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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웨인 Aug 15. 2020

그냥

아직 살아 있다

하찮고 별거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딘가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사소한 이유로 어딘가 글을 썼다. 일기였는데 유언처럼 문장이 변질됐다. 부끄러워도 쓰고 부끄러워도 올린다. 내가 아닌 건 아니니까.

미역국 같은 거 먹지 않아도 괜찮다. 미끌거려 괜히 울렁거린다. 날씨도 구질해 잘됐다 싶다. 볼품없어도 제법 어울리는 마리아쥬 같다. 근사한 날만 있는 건 아니다. 초라해야 빛나는 여운이 있다.

문자가 왔다. 매년 오늘을 알려 주는 사람. 일깨워 줘 감사함에 버럭 욕이라도 하고 싶다. 내 엄마라 불가능하다. 생일이었구나. 아가에게 속삭이듯 낡은 아들 나이를 건넨다. 세상이 나를 잊고 난 세상을 잊는다.

잘 버틴다. 일하러 가는 곳이 멀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또 버스를 탄다. 하루의 1/4오고 가는데 쓴다. 힘드니 못된 감정이 사라진다. 생각 잃은 뇌는 슬픔을 다진다. 시체를 묻은 콘크리트처럼. 제법 열심 인척 산다. 뜻밖이지만 통쾌하다.

한 걸음씩 나아간다. 재지 않고 간다. 조금씩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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