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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Jul 21. 2023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을 물려주는 일 

아이에게 큰 비전을 주는 부모가 되는 일

2018. 5. 23. 15:31 ・ 

당대의 보석들과 함께하는 삶


월간 샘터의 발행인 김성구 산문집 <좋아요, 그런마음>을 읽다 보면, 그의 지인들에게 욕심이 난다. 이토록 당대에 이름을 떨친 훌륭하신 분들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사람이라니.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호기심이 드는 것. 그리고 그의 마음에서 나오는 글이란 어떠할지 궁금해 지는 것.



  <좋아요, 그런 마음>에 등장하는 저자 김성구의 지인들 중에 내가 가장 가슴에 크게 남은 사람은 금아 피천득 선생(1910~2007) 이다. 피천득 선생은 시인 겸 수필가, 영문학자로서 그의 <인연><수필><은전 한닢>등은 국내수필의 정수로 평가 받고 있다(p.40). 물론 피천득 선생 외의 저자의 지인인 다른 이들도 너무 훌륭하신 분들이라 따로 언급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이다.



예를 들자면, 영문학자이자 수필가(1952~2009)이신 고 장영희 교수. 장 교수는 소아마비와 세 차례의 암 투병 속에서도 교수, 영문학자로서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을 실천했으며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문학의 숲을 거닐다> 등의 저서를 남겼다(p.89).



스님이자 수필가 법정 스님(1932~2010)도 있다. 법정스님은 <홀로사는 즐거움> <산방한담> <무소유> 등의 책을 펴내고 이를 직접 실천하는 삶을 사신 분이다.(p.96). 물론 <무소유>등의 책의 판매를 통해 아주 많은 소유를 하실 수 있는 분이셨지만 그는 더 큰 어른으로 남은 것이다.



수녀이자 시인인 이해인 수녀(1945~ )도 그의 가까운 지인 중의 한 명이다. 이 수녀는 자연과 삶을 따뜻하고 서정적으로 그린 시로 대중과 소통하는데, <기다리는 행복><사랑할 땐 별이 되고> 등의 책을 썼다. 이처럼 <좋아요, 그런 마음>에 등장하는 샘터 김성구 발행인과 그의 지인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당대를 풍미한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아서 흥미롭다.




피천득 선생과 목욕탕 데이트를 하는 사이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저자가 시인이자 수필가이신 금아 피천득 선생에게 매해 세배를 가고, 가끔씩 목욕탕을 같이 갈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이 가장 부럽다. 대가와 함께하는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모든 삶이 생각하기에 따라 다 그렇겠지만, 대가를 옆에 둔 삶이란, 그저 소소한 일상도 지나는 것이 너무 아쉽고, 또 지나는 시간이 쌓이는 것이 생에 가장 중요한 보석과도 같을, 그런 삶이지 않을까? 이 사람과 나누는 대화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한 것. 잊고 싶지 않아 늘 메모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은 시간들. 훌륭한 사람을 옆에 두고 그와 늘 함께하는 일이란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인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의 인생에서 피천득 선생과 함께한 시간들은 얼마나 훌륭한 시간들이었을까를 생각하며, 나는 부러움을 숨길 수가 없다.




훌륭한 아버지를 둔 남자


  아마 저자가 이렇게나 훌륭하신 분들과 가까이 친분을 유지하면서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글에서 언듯 언듯 내 보여지는 것처럼, 저자 자신의 노력에서 기인한 부분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편으로는 그가 피천득 선생을 비롯한 당대의 대가들과 가까운 사이일 수 있었던 까닭 중에 어쩌면 아주 중요한 부분이, 그의 아버지로부터 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샘터 창립자이신 김재순이었다. 김재순은 제13대 국회의장(1923~2016), 최인호 정채봉 등 다양한 문화인을 발굴, 지원하며 문화예술인 후원에 앞장섰다(p.182). 저자도 부모님에 대한 존경 또한 감추지 않는다. 이런 훌륭하신 분을 아버지로 두었다니, 그 영향이 어찌 없을 수가 있을까? (물론 이런 식의 섣부른 판단이란, 훌륭한 부모님을 둔 자식들로 하여금,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한 본인의 노력이 늘 낮춰 평가 당하게 되는 억울함을 불러오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자녀에게 사람을 물려주는 일


“아이에게 돈을 물려주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내 아이가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람을 물려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거기에서 경쟁력이 갈리는 거라고 말이야.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야 다들 고민하는 것 일 테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그 아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세상에서 먼저 자리잡고 일을 해내고 있는 인생의 선배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 까 싶은 거지. 근데 그러려면 내가 먼저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남편이 살아 있을 때, 전업 주부로 지내던 시절에 앞으로의 나의 미래와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언젠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했던 말 들이 문득 기억이 난다. 아이의 미래를 열어주고, 아이에게 훌륭한 사람들을 옆에 둘 수 있는 복까지 열어줄 수 있으려면 부모는 얼마나 바지런해야 하는가? (물론 내 아이는 알아서 또 잘 하겠지만 말이다. ) 



내 스스로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어느 모로 보나 더할 나위 없는 사람들을 근거리에 두고 왕래하며 지내는 동안, 내 아이는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면서 또한 사람을 얻게 되는 시스템. 엄마가 아이들 학원 뺑뺑이를 돌리기 위해서 엄마가 아이를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엄마를 따라다니는 생활을 통해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시스템. 돈으로도 얻을 수 없는 사람을 물려주는 시스템.



  그런 부모가 되는 것.





  2023.07.21


나는 그런 부모가 되었나. 

나는 그런 부모가 되어가고 있나. 


예전 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이미 물려준 내 유전자 이외에 나는 무엇을 더 줄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https://youtu.be/K4Ifwgc7Aks


https://forms.gle/uKj3BTPcGsG7Ma3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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