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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Gibran Aug 13. 2020

발자취

#아버지

지금, 나의 모습

발자취들의 차곡차곡 쌓인.

애써 외면해보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40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나, 

10대, 20대, 30대의 나는 어떠하였는가?

10대의 기록은 나름대로 있다. 

일기를 썼다. 

20대, 30대의 기록은 전혀 없다. 

험난한 세상을 살았는지 적을 여유가 없었다. 

40대에 들어서 다시 일기를 썼다. 

기록을 하고 싶었다. 젊다는 생각에 너무 앞으로 달리기만 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서 이 젊음이 영원히 갈 것이라는 착각을 하였다. 

40이 되고 중반을 넘어 50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젊음보다는 성숙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작은 발자취들이 모여 성숙의 계단을 밟으리라. 


이 순간 생각나는 사람.

 나와 같은 나이에 아내와 자녀 5명을 남겨두고 홀로 가신 나의 아버지

중학교 1학년 때이다. 

아버지는 청소 일을 하셨다. 술을 좋아하셨다. 그 외는 다른 취미는 없으셨다. 

지금의 나처럼 운동을 하거나 지기만을 위한 시간은 없으셨다.

생계를 책임진 그 어깨가 너무 무거웠다. 입고 계신 노란 청소복이 까맣게 무거워졌다.

그 무게를 잊기 위해 술을 드셨는지, 술로 인해 더 무거워졌는지.

청소 일을 하신 아버지를 나는 부끄러워하였다. 친구들이 놀렸다. 

학교에서 아버지 직업을 적으라고 하면 늘 망설였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쓰러져셨고, 결국 일어나지 못하시고 홀로 가셨다. 


그때 아버지는 남겨진 가족들 옆에 누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그 옆에 앉아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나는 보았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홀로 가는 것이 슬퍼서 일까?

남겨진 가족들이 불쌍해 보여서 일까?

살아온 발자취들이 생각나서 일까?

한마디 말이라도 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차마 하지 못하셨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지금의 내가 보인다. 

나는 행복하다.


오늘 이 아침에 새삼 아버지가 생각나니 마음이 무겁다. 

좋은 아버지로 남고 싶다. 

나의 아버지와 달리.

하지만, 

그런 아버지가 그리운 것은

닮았으므로. 


소리 죽여 불러본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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