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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EFACT Mar 27. 2020

osechill - 식물이 있는 이상한 카페



연말을 앞두고 SLIT 작업을 시작하고, 그즈음 갑자기 카페 설계 일이 많아져서, 카페 작업에 치어 살던 힘들고 바쁜 새해 초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숟가락 얹기 -> SLIT 작업 보러가기



표정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카페 일을 하지 않는 것이냐? 

 


하하. 그러니 앞으로도 많이 찾아주세요. 프로젝트 문의 contact@artefact.co.kr / 인스타그램 @artefact_seoul ㅁㄴ이ㅓㅂㅈ이ㅏㅓㅁ니ㅏ어 간절히 원합니다. 원해요. 


언제나 옆으로 새는 것은 어릴 적부터의 습관이었습니다.. 학원을 다녀오면서 pc방으로 자주 새는 바람에 혼도 많이 났었더랬죠. 


이번 프로젝트를 맡긴 의뢰인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라이프 스타일도 그렇고, 하는 일도 그렇고요. 고정된 루틴 속의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프로젝트 초기부터 접근 방법을 달리 연구하는 데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뭐, 말해 뭐하나 싶지만 저희 클라이언트가 늘 그렇듯  정상적인 분들이 별로 없.. 부동산 임대 전부터 같이 빈 공간을 보러 다니면서 얘기를 나누고, 경청을 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건전한 관계로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해 왔고요. 평범하지 않은 바쁘고 특이한 삶을 살고 있다 보니, 프로젝트 시작 전에 공간을 보러 다니는 데에만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 뭐 다음에 또 시간 날 때 봐요" 

그리고 거의 3주 지나야 시간이 나고, 뭐 그런 식. 

처음엔 별생각 없이 시간 나면 미팅 잡고, 만나고 그랬는데. 

이게 참 신기한 겁니다.


뭐랄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에 대해서 잘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물리적인 시간이요. 시간을 두고 부동산도 보러 다니고, 부동산을 보고 나니 배가 고프고, 배가 고파서 같이 밥도 먹고, 밥을 먹으니 입가심으로 차도 한잔 하고, 이러면서 의뢰인에 대해서 더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죠. 관계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이 주는 힘이 있습니다.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어요. 덕분에 우리는 빨리 끝나는 일이 없...


어머님도 만나 뵙고요. 어머님이 누구냐고 제가 먼저 묻지는 않았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이런 그림이 그려지죠. 반드시 일 때문에 만나서 미팅하고, 

"뭐 좋아하세요, 고객님?" 

"아 네, 저는 짜장면을 좋아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메모메모" 

"참, 탕수육은 부먹" 

"앗! 그것도 메모메모, 요즘 부먹의 트렌드는 말이죠..." 

행여나 부먹 좋아하는 고객님 앞에서 찍먹 얘기 나올까 조마조마.. 

나는 찍먹 좋아하는데


이렇듯 주(主)가 빛나는 "화기애매(...)한" 분위기일 것입니다만,

우리 사이는 확연히 다르게 생산적이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가는 좋은 관계였다는 이야기입니다. 후후. 



자 이제 시작해볼까요. 먼저 osechill 이라는 이름은, 이미 클라이언트가 정해 둔 이름이었습니다. osechill이라 쓰고 오색칠이라 읽습니다.



오색칠 그게 뭐야;; 궁금했는데, 여러가지 색.. 오색의 의미도 있고.. 5초 정도의 여유, 그러니까  5sec의 칠링 같은 의미도 있고..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고. 5초를 셀 때의 손의 모양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공간의 톤이나 이러이러한 느낌을 원한다는 이야기는 일절 없었어요. 오색칠이라는 이름, 멋대로 짐작해 본 클라이언트의 성향, 그리고 주어진 환경을 가지고 고민하다가 우리는 프로젝트의 시작을 준비합니다.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던 첫 번째 미팅에서 세 장의 이미지만 가져갔습니다. 우리가 바라본 클라이언트와 그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 젊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언뜻 거칠고, 쉽게 상처도 입지만 자기 치유가 빠르고, 강한 생명력을 가졌고, 또 반복되는 성장 과정을 거치며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고, 내 안에는 많은 색깔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은 밟고 일어선 토대 위에 조화롭게 세워가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 이미 존재해 왔던 것,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거창한 것 같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요. 


