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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EFACT Mar 13. 2024

캔틸레버 테이블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날로 먹기


오랫동안 달려오다 한동안 쓰러져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죠.



그만둘까 고민도 좀 하긴 했습니다만..

에이 때려치자, 하기엔 이미 너무 먼 길을 와 있었기 때문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한번 밀고 가 보기로 합니다. 



바로 폭 1미터, 길이 8미터의 공중에 뜬 캔틸레버 테이블이에요. 두둥.



이번엔 그렇게 '끝장을 본 이야기'를 한 번 해볼 거예요.

이번 프라이빗 바 & 다이닝 프로젝트는 건축과 디자인의 경계에 대한 거창한 실험이기도 하거든요.

이를 기점으로 지금은 건축도 하고 있습니다. 해서, 그 전환점이 된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중력을 버텨내면서 더 크고 높은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곧 건축의 역사였어요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행위를 기반으로 하기에 중력과의 투쟁이 필연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건축 기술 발전의 역사는 곧 자연의 저항을 이겨내 온 하나의 대서사였다고 할 수 있어요.




이렇게 기술의 발전이 길고도 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왔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건축은 자연에 '반하는' 성질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자연의 안티-테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조금만 살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이야기를 다 하고 넘어가면 끝이 없을 거예요. 

우리가 도시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연에 반하는 것이고,

이렇게까지 오는 과정에 건축 기술의 발전이 역사와 문명의 발전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는.. 

이루 다 말할 수 없고, 또 좋은 책들이 많으니 넘어가고요 -_



왜 갑자기 상업 공간 디자인을 하는데, 건축 이야기가 나오느냐면.

종종 우리가 하는 일이 디자이너이기보다 건축가, 혹은 더 나아가 도시계획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리테일과 호스피탈리티에서의 많은 요구들은 점점 복잡해지고 또 정교해지고 있어요.

예컨대 90년대의 편의점과 2020년대 편의점을 비교해 보면 제공하는 기능들의 복잡성에 큰 차이가 나죠. 


고객이 요구하는 공공적인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영역이 있을 것이고,

또 그것을 소비하기 위한 사적인 영역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영역들이 교차되는 지점, 혹은 그 주위를 순환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있어야 하고, 

적당하게 각각의 기능적 요소를 분리하기 위한 분절 계획도 필요할 거예요.

또 저장과 보급을 위한 영역,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들을 처리하기 위한 영역도 중요할 것입니다.

정말이지 도시의 축소판 같아요.

늘 이러한 계획(Masterplan)이 장식적인 요소보다 본질에 가깝다고 믿어왔습니다. 


디자인에서 설계, 설계에서 계획, 계획에서 기획으로.. 

무게 중심을 향하는 것이 중요해요.

갈수록 모든 요소가 복잡해지고, 또 정교해지니까, 많은 것들이 흐려지거든요. 

그래서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아요.

우리의 디자인에 대한 애티튜드는 명확해요, 가급적 디자인을 하지 않는 것에 가깝고자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만..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창고와 같은 공간에, 복잡하고 많은 것을 더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위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서비스 공간과 고객을 위한 공간의 분리, 바(Bar)이면서 동시에 다이닝 테이블이 될 수 있는 다기능성,

투명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각 영역의 기능을 명확하게 나눠줄 수 있는 무언가를, 

그 무언가가 뭔진 모르겠지만 단 하나의 구조로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다들 한 번씩은 고민해 봤을 거예요. 건축가든, 디자이너든 간에요.

왜냐면 잘 만들어진 구조가 주는 힘은 어렵게 느껴지지 않거든요. 

늘 명쾌하고, 직관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태생적으로 알고 있어요. 

그 앎이란, 

태어나고 자라면서 체감해 온 물리적인 감각과 시간, 경험에 의해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것들이에요.


자신만의 방식으로 중력을 이겨내고 서 있는 구조는 

껍데기나 장식 없이도 분명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서 있는 건축물들을 보고 경탄하기도 하고 감동을 얻기도 하니까요.


그럴싸하게 그림을 그려놓고선 "마감은 이걸 썼고요, 조명 계획은 저러하게 했고요. 의도는 이렇고요" 식의 

지루한 설명 따위는 별 의미 없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깨닫길 바랐습니다.



Balancing Barn, MVRDV


캔틸레버 구조로 된 건축물을 사진으로 보았을 때, 경탄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동시에, 저 건축물을 실제로 보았을 때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는 평범해서 의아했던 느낌도 생각나요.

