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어느 재래시장 입구에 낡은 건물의 파출소
그 앞 화단에는 그 낡음에 어울리는 감나무 한 그루
그 낡음에 어울리지 않게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감이 열린다.
올 해도 많이 열렸다.
먹지 않는다. 혀에 닿는 순간 얼굴을 찡그린다.
잎은 떨어지고
노오란 감은
흐늘 되는 가지에서 생의 의지가 숨 쉰다.
떨어지면 처참하게 짓이겨져 행인들의 발에 짓밟힐 수 있으니 처절하게 매달려 있다.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겨울
몇 개는 가지와 묶여 어느 집 하얀 벽에
몇 개는 힘이 다하여 떨어져 사라졌다.
몇 개는 서리가 접착제가 되어 붙어 있다.
파출소 경찰관의 야간근무가 끝나가는 아침에 새 두 마리가 날아왔다.
밤새 술이 덜 깬 사람이 아니라
일찍 잠이 깬 존재라서 반갑다.
새들은 가지에 차분히 앉아 두리번거린다.
뾰족한 부리로 버려진 살을 뜯어먹는다.
감사한다.
다 먹지 않는다.
먹을 만큼만 먹고 다시 날아간다.
기적을
바라본다
기도한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우리에게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