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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 Aug 16. 2021

놀고 먹은 연휴

다시 일상으로

'순삭'된 광복절 연휴를 뒤로 하고, 제주에 위치한 나의 집으로 가기 위해 김포-제주행 비행기를 타는데 한 꼬마아이가 울며 떼를 쓴다. 이 비행기가 아니라 저 비행기를 타야한다며 서럽게 우는데, 저 비행기가 무엇인가 하고 보니 우리가 잘 아는 파란색의 대한항공 비행기다. '아이고, 어머니가 힘들겠네. 애기가 왜이리 떼를 쓰지.'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지금 아이에게 비행기는 단순히 한시간 가량 이동하는 이동의 수단 그 이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렴 아이에게 돈 몇만원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비행기가 더 큰 의미일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요즘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 요새 나는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도 시간이 잘 간다. 아니 사실 아무것도 한게 없는건 아니다. 남이보면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차이. 그 차이들을 하루하루 나의 일상 속에 만들어가는 활동들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집을 정돈하고, 예쁜 장식품을 사고, 맛있는걸 해먹고(때로는 사먹고), 좋은 것을 찾아보고(웹툰부터 책, 영화까지!),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사람들과 좋아하는 활동을 했다. 이 모두가 먹고사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지언정,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즐겁고 행복한 일들로 채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루를 돌아보며 다이어리 쓰기, 좋은 시 필사하기,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한잔 내려 먹기, 친구들과 보드게임 하기, 머릿속 어지러운 생각들을 글을 쓰며 정리해보기, 맛있는 요리를 해서 예쁘게 플레이팅하기, 가볍게는 마스크팩부터 피부과 가서 피부관리하기, 요가나 산책 등등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운동하기, 향초 만들기 같은 원데이 클래스 참여하기 등등. 일상 속에서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 하다보면 단조로운 일상이 하고 싶은 것들도 가득찬다.

아니, 이번 연휴. 먹고 자고 논것 외에는 한것도 없는데 왜이리 빨리갔지? 하는 물음표가 가득 찬 채로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나도 오온통 꼬마아이의 대한항공 비행기와 같은 것들을 열심히 찾아가며 먹고 자고 놀고 했구나 싶다. 알차게 먹고 자고 놀아서, 지금 이렇게 연휴가 가는게 아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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