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승민 Sep 20. 2023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말한다. 경제적 부담, 커리어의 단절, 과열된 경쟁, 늦어지는 사회진출 같은 사회경제적인 해석도 있고, 삶에 변화를 주고 싶지 않다는 개인의 가치관에 기반을 둔 이유도 있다. 이래저래 돌려 말했지만 그것들은 돈이 없어서 또는 힘들 것 같아서로 요약이 될 것이다. 


△ 이런 관점에서 다소 아이러니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다. 반려동물 역시 돈이 만만치 않게 들고 보살피는 것 역시 많은 시간과 노력, 심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굳이 그 힘든일을 자발적으로 즐기면서 한다는 건 논리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일 수 있다(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하기에는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들은 너무 논리적이다)


△ 어쩌면 반려동물 선호는 자신의 DNA를 전달하는 본능이 억눌려지면서, 대체재를 찾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본능적으로 다른 존재와 함께하고 정을 쏟고 돌보길 원하는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반려동물을 찾는다고 말이다. 


△ 그렇다면, 자신의 아이보다 반려동물이 갖는 비교우위는 무엇일까. 1. 과정이 단순하다. 이성을 만나 썸타고 결혼이라는 장벽을 넘고 아이를 갖는 것은 심리와 사회와 문화와 경제를 넘나들며 많은 수많은 결정과 갈등과 고난을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2. 비용이 덜 들고 덜 힘들다. 물론 요새 반려동물은 사람 못지 않게 돈도 들고 사랑도 쏟지만, 육아에 비하면 혜자다. 3. 기간이 짧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자식이 성인이 돼서도 뒷바라지를 하고 그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데, 반려동물은 그 평생을 보살피더라도 길지 않고 유산을 남겨줄 필요도 없다. 


△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반려동물은 자신을 닮지 않았다. 더 구체적으로는, 자신을 닮지 않은 존재이기에 책임감과 그로 인한 불안이 적다. 


△ 가령 아이가 TV에 나오는 금쪽이처럼 보통 아이과 다르거나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는 경우, 부모는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책임을 느낀다. 아이가 안쓰러워서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내 탓인 것 같기도 해서다. 그리고 사회적인 시선도 그것의 원인을 부모에서 찾는게 통상적이다. 어찌 됐든 나의 유전자와 내가 선택한 사람의 유전자가 절반씩 조합된 존재이니까. 반면, 어떤 반려견이 (공격적인 행위에 대한 제재와는 별도로)단순히 성질이 사납다고 해서 반려인의 인성을 살피진 않는다. 반려인과 반려견 사이에 유전적 연관성은 없으니까. 


△ 아이는 실제로는 부모가 통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제해야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존재다. 실제로는 부모와 같지 않지만, 부모와 같다고 여겨지는 존재다. 그러다보니 자식에 대한 무시는 나에 대한 무시로 받아들여지고, 자식에 대한 존중은 나에 대한 존중이 된다. 그래서 자식의 성공에 집착이 생기고, 집착은 경쟁으로 이어지며, 경쟁은 포기로 귀착된다. 


△ 이런 간극은 '(내가 낳을)아이가 내맘같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통제감에 대한 불안을 키운다. 뒤집어 얘기하면, 사람들은 나와 닮은 내 아이, 내가 책임져야 하는 아이의 존재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이를 회피하려 하는 것일 수 있다. 더구나 현대사회에서는 아이에 대한 정보는 밖으로 빠르게 전달되고, 부모에게 전달되는 다른 아이들에 대한 정보는 어마어마하다. 가까이에서는 아이를 낳은 친구들은 앓는 소리를 하고 TV에도 힘들어하는 부모만 나오니 아이 낳을 마음이 싹 가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뒤바뀐 갑을의 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