체감하기엔 너무 커져버린 스케일 탓일 거예요. 그래서 실제로 봤을 땐 그게 당연한 듯 느껴졌던 거죠.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상상력을 한 스푼 더해보자면,

바로 "이미 존재하는 캔틸레버 건축을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스케일로 옮겨 오자"는 것이었어요.

발전한 현대의 구조기술이야말로 진정 우리에게는 거인의 어깨 같은 거였죠.





요런 개념입니다. 

캔틸레버 구조의 바(Bar) 하나만 가지고 모든 것을 날로 먹어버리겠다는 못된 심보..

하나만 가지고 날로 먹겠다는 심보는 뭐.. 예전 포스팅에서부터 그랬지만서도 어딜 가지 않네요.



구조와 스케일, 

출발점이자 종착지라고 생각했어요. 


8미터 길이의 캔틸레버 테이블은 비현실성을 강하게 자각하게끔 만들어요. 

내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100미터 규모의 건축물보다는, 

당장 내 손에 닿을 수 있는 8미터 규모 테이블이 떠 있는 것이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법이거든요

이 실험이 통해야 할 텐데...


저렇게 컨셉 스케치는 했지만, 저걸 어떻게 구현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8미터 테이블이 공중에 떠 있어"

"우와 대단하다 어떻게 만드는데?"

"그건 나야 모르지. 그래서 공돌이가 필요해"


......

네.. 공돌이가 필요합니다 (해맑)

간단하죠.



은구조의 동근욱 소장님이십니다. 

정말 잘하시고, 또 바쁜 분이신데 어렵게 모셨어요. 


사실 몇 군데 다른 구조 엔지니어링 관련 회사에 컨택을 했었는데, 

지금껏 이야기한 아이디어를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지 않았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하는데 굳이 이런 걸..?" 

"구조설계 비용이 비싼데 그게 뭐 되겠어요?"

"그 뭐 그게 쉽진 않을 겁니다" <--- 이 대답은 지금도 좀 황당해요. 엔지니어링을 하신다는 분들께서..

어쨌거나 대부분 이런 식이었어요.


하지만 은구조 소장님께서는 사전에 귀찮게 자문을 구할 때에도 친절하셨고,

막상 저희 이거 할거에요!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했더니만

'이걸 진짜로... 한다고...?' 하는 눈치를 살짝 보이셨지만 바로 현장으로 흔쾌히 와 주셨어요.



솔루션을 주실 때까진 집에 가실 수 없으심.jpg



시간은 꽤 걸렸습니다만- 

진지하게 고민해 주신 은구조와 긴밀한 협의 끝에 두 가지 정도의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었고, 

그때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됩니다.



캔틸레버 개념도에요. 은구조 동소장님의 자문을 받아 그렸습니다. 

콘크리트 구조체를 만들어 장스팬의 빔을 잡아주고요,

끝단에 작용하는 모멘트를 반영해 캠버를 주는 겁니다. 

구조 모델링을 통해 나온 계산만큼 캠버를 주고, 완성이 되면 수평이 유지되게끔.



모든 과정은 구조 모델링과 설계를 통해 계산 후 기술 검토를 받고 진행되었어요.

콘크리트 구조체의 힘은 핵심이므로 배근도 매우 중요하고요, 

그러한 연유로 무게 역시 어마어마하므로 건물 구조진단까지 (...)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함부로 따라하지마세요.


 

공돌이가 위대한 이유.jpg


우주 경쟁 시대의 4kb RAM : 우리는 달에 사람을 보냈다

현재 8gb Ram : 크롬 탭 무서워 ㄷㄷㄷ 



여러분 보셨죠? 결론은 이렇습니다. 

공돌이는 위대합니다.

기승전 요약하면 이 프로젝트는 공돌이가 다 했고, 우리는 구조 하나로 날로 먹었답니다.

-

다음에는 어떤 걸 들고 와서 날로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생산적인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그럼 비하인드, 과정샷들 나갑니다.


이건 뭐 건물을 짓는 것도 아니고...


현장에 자재 배달온 기사분들이 놀래자빠졌다카더라.jpg



마지막으로

완성된 공간 사진 보러가기


- 컨셉 디자인 Concept Design : 김형진 / ARTEFACT

- 공간 디자인 Spatial Design : 강예경 / ARTEFACT

- 구조설계 및 자문 Structural Eng. : 동근욱 / 은구조

- 시공 construction : 김건현 / Builddoc

- 공간 사진 Photography : UNREALSTUDIO 

- 핸드폰 사진 iphone : 김형진 / ARTEFACT


프로젝트 문의 

Email : contact@artefact.co.kr 

인스타그램 : @artefact.kr

웹사이트 : http://www.artef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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