은유적이지만 위에 보이는 이미지들에 그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경계는 명확하지 않고, 불안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안에 단단하게 갈무리된 분명한 색깔, 황량함과 어둠 속에도 다소 거칠지만 분명하게 감지되는 생명력을 공간에서도 느끼길 바랐습니다. 너무 정제되고, 절제되지 않기를 바랐고요. 이걸 너무 예쁘게만 포장하면 넘치는 에너지와 젊음에 대한 실례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젊음의 민낯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니 이후 진행은 일사천리입니다만, 큰 자유도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할 일이 많습니다. 클라이언트의 퍼스널리티에 집중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유니크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만... 일단, 공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생명, 식물에서부터 마감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먼저 식물. 



건축물 리모델링 공사가 갓 끝난 지하의 상태입니다. 지하이지만 위의 창이 남쪽에 면해 있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분명하고도 팔딱팔딱 뛰는 생명의 힘이 느껴지길 원했어요. 굉장히 팔팔하고 날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죠. 그리고 그 에너지가 지하 깊숙이 들어와 긍정의 기운을 쏟아내 주길 기대했던 겁니다. 생명이 있으면 좋겠는데, 뭐 그렇다고 사자나 코끼리 같은 애들을 풀어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사실 그럴싸하게 말은 했지만 식물 하나만 가지고 날로 먹겠다는 큰 계획이 있습니다.


에이트리 투입

그동안 작업을 눈여겨보고 있던 조경 설계의 선두주자 에이트리입니다. 사진만 봐선 여기서 나더러 뭘 하라는 거냐?!;; 같은 느낌이긴 한데요. 알만한 곳의 알만한 작업들을 많이 하신 아주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우리는 큰 방향을 여기서 결정짓게 되는데, 식물을 장식적으로 쓰고 싶지 않아 에이트리와 많은 교감을 나누었습니다. 클라이언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나 일정의 한계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도 있습니다만.. 첫 스타트를 끊기 전부터 에이트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실내라는 컨디션 자체가 많은 식물들에게 굉장히 가혹한 환경이라는 것을 저희도 경험적으로 터득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에이트리에 몇 가지만 부탁드렸습니다. 


첫째, 예쁜 식물, 보기에 좋거나 과하게 스타일링 되는 형태의 조경을 원치 않습니다.

둘째, 우리가 가진 환경 안에서 가장 잘 살아갈 수 있는 식생으로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기를 원합니다.

셋째, 1층의 유리 파사드에서는 단절과 동시에 이어짐이 역설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곳이면 해서, 안과 밖에서 같이 잘 살 수 있는 성질을 가진 같은 종류의 식생(이 있다면)으로 조경 계획을 부탁드립니다

넷째, 우리는 지하에서 위로 오픈된 공허한 공간을 큰 존재로 채우고 싶습니다.
다섯째, 우리는 이러한 조경 설계의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토심의 조성 및 식재 기반에 올인(...)할 계획이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다.. 다 해드리겠습니다.


식물이 없다면 의미도 멋도 없는 공간을 전제로 두고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는 온전하게 그것을 담는 그릇을 만드는 데에 집중합니다. 다 만들어놓고서 식물은 저기쯤 심으면 되겠네요, 식물이 있거나 없거나 뭐. 나중에 저기 뒀다가 옮겨버리죠? 하는 식의 접근 방법이 아니라, 조경 설계에 필요한 충분한 식재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우리는 그냥 조경 위에 숟가락만 올리겠다는 의미의 완곡한 표현입니다.




에이트리가 다 해주실 거야



완성된 모습만 보면, 에이 아티펙트 이새끼들 한 거 없네, 식물 덕분에 날로 먹었네 싶지만서도, 식물이 살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닥 전체를 까뒤집다시피 삽질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알고 보면 뭐 별거 안 한 듯하면서 제대로 플랫폼을 만드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거. 



