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처럼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같은 직장을 가게 된 동료 M과 입사를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EDM 페스티벌인 '울트라 코리아'에 간 날이었다. 3달 전에 예매를 하고 2달 전부터 무척 기대를 해왔던 페스티벌이었다. 무엇보다 같은 회사를 다니게 된 M과 가게 된 행사였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어쩐지 날이 흐렸다. 그곳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비가 올 것도 같았다. 그리고 축제에 들어선 지 1시간이 지났을까?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U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페스티벌이었는데, 어쩐지 하늘은 어둡고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게 즐기지도 못한 채 M에게 사과를 고하고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은 뒤 2시간을 차를 타고 U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눈물이 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로 지내왔고, 기숙사에서 함께 살았고, 새벽에는 같은 고민을 하며 서로를 안아주던 U.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라고 하던 그때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봐왔던 그녀와 똑 닮은 그녀의 아버지. 그저 자매 같은 그녀에게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이, 마치 나의 일인 양 그녀가 보지 않는 곳에서 그렇게 숨죽여 3일을 울다가 왔다.
"내세울 것 없는 저에게도 자랑할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제 아들의 아버지라는 것입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을 따라 런던 여행을 했던 적이 있다. 어바웃 타임은 내가 늘 해오던 고민을 풀어준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 팀이 아이를 낳으면서 더 이상 아버지를 만날 수 없게 되고, 아버지를 보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나며 또 다른 생명은 또 그렇게 누군가의 곁을 떠나기도 한다.
나도 언젠가는 맞이해야 하는 순간일 것이다. 나는 과연 부모님과 영원한 이별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고민을 아주 어릴 적부터 해왔다. 누군가는 나에게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에겐 그 순간을 맞이할 마음의 단단함과 겸허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지금도 고등학교, 대학교, 아니 아주 어린 시절의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너무나 많다. 만약에 미래에 부모님이 내 곁을 떠난다면 나 역시 팀처럼 시간을 돌려 계속해서 부모님을 만나고 싶겠지? 어바웃 타임의 팀처럼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영화에서도 말하고 있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을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그 순간을 맞이할 대비로 해야 할 것은 매일매일 오늘을 누리며 사는 수밖에 없다는 것. 나는 그렇게 오늘도 겸허함을 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