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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저널리즘 May 23. 2019

우리는 왜 서로를 혐오하는가

#104 《불안한 사냥꾼의 사회》 석승혜, 김남옥 저자

새터데이 에디션이 주목한 이슈

최근에야 사회적 쟁점이 되었지만, 차별과 혐오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금 문제는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점 아닐까요? 사람들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면 누구든 미워할 수 있다는 태도로 너무 쉽게 혐오에 동참합니다. 《불안한 사냥꾼의 사회》 석승혜, 김남옥 저자는 이 문제의 원인으로 불안을 꼽습니다. 과거에는 극한 상황에 있는 일부 계층만 생존 불안을 느꼈다면, 이제는 한국인 누구나 생존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빠르게 핵심 보기

① 한국처럼 미세한 영역에서까지 차별과 혐오가 작동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②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면 함께 저항할 수 있다. 한국에는 희망을 꿈꿀 방법과 수단이 없다 ③ 태극기 노인이든, 극우 청년이든 불만을 표하는 방식은 왜곡됐지만 한국 사회에 대한 진단은 틀리지 않았다


스크롤을 내리면 확인할 수 있어요

• 청년 세대의 젠더 갈등, 얼마나 심각한 수준일까

• 혐오 ‘표현’을 없애는 것이 문제의 해법이 아닌 이유

• 한국 사회의 신뢰가 붕괴한 계기

• 구성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회의 조건



예전에도 혐오나 차별은 있었다. 최근 혐오 문제가 유독 부각되는 이유가 뭘까?


석승혜(이하 석): 최근의 혐오는 급격한 사회 변동으로 인한 개인의 불안과 관련이 깊다. 불안은 단순히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특정한 지위나 권리를 차지할 수 없는 데서 오는 공포다. 사람들은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혐오하는 방식으로 우월감을 찾는다.


김남옥(이하 김): 요즘 청년들이 불안하다고 하면 노인들은 ‘예전에는 더 힘들었다’고 말할 거다. 과거 불안이 혐오 문제로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모두가 다 똑같이 못 살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벌면 중산층으로 신분 상승할 날이 왔다. 이제 계급 격차는 신분제처럼 굳어졌고, 경제력뿐만 아니라 생활 양식의 차이를 낳는다. 자신의 상황을 고양시킬 수 없는 수단이 없기에 더 불안하다.


모든 나라가 저성장 시대를 지나고 있다. 불안으로 인한 혐오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석: 한국처럼 미세한 영역에서까지 차별과 혐오가 작동하는 나라는 흔치 않은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 혐오는 인종이나 종교 등 넓은 범위를 대상으로 나타난다. 한국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개개인을 ‘루저’라고 지목한다. 신체적인 특징이나 정체성, 취향과 같은 주관적 영역에서의 차이 차별로 이어진다. 미시적인 영역에까지 우열을 가리고 '넘사벽'을 세우는 문화가 팽배하다.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청년 세대에서 차별과 혐오 문제가 더 심각한 것 같다.


김: 청년 세대에서는 특히 젠더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해보면 학생들이 젠더 문제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느껴진다. 남학생은 ‘우리가 남녀 차별을 겪으면서 자라지도 않았는데, 왜 여자들만 차별을 받았다고 하느냐'고 불만이고, 여학생은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와 불안은 더 심각한데 중립적으로 가르친다’고 불만이다. 친한 친구와도 젠더 문제로는 대화를 못 하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을 만큼 입장 차이가 매우 크다.


석: 계급 갈등에는 양극화 해소라는 해법이 있고, 이념 갈등에는 통일이라는 해법이 있다. 젠더 갈등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지금의 청년 세대, 특히 젊은 남성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를 보면서 자랐다. 가정에서는 남성들이 권력을 누리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양성 평등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부모들은 ‘여학생이 공부를 잘하니까 남학교에 가야 한다’고 교육했다. 내 몫을 빼앗겼다고 느낄 뿐 불평등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불안은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특정한 지위나 권리를 차지할 수 없는 데서 오는 공포다. 사회에서 느끼는 모욕감과 수치심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혐오하는 방식으로 우월감을 찾는다.


왜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혐오하면 나의 불안이 해소된 것 같다고 느껴질까?


김: 사회 심리학에서는 자기 집단이 무시당하거나 저평가된다고 느낄 때,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외집단 폄하라고 본다. 한국 사회의 불안은 사회로부터 퇴출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동반하고, 경제적 결핍을 넘어서 개인의 존재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 사람들은 손상된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무수한 경계를 만들고, 경계선 밖의 마이너리티를 차별한다. 


사람들이 불안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이 혐오밖에 없는 걸까?


석: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다면 사회 문제에 저항하거나 연대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이 희망을 꿈꿀 방법도, 수단도 없다고 느낀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저항적 사회 참여로 이어지려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그러나 생계와 취업, 결혼, 퇴직, 노후로 이어지는 생활 불안과,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게 만드는 경쟁 사회에서 신뢰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해결이 가능한 문제이기는 할까?


김: 갈등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갈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곪은 문제가 무엇인지 직시할 수 있다. 메갈리아나 워마드 등의 커뮤니티가 있었기에 불법 촬영과 같은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었다. 기본적인 것부터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기는 것이다. 지금은 혐오와 차별 문제로 소란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는 조금씩 바뀔 수 있다. 


석: 한국의 혐오 운동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태극기 노인이든, 극우 청년이든 불만을 표하는 방식은 왜곡되어 있을지라도 한국 사회에 대한 진단 자체가 틀리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 모두 양극화와 학력주의,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등을 문제 삼고 그 방안으로 사회 참여와 연대, 일자리 확충, 양극화 해소를 이야기한다. 이들이 원하는 사회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인터뷰 전문은 새터데이 에디션에서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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