지하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식알못이지만, 관리의 용이성과 효율성을 위해 자동 점적관수 시스템도 들어갑니다. 앱으로 물을 주는 주기와 양을 조절할 수 있고, 흙 아래로 설정한 시간에 맞춰 자동적으로 관수가 진행돼요. 가는 구멍을 뚫은 관들이 흙 속에 묻혀 있어서 포기 포기마다 물방울 형태로 물을 주는 방식입니다. 지속 가능성과 관리는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기존에 조성되어 있던 화단입니다. 건축물 리모델링을 갓 끝내서 매우 삐까번쩍하고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훌륭한데, 다만 조경이 좀 아쉽죠. 조경 면적을 충족시켜야 해서 만들긴 만들었는데 이게 뭐랄까. 니것도 아니고 내것도 아닌 느낌입니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애걔걔? 싶은 스케일이고, 밖에서 안을 바라볼 때는 전혀 아무 기능을 못하는 그런 조경 형태 되겠습니다. 


근처에 유명한 앤트러사이트나, 무대륙이 있는데 그에 비해서 신축이라는 이점은 있을지 모르나, 유리 커튼월로 막혀있는 파사드 형태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의 불리함이 있어요, 일단 불리한 점을 식물로 보완하고 싶었고요. 니 것도 내 것도 아닌 저 정원을 우리 모두의 정원으로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물을 예쁘게 썼네, 이런 것보다는 그냥 무성하게 식물이 자라 있어서 안이 잘 보이진 않는데 들어가보니 재밌는 공간이 있네? 정도의 느낌이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식물이 뭔가 막 무성하게 원래부터 있고 사람들은 그 사이를 헤치고 다니는 그런 막연한 생각이요. 그리고 주변의 이웃 앤트러사이트도, 무대륙도 각자의 캐릭터가 뚜렷하잖아요. 좋은 곳이 생겼는데, 그들이 갖지 못한 캐릭터를 가지되, 좋은 바이브를 가지고 있어서 그들과 한 지역 안에서 공존할 수 있어야만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멋진 거리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요.  


 


개념적으로는 이렇습니다, 밖에서부터 시작된 정원은 안까지 이어져요. 유리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같은 종류의 식물이 이어져 분포하게 되는 것이죠. 앉아서 봤을 때 저기 너머 보이는 실외 정원까지 내 정원!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내 공간을 양보합니다. 밖에서부터 이어지는 내부의 화단만큼을요.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뭐 그런 개념. 


네 이런 개념입니다.


물론 그러다가 살을 너무 많이 내주면 망합니다. 이래서 모든 것은 정도껏 해야..




그리고 내가 앉아있는 부분이 식물과 동떨어져 따로 존재하는 가구나 의자 종류가 아니라, 식물과 같은 구조 위, 그러니까 화단 구조 자체에 걸터앉은 느낌을 주는 것이 우리가 개발한 개념에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고요. 식물을 예쁘게 치장해서 보는 내려다보는 시점이 아니라, 식물이 살고 있는 곳에 내가 왔구나, 라는 정도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식물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조경 시공하는 날. 갑자기 분위기 설치예술
조경 시공하는 날. 구경났네 구경났어.

 동네 사람들이 어디 뭐 주워갈 거 없나 하고 매의 눈으로 두리번두리번거렸던 그 날. 

 

이거 실화냐...

위에서 이야기했던 정원이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대략 이런 뷰인데, 이게 사람 보기 좋으라고 잘 다듬어지고, 장식되어 있는 식물을 내려다본다거나, 감상하는 느낌이 아니라 야생 정원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실내를 약간 내주었지만 실외 정원까지의 깊이감이 상당해요. 물론 지금은 가지치기가 좀 더 되어있고요. 이 정도의 깊이를 가진 정원의 스케일을 눈 앞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당장 주변에선 생각보다 찾기 어려워요. 동시에 이렇게 조성된 정원은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적절하게 가려주는 역할도 합니다.



