴지는 댓글들. 그럴 때면, 나는 귀찮아도 앱을 다시 켜서 별점을 올려준다. 4점을 5점으로. 맛도 중요하지만, 글에서 사장님의 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번, 나는 별점 테러를 한 적이 있었다.
삼겹살이 먹고 싶어 동네 배달 삼겹살집에 주문을 했다. 고기를 구워서 배달해 주는 집. 냄새에 이끌려 몇 점 집어 먹었을 때, 이상했다. 비계가 너무 물렁하고, 뭔가 냄새가 났다. 소금과 후추로 간 때문에 처음에는 몰랐는데, 먹다 보니 입안에 남는 고기냄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언니는 그냥 버리자고 했지만, 나는 화가 났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게 괘씸했다.
전화를 걸었다.
"오늘 손님 말고도 몇 분이 시켜서 드셨는데, 손님만 고기가 이상하다고 하십니다. 저희는 당일 받은 고기만 사용합니다." 사장님 말투는 생떼를 부리는 손님을 대하 듯했다.
"환불 원하시면 환불은 해드리겠지만.... 더 이상은 못 해드립니다" 마치 다 먹고 환불이나 받으려는 사람취급. 그날 저녁, 나는 응급실에서 장염 진단을 받았다.
별점 하나. " 고기맛이 이상해서 전화했더니, 환불받으려는 사람 취급 했고, 나는 응급실에서 장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환불은 안 받았습니다."
고기가 상할 수도 있지만, 문제를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에 더 화가 난 것이었다.
소비자 보호원에도 연락했다. 언니는 걱정을 했다. 우리도 사업하는데 똑같은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고. 그렇게 그 사건은 별 점 한 개의 테러로 끝났다.
얼마 전에는 떡볶이를 주문하면서 메뉴를 잘 못 눌렀다. 가장 매운맛. 나는 매운 걸 거의 못 먹는다. 주문 확인 알림을 받고서야 깨달았다. "아, 망했다."
배달이 오기 전에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한데요, 주문을 잘못 눌렀어요. 혹시 순한 맛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아직 조리 전이면..." 전화를 받은 사장님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친절했다.
"아, 그러셨어요? 걱정 마세요. 지금 막 만들려던 참이었어요. 순한 맛으로 해 드릴게요. 대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죄송해요, 제가 실수를..."
"아니에요, 괜찮아요. 맛있게 드세요!"
떡볶이가 도착했다. 순한 맛이었고, 맛있었다. 나는 그날 별점 5점에 긴 리뷰를 썼다. 사진도 찍어서 올렸다.
"친절하게 대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때마다 그 집만 찾게 됐다. 한 달에 두세 번, 많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주문할 때마다 리뷰를 썼고, 별점 5점을 줬고, 사진을 열심히 찍어 올렸다.
별거 아닌 일이었다. 그냥 메뉴하나 바꿔준 것뿐. 하지만 그 "괜찮아요"라는 한 마디가 나를 단골로 만들었다.
요즘 나는 배달앱만큼이나 당근마켓도 자주 연다. 중고거래만 하던 앱이 이제는 동네 정보의 보물창고가 됐다.
"이 동네 떡볶이 맛집 어디예요?"
"여기 치킨 집 정말 숨은 맛집!" 사장님 정말 친절하세요"
" 00 치킨 배달 시켜봤는데 대박... 별점 테러 당한 것 같은데, 음식은 진짜 맛있어요"
당근마켓 "동네생활'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이 매일 올라온다. 배달앱 별점만으로는 알 수 없는 진짜 후기들. 이웃들의 솔직한 추천. 가끔은 배달앱에서 별점이 낮은 집도 여기선 극찬을 받는다.
"사장님이 좀 무뚝뚝하셔서 별점은 낮은 , 맛은 진짜예요!"
그 떡볶이집도 당근마켓에서 처음 알았다. 누군가 "여기 사장님 진짜 친절하시고 떡볶이 맛있어요"라고 올린 글을 보고 한번 시켜봤던 거였다. 그리고 내가 실수로 매운맛을 주문했을 때, 그 친절함을 직접 경험했다.
요즘엔 당근알바에서 동네 식당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도 많이 보인다. 어떤 공고는 사장님이 직접 "저희 가게 분위기 이래요, 이런 분 오시면 좋겠어요"라고 정성스럽게 쓴 게 보인다. 그 글만 봐도 어떤 가게일지 느낌이 온다. 이런 곳은 아마 손님한테도 그만큼 정성을 쏟겠지.
나는 배달앱을 열 때마다, 그리고 당금마켓을 열 때마다 생각한다. 이 별점이라는 게, 이 추천이라는 게 뭘까. 단순한 평가일까, 아니면 일종의 대화일까. 별 5개를 받은 사장님은 기분이 좋을 것이다. 별 1개를 받은 사장님은 속상할 것이다. 하지만, 그 별점 뒤에는 늘 이야기가 있다. 내가 왜 5점을 줬는지, 왜 1점을 줬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렇게 다음 별점을 결정한다.
나는 여전히 맛있지 않으면 별점을 후하게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별점은 단순히 음식만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 뒤에 있는 사람을, 태도를, 진심을 평가하는 것이라는 걸. 배달앱에서, 당근마켓에서, 나는 오늘도 누군가와 연결된다. 주문 버튼을 누르고, 음식을 받고, 별점을 매기는 그 과정 속에서 동네생활 게시판에 맛집을 물어보고, 이웃의 추천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면서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받기도 하면서. 결국 이것도 일종의 이웃관계가 아닐까. 앱을 통해 만나지만, 별점과 리뷰와 댓글로 소통하는 얼굴은 모르지 마, 마음은 전해지는 같은 동네에 살면서,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의 후기를 믿으면서...
오늘도 나는 떡볶이가 먹고 싶다. 납작 당면과 어묵을 잔뜩 넣은 달콤하고 살짝 매큼한 별 5개짜리!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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