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육지에서 온 친구와 함께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9월 중순이니까 이제 더위나 햇살은 좀 괜찮겠지-하고 집에서 게으름을 피우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먹고택시를 타고 8코스의시작점인 월평아왜나목쉼터로 이동했다.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8코스는 월평아왜나목쉼터에서 중간점인 주상절리 안내소를 지나, 중문을 거쳐 대평포구까지 약 18.9km에 이르는 코스다. 지금까지 걸었던 2코스, 6코스와 비교하면 가장 길었다. 그래서일까 걷다보니 쉽게 지쳤다.유난히 덥고 따가운 햇살은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의 햇살을 절대 만만하게 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 날이 되었다.
약천사에서 대포포구를 지나, 주상절리에서 중간 스탬프를 찍었다. 중간에 베릿내오름도 올랐다. 요새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줍깅 활동을 많이 한다는데, 배릿내오름에서는 혼자 올레길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분도 만났다. 다음에 좀 짧은 코스로 한번 저렇게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도 하고, 환경을 지키며 보람도 챙기고 말이다. 그리고 꼭 브런치에 연재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그런 결심과는 정반대로 오름 하나를 다 오르고 중문까지 갔을 때 우리는 모두 지쳐있었다. "이렇게 걸었는데 아직도 10km나 남았다고?"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햇빛은 오늘도 너무 쎄고 그 덕에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는데, 코스가 너무 길게 남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는 결국 맥도날드 중문점에서 중단을 결정했다. 더 가면 오히려 애매해지겠고, 나머지 부분은 다음에 맥도날드에서 맥딜을 먹고 시작하면 딱이겠다.
그리고 근처 국수집에서 맛있게 비빔국수를 먹었다. 오늘만 날이 아니니 여기서 중단하자. 중도에 중단한다는 아쉬움도 분명 있었지만, 약간의 일탈감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니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이 코스에서 나는 페이서라는 앱을 깔았다. 이 앱은 GPS로 내가 가는 곳을 다 기록을 해주는데, 생각보다 매우 정확하게 추적이 되어서 놀랐다. 다만 쉬고 다시 출발할 때 키는 것을 깜박하면 중간에 기록이 끊기고(그럴 경우엔 끊긴 지점까지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올레길을 완주하고 나서 끄는 것을 깜빡하면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까지 모두 기록이 되어 곤란을 겪는다.(아쉽게도 편집 기능이 없다)
모자와 팔토시, 트래킹용 백팩도 사고, 관련 앱도 사용해가면서 초보 올레꾼에서 점점 레벨업이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제주도에 근무하는 기간동안 올레길 완주를 목표로 열심히 다녀야겠다. 길마다 다른 이야기를 그리며, 새로운 테마를 만들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