거칠어 보이지만 생명력이 주는 에너지를 순수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외부 조경이 완성된 후, 오른쪽 이층 집의 할아버지께서는 2층 발코니에 의자를 가져다 두시고 앉아서 커피인지 차인지 모르겠지만 홀짝홀짝 드시며 새롭게 완성된 화단을 감상하곤 하십니다. 예전부터 그러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안 그러셨을 거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바로 앞집 사시는 할머니께서도 정원이 마음에 든다며 흐뭇해하십니다. 조경이 완성된 후 건물주님께서도 매일 방문하십니다. 그렇게 자주 오실 필요는 없는데 (...) 



공간을 찾는 사람들 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에게도 5초 정도의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니것도 내것도 아니었던 정원이 비로소 우리의 정원에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파사드는 딱히 무언가를 더하진 않았습니다. 외부에 무성한 식물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성하고 거친 느낌을 의도했습니다. 지금은 적당히 다듬어져 있습니다만..



전적으로 에이트리에 맡겼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나와서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벤자민 고무나무와 아이들. 벤자민 고무나무는 새로운 곳에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이고, 잘 적응하고 나면 생명력을 뿜뿜하겠죠. 




이제, 마감과 재질을 선택한 과정과 구조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볼게요. 위에 보이는 판을 우리는 대충 부르기 쉽게 오색판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정식 명칭은 Chromate treated steel 정도 될 겁니다. 원래 2년 전쯤 저 판을 연구해서 샘플링 했었는데, 적절하게 사용할만한 곳을 못 찾아서, 사무실에 짱박아 두었던 것이죠. 다양한 금속을 가지고 저 판을 만드려고 시도도 했고, 실험 데이터도 가지고 있는데, 개성이 강하고 핸들링하기도 쉽지 않아서 쉽게 사용할만한 마감은 아니었어요. 어디에나 사용하기엔 부담스럽죠. 그런데 오색칠의 의미와 클라이언트를 보고 묵혀뒀던 이것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판의 무늬 효과는 컨디션에 따라 랜덤으로 나타납니다. 심지어 작업하는 날씨에 따라 패턴의 효과가 달라지기도 해요. 그리고, 상처에는 아주 강하진 않으나 시간이 지나면 크로메이트층 자체가 자기회복력이 있어서 피막이 다시 회복돼요.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색의 영롱함이 옅어져 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게 너무 젊음이라는 의미에 걸맞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어떤 효과가 나올지 미지수이고, 굉장히 예민하고, 자기 회복력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빛이 바래가는 그런 특성들 말이죠. 너무 꽂혀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물론 미적으로도 굉장히 예쁘고요. 보는 각도에 따라서도 은근히 느낌이 다르고, 앞으로도 쉽게 사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유니크한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성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영역을 개념적으로 정의해서 사용하기로 합니다. 


기존에 존재하지만 새롭게 생겨난 것들, 

화장실, 리모델링을 하면서 생긴 거대한 빔은 뿌리 같은 것이죠. 베이스 컬러를 사용할 것입니다.

하얗게 칠해진 보는.. 페인트를 제거할 거에요.

기둥은 태초부터 존재했으니 그냥 두는 거고요.


새롭게 생겨난 서비스 공간인 바는 오색 영롱하게.


원래 존재했던 전기실 & 창고는 존재했던 것처럼 베이스 컬러로.

서비스 스테이션은 새롭게 태어났으니 오색오색하게. 


지하로 내려오면서 톤은 달라졌지만 개념은 유지돼요.기존의 지하에 존재하지 않던 작업 테이블과 서비스 스테이션만이 오색오색합니다. 



대체로 거친 느낌이지만 일관성을 위해 사소한 배관 부속도 크로메이트 처리를 합니다. 굳이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는 작업자분들의 원성이 아직도 들려옵니다. 클라이언트님은 예쁘고 귀엽다며 매우 좋아했습니다.



