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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밍이 Jan 16. 2021

전세매물 찾기 : 내 공간 찾기 프로젝트 3

전세상한 설정에 초기 가격 설정이 낮은 매물을 찾아라

보지도 않고 집 계약하는 게 대세라고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나는  어김없이 네이버 부동산을 켜 매물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대다수는 6-7평 원룸이 2억에 육박한 가격들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로고침을 했을 때 마침 내가 원하는 가격대의 전세매물이 있다고 뜬 것이다. 바로 전화를 드렸더니, "이 매물은 이미 보러 오기로 한 사람이 있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3달째 여러 변명들로 매물을 보지도 못한 채 보내버려 왔던 나는 더 이상은 이대로 알겠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 되물었다. "제가 네이버 부동산 한 시간에 한 번씩 확인하고, 방금 새로고침해서 나온 매물인데 어떻게 보러 오기로 한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방금 사이트에 올리신 거 맞잖아요?" 부동산 측에서는 다소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다시 말했다. "음.. 그럼 집을 안 보고 계약한다는 조건으로 부동산에 와주시겠어요?"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집을 안 보고 계약하는 게. 이 동네 부동산은 줄곧 그렇게 얘기하곤 했다. 어차피 오피스텔은 다 비슷하니 귀한 전세매물은 나오는 대로 보지도 않고 계약을 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전 집을 구할 때 제대로 보지 않고 덜컥 계약서에 사인을 한 게 후회되었고, 집을 안 본다는 건 너무 찝찝한 일이었기 때문에 거절했다. "집을 안 보는 건 말이 안 되죠, 어쩔 수 없네요. 알겠습니다." 순간 눈물이 났다. 서울에서 집 구하기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정말 이 정도로 힘이 들 줄은 몰랐다. 몸보다도 정신이 너무 힘들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치를 봐야 하고 돈을 제일 많이 지불하는 건 나인데 뭔가 을의 입장에서 집을 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을 해야 된대." 엄마는 단호하게 얘기했다. "느리게 구하더라도 올바른 절차를 따라서 구하자.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건 말이 안 돼."



 모든 것은 올바른 절차를 따라서


전화를 마치고 습관처럼 네이버 부동산을 다시 한번 새로고침 하고 끄려던 찰나, 또 다른 내가 원하는 가격대의 매물이 떴다. 무융자, 층수도 6층, 원하던 오피스텔 건물 중 하나였다.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큰 기대는 없었다. 분명 누군가 보러 오기로 한 사람이 있다고 하겠지, 아니면 보지도 않고 계약을 해야 한다든가? 아직 소개할 수 있는 매물이 아니라는 식의 핑계를 댈 수도 있고. "여보세요, 저 네이버 부동산에 **오피스텔 전세매물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어머, 벌써 보셨어요? 올린 지 5분도 안됐는데, 처음 전화 주셨어요. 무융자에 6층 맞아요. 언제 보러 오실 수 있으세요?" 어라? 그동안 부동산 중개업자들과는 조금 달랐다. 처음 전화준 것도 맞다고 하고, 보러 오겠냐고도 하는 거 보니 뭔가 신기했다. "저, 2-3달 동안 집을 알아보는데, 그동안 조금 많이 지쳐서요. 혹시 이 매물 제가 제일 먼저 전화했으니 제가 제일 먼저 볼 수 있을까요? 저희 부모님이랑도 같이 보고 싶어요. 혹시 집 안 보고 계약해야 하는 건 아니죠?" "그럼요, 제일 먼저 전화 주셨으니 제일 먼저 보여드려야죠. 부모님 모시고 오세요. 날짜는 언제로 할까요?"


그렇게 운명적으로 나와 우리 집은 만날 준비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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