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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는인간 Sep 16. 2022

책을 쓴다는 것, 같이 쓴다는 것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얹기

선량 작가님, 진아 작가님!

제가 마지막으로 작가님들께 띄운 편지가 2022년 7월 16일이니, 꼬박 두 달을 아무것도 쓰지 않았네요. 제가 쓴 글다운 글은 그게 마지막입니다. 글을 쓰지 않았던 두 달 동안 한국에 갈 생각에 바빴고, 그다음은 한국에 가서 바빴고, 한국에 갔다 오니 그건 그거대로 적응해야 할 일상에 또 바빴습니다. 그 사이 두 분이 주고받은 서신이 네 통. 바쁘디 바쁜 이 시간을, 두 작가님들은 여느 때처럼 읽고, 살고, 쓰면서 이리도 알차게 채워가고 계셨네요.


글을 쓰려거든 종이에~라고 노래를 부르는 저지만, 오늘 이 글은 아무런 밑그림도 구상도 없이 손이 가는 대로 적어보고 있습니다. 어떤 문장으로 마무리하게 될까, 저도 알 수 없어요. 아무 말 대잔치가 될 예정이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 주세요. 날 것의 문장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 않겠습니까.


9월이 반절이나 지났는데 낮은 여전히 덥습니다. 아직도 여름인가 착각이 들 정도예요. 하지만 해는 확실히 짧아졌네요. 저녁 6시, 보육원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이 어둑해진 걸 보니 가을은 가을입니다. 밤이 조금 더 깊어지면 저희의 공저 책도 세상의 빛을 보게 될까요?


글을 채우고, 제목을 고르고, 표지를 고민하는 일. 모두가 저에겐 처음이었어요. 산 넘어 산 같은 출판의 길을 포기하지 말라고 밀어주고 끌어 주신 두 분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는 진작에 고꾸라졌을 일이에요. 스스로의 글에 대한 자신감도, 밀고 나갈 추진력도, 마무리할 진득함도 없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글로 적고 나니 정말 그러네요. 늘 반성과 사죄뿐이라 면목 없습니다.


사실 작가님들께 마지막 원고를 보내고 출판사 대표님께 따로 말씀을 드렸어요. 제가 쓴 글이 아무래도 부끄러워 다시 쓸 수 없을까 하고요. 그랬더니 원래 12 꼭지였던 글이 18 꼭지로 불어 나 있더군요. 물론 그중에도 쓸 만한 것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시작은 진아 작가님이, 마무리는 선량 작가님이 해 주시는 책의 몸통에 제 글이 흉한 샌드위치처럼 끼워져 있는 건 아닌지. 누가 되진 않을지. 끝이 보이지 않는 퇴고에서 빠져나오려 이만하면 됐지 싶다가도, 자꾸 다시 가서 고치고, 또다시 덧대는 이유입니다.


책이 나오면 그다음은 뭘까요. 순식간에 매대에 올랐다 사라질 거고, 저는 그 마저도 제 눈으로 보지 못할 확률이 높겠지요. 주변에서 축하와 격려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감사한 마음만큼이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도 몰라요. 그래도 걱정은 많이 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잠시 있다 가는 일일 테니까요. 많은 것이 달라져 보이겠지만, 사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쓰고 싶지만 좀처럼 쓸 수 없는 이 쫓기는 마음도 여전할 테고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책이 나오고 그 기쁨과 영광의 거품이 꺼지더라도 또 같이 읽고 써요, 우리. 아직 마무리도 짓지 못한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참으로 염치없지만, 또 하고 싶습니다. 계속하고 싶습니다. 책이 아닌 글쓰기요. 같이 쓰기요.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얹는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이만 씁니다.




선량, 진아, 읽는 인간

세 작가가 함께 쓰고 나눈 이야기가 올 가을 책으로 묶여 나옵니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요. 아직도 쓰고 지우는 중이니 저 또한 그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혹시라도 만나시면 반갑게 쓰다듬어 주세요. 수고했다, 궁디팡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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