바닥의 패턴은 자유롭습니다, 각 패턴의 중심은 실내에 있기도 하고, 건물 밖에 있기도 합니다. 모든 개개인이 그러하죠. 모든 사람은 각자 우주의 중심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주변인이기도 하고요. 이 공간을 하나의 완결된 공간, 그리고 세상의 중심 같은 느낌으로 규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의 애티튜드는.. 주어진 공간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규정하고 정리하는 것이지만 이를 배격하기로 했습니다. 외부의 산책로가 가진 정서를 내부로 끌어들이고 싶었습니다. 식물이 밖에서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듯, 바닥 패턴도 밖에서부터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기도 하고, 반대로 안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나가는 패턴들이 부딪히기도 합니다. 식물들이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가지고 이곳에 터를 잡은 것처럼, 오가는 사람들도 편안해지길 바라는 의도가 있습니다. "명확히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이 공간의 성격을 넌지시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 곳이 동네 산책길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길 바랐습니다. 신식 유리 파사드로 마감되어 긴장감과 경직성을 가진 이곳에 숨통을 틔어주고 싶었어요. 굳이 일부러, 실내에 내장용 마감이 아닌 건축 외장 마감을 사용한 이유입니다. 건축물의 외관에 따로 손을 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작업 중인 TYM square 크루. 타일은 이 분들이 제일 잘합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솔직히 식물이 없으면 그냥 좁밥이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딘가 크게 빈 듯한 느낌이 강하잖아요. 반대로 생각하면 생명을 담기 위한 그릇이라는 목적에 의도대로 충실했다고 멋대로 자뻑을 날려봅니다. 화단 자체가 식물과 사람을 동시에 지지하는 하나의 구조가 되고요. 거친 공간이지만 매우 간결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친 공간이기에 더욱 간결해져야만 했어요. 



??? : 당신의 난간, 와이어로 대체되었다. 불만이 있어요? 와이어 보기 좋다 더 난간보다.
         그리고 비싸다. I also 마진 좋아 


난간은 아무래도 1층과 지하를 너무 명확히 나누는 듯한 의미가 있죠. 굉장히 기능적이고 동시에 형식적인 느낌이 강하고요. 칼로 무 자르듯 경계를 구분하는 듯한 기분이 싫어서 상대적으로 흐려지는 느낌이 있는 와이어로 1층과 지하의 경계를 대충 얼버무립니다. 식물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올 예정이니 그걸 미리 염두에 두었고요. 상대적으로 덜 포멀하다고 해야 하나.. 1층의 안과 밖의 경계가 흐려졌으니 지하도 마찬가지.. 여하튼 그렇습니다. 



지하 역시 톤은 1층과 달라지지만 사이즈가 큰 벽돌을 이용해서 스케일을 강조합니다. 벽돌을 한장 한장 쌓아 올려 만들어낸 구조가 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진실성?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있긴 헌가? 싶지만 일부러 공간에 치장재라고 할만한 것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굳이 메이크업 하지 않아도 젊음에서 나오는 기운과 생명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으니까요. 원래 구조재였던 벽돌의 가장 기본적이고 정직한 쌓기 방법을 활용한 거죠. 요즘에야 내진 설계 이슈도 있고, 건축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구조체에서 독립하여 벽돌이 치장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요.


대충 이런 느낌

처음 지하에 왔을 때 느꼈던 어둡고 습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예쁘고 장식스러운 마감이 주는 미적인 룩앤필보다는 묵묵히 쌓아 올려 만들어낸 구조가 주는 힘으로 중화시키고자 했어요. 바닥부터 벽에 이르기까지 묵직한 크기를 가진 벽돌이 단일 구조를 만들고 있는데, 젊음이 가진 에너지가 그런 것과 비슷하지 않나 하고 멋대로 생각해 봤습니다. 노빠꾸로 쌓아 올리는 느낌 같은거?


천진난만하고 노빠꾸 스타일의 묵직한 에너지

......그것은 젊음

  


벽돌이 다 했습니다. 반장님 만세.



