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이렇게살겠지'
보자마자 반한 책 제목,
'이렇게'라는 단어는 꽤 비관적이게 느껴진다.
저 앞에서는 '그냥' 이라는 힘 빠지는 단어를 찾는다.
하지만 힘낼거야 라는 말보다는 훨씬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때로는 인생이 언제나 행복해야하고
꿈꿔왔던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야 하다는 강박감이
희망이라는 망상이 우리를 더 불행하기 만든다.
가끔 아무기대안하고
이렇게라는 단어에 어떤 생각도 집어넣지 않고
잠에 들어 일어난 순간
불행에 조금 초연해지고
행복에 놀랄 수 있는 삶의 자세를 얻게 된다.
시드니를 처음 오기 전
내내 불안하던 나에게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수십 번 되뇌이며
어차피 생겨날 나의 불행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의 결말은 '이렇게' 이므로
너무 가슴 팍팍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래도 가끔은 빛이 다가온다.
운명처럼,
하지만 오고 난 뒤
'이렇게'치고는 너무 윤기나는 삶의 연속이다.
물론 이방인의 외로움도 있고,
서툰 영어에서 오는 자괴감도 있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오는 피로도 있지만
순간순간 느껴지는 빛이 있어 윤기있다.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 깊은 곳에
우리의 결말은 '이렇게' 이므로
함부로 들떠
나를 아프게 하지 말자고
스스로 되뇌이는
시드니 78일째 새벽이다.
흔히 말하는 3.6.9 슬럼프의 시작이다.
'이렇게'
심플하게 버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