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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들 Oct 24. 2024

천사와 악마

내 기준 천사로 산다.

 출퇴근 길 지하철 탄다. 버스도 탄다. 사람이 많다. 얼마나 많이 탈 수 있는지 매일 구경한다. 배차 간격이 길다. 한번 놓치면 오래 기다린다. 어떻게 해서든 타야 한다. 무엇이든 매달려서 간다. 어딘가에 찌그러져있다. 한 시간 넘게 간다. 도착하면 이미 진이 빠져 있다. 여름에는 특히 더 힘들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분들이 있다. 승부욕이 크다. 1등으로 타려 한다. 몸싸움에 능하다. 밀고 친다. 공간 침투 능력이 뛰어나다. 빈자리 찾아 앉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기처럼 잔다. 다리를 넓게 벌린다. 멀리 뻗기도 한다. 공간 확보가 확실하다. 양쪽 어깨를 힘껏 넓힌다. 덕분에 더 기운 빠진다.

 사람 간 기본이다. 누가 안 알려줘도 다 안다. 기분 좋게 가려면 필수이다. 그분들은 모르는 것 같다. 본인만 편하면 최고이다. 다른 사람 불편은 고려하지 않는다. 반대로 당해도 가만히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싫으면 남도 마찬가지이다.

 출퇴근뿐만이 아니다. 사람 만나는 곳이면 다 그렇다. 이해관계가 부딪히면 꼭 일어난다. 각자 본인 이익을 극대화한다.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다. 내 이득을 보려는 건 본능이다. 누구나 다 그렇다. 나도 그런다. 문제는 다른 사람 고통을 외면한다. 나만 잘 먹고 잘 되면 끝이다. 다른 사람 상태는 상관하지 않는다.

 난 성인군자는 아니다. 나도 내 이득을 먼저 선택한다. 나만 잘 되고 싶진 않다. 다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나눌 수 있으면 나누고 싶다. 어려움이 있다면 힘이 되고 싶다. 반대로 나도 도움받고 싶다.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다. 선과 악 기준은 각자 다르다. 난 본인 이익만 취하는지 이다. 악인은 남을 밟고 일어선다. 타인이 느낄 고통은 중요치 않다. 오직 내 잘됨이 우선이다. 그들은 오직 이익이 되면 선이다. 안되면 악이다. 본인은 뭘 해도 괜찮다. 타인이 그러면 절대 안 된다.

 다른 사람 통해 비슷한 존재를 듣는다. 어디 가나 다 있다. 점점 악인이 증가하는 느낌이다. 늘은 건지 원래부터 그랬는지 헷갈린다. 악함이 대세가 될까 두렵다. 이렇게 안 살면 바보 취급 당할 듯하다. 내 아이에게 어떻게 살라고 할지 고민된다.

 그래도 똑같이 살고 싶지 않다. 내 기준 선하게 산다. 내 것만 보고 싶지 않다. 앞만 보고 달리지 않는다. 주변도 돌아본다. 안타까움을 보면 머문다. 탄식이 들리면 귀 기울인다. 조금이라도 도움 된다면 힘이 되어 준다. 감사하면 감사를 표한다. 사과해야 되면 정중히 사과한다.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말한다. 내 가족에게 그렇게 살자고 하고 싶다. 뭐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반대로는 못하겠다. 난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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