1층이 자유롭고 경계가 흐려지는 형태라면 지하는 그 뒤에서 단단한 구조로 받쳐주는 개념입니다. 패턴들도 보다 질서가 있고, 구조를 이루는 기둥이 노출되어 있어 건물 자체가 가진 질서와 선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건축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형태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지하 역시 마찬가지로 건축 외장 마감을 사용해서 1층이 가진 패러다임은 그대로 이어져요. 하나부터 열까지 벽돌을 쌓아 만들어내는 거대한 공간감이 있기 때문에 답답한 느낌이 없어지고요, 사실 벽돌을 크게 다루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배웠습니다. 벽돌만 12000장 정도 썼으니... 


클라이언트가 손수 그린 그림들입니다. 지하는 카페, 그리고 전시 공간뿐 아니라 각종 행사나 이벤트들을 위한 다기능성을 고려해 설계했습니다. 지금은 작품이 두 개뿐이지만 곧 오브제나 가구들이 들어올 예정이에요. 날 것 같은 공간에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 여기저기 놓이게 될 거에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른 오후 시간입니다. 강렬한 자연광과 강렬한 인공광의 믹스 앤 매치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요. 큰 나무와 음지식물의 믹스 앤 매치도요. 아침, 낮, 저녁, 밤의 분위기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이 곳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곳이기도 하고요. 역시 에이트리입니다. 


발주처에 이렇게 음료수도 사주시고.. 고마운 분들.

역시 에이트리입니다(2) 

다 해주시고 음료수도 사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상 조합입니다. 스타워즈에 보면 타투인에 두 개의 태양이 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거대한 두 개의 덩어리가 만들어 내는 붉은빛에 압도되는 느낌. 다른 사연과 기억을 가진 개인들 각각이 모두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재밌는 포인트입니다. 


1층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자리


마무리할게요.

식물은 전문 분야가 아니라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품종들이 개량되는 현실은 알고 있습니다. 인간이 보기 좋고 예쁜 것들을 원하니 화려한 품종이 점점 개발되는 것처럼요. 죄도 없이 미관을 위해서 셋팅되었다가 죽어가는 식물들에 대한 불편한 마음도 항상 가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플랜테리어라는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식물의 존재 이유를 한정지어 버리는 뉘앙스의 어휘라서 볼 때마다 불편함과 미안함을 느끼게 되는 단어입니다. 혹시나 누군가가 오색칠을 보고, 거기 플랜테리어 스타일이 좋더라, 라는 말을 한다면 그 표현이 잘 살고 있는 식물들에게 누가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그냥 앞으로 더 무성하고 야생정원 같은 느낌으로 식물들이 공간의 주인이 되어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시간에도 식물은 그곳에 그대로 있으니까요. 


그저 눈의 즐거움을 위해 실내에 식물을 활용하는 것을 자제해 왔습니다. 클라이언트는 식물에 관한 관점에 적극 공감했고, 동의했으며 또 존중해주었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판단을 내려주었기 때문이에요. 클라이언트에게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공간을 잘 살펴보면 데코나 메이크업 이라고 할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꾸미지 않기, 이 역시 중요한 우리의 계획이지만 이를 너무 좋게 받아들여준 클라이언트에게 또 감사해야겠죠. 두번 감사합니다. 


한 편으로는 굉장히 유려한 듯 하지만 털털하고 자유로운 이 곳이,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의 작품과, 클라이언트의 취향 그리고 생생한 에너지로 가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색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언밸런스한 매력도 더해지겠지요. Real 보다는 Authentic,  그리고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날 것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계획했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곳입니다. 참, 디저트가 굉장히 맛있습니다. 세번 드세요. 디저트. 



완성된 공간 사진 보러 가기


- Project Management : 김형진 / ARTEFACT

- Spatial Design : 강예경 / ARTEFACT
- Identity Design : 조중현 / 퇴사자

- 조경 설계 : 에이트리

- 금속 : 한라메탈 

- 설비 : 대영설비

- 잘 찍은 사진 : 여인우

- 대충 폰카로 찍은 사진 : 김형진


프로젝트 문의 : contact@artefact.co.kr

인스타그램 : @artefact_seoul

웹사이트 : http://artefa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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