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은 인생의 필수요소
제대로 된 삶을 살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는 삶의 재미라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특징을 지녔다. 많은 장점이란 뒤집어 보면 단점이기도 한 것처럼, 이 삶의 재미라는 것 또한 그 뒷면에 늘 고통을 지니고 다닌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들이 한 세트로 다닌 다는 사실을 많은 경우 잊고 산다. 그래서 늘 재미만을 추구하고 고통을 멀리하려 한다. 하지만 고통은 없이 오로지 재미만이 다가오는 그런 경우는 실제로 존재 하기 참 힘들다는 가장 중요한 명제를 깨닫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릴 때는 잘 모르는 것들이 세상에는 많고, 이것 또한 그렇다.)
이를 테면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마음에 결정을 내린다면 우리는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 결정에 대한 근거가 되었던 많은(또는 몇 가지의)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 상대 자체에 대한 이유도 있을 것이며, 그 사람과 나 와의 관계에 대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에 의지해서 결혼을 선택하고 함께 내가 선택한 그 사람과 동거하여 살다보면, 내게 결혼이라는 그 선택을 하게한 바로 그 이유들 때문에 그 사람을 (그 사람과 사는 것을 힘들게) 견뎌내야 하는 그런 순간이 온다.
그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그 사람과의 결혼을 유지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바로 그 지점이 반드시 찾아온다. 하지만 우리는 결혼해서 살아볼때 까지는 나를 결혼이란 선택을 하게 만든 바로 그 이유가 언젠가 그 또는 그 와의 결혼에 대해서 나를 참기 힘든 상태로 내 몰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결혼을 선택할 그 당시에는 절대로 하지 못한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밝혀진다. 내가 원했던 그것이 이제는 나를 밀어내려 한다는 것을. 나를 기쁘게 했던 그것이 실은 나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렇듯 누군가의 모든 장점이란 단점과 연결되어 있으며, 단점 또한 단점에 그치지 않고 한 꺼풀 뒤집어 생각하면 바로 그것이 그 사람의 장점이 되는 경우가 참 많다. 비슷하게 삶의 재미는 삶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삶에 단련이 된 후에 알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이 그렇다는 사실을. 세상을 사는 재미와 세상에서 사는 것이 힘들게만 느껴지게 하는 고통이 소위 한통 속에 들어있다는 것이 실은 그리 놀라운 사실도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늘상 이것을 잊고, 재미만을 추구하거나,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우리는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고통에 대해 그리 반갑게 맞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라고 외치면서 (생각해보면 벌써 그리 젊다고 말하기는 조금 멋적은 나이에 들어선 내가, 혹은 당신이) 굳이 고생을 자처할 필요는 없지는 않은가?” 라고 반문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나는 양귀자의 소설 모순을 읽으면서 만약 너무 평화로운 일들만 일어나는 너무나 행복한 삶이라면 혹시 어쩌면, 일부러라도 우리 삶에 무언가 변화를 집어 넣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양귀자의 소설 모순의 주인공 안진진의 이모처럼 세상의 모든 행운을 독차지 하여, 그러니까 무지 운이 좋아서 아무런 고통 하나 없는 아무런 변화없는 삶이라면 우리는 우리 생의 재미를 위하여 다만의 고통을 자처해야 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본디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변화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니던가. 그것이 때로는 쓸데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일말의 변화조차도 없는 삶이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인지 우리는 양귀자의 소설 모순 속의 안진진 이모의 삶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양귀자의 소설 모순에서 세상의 모든 불행을 짊어진 것만 같은 안진진의 어머니는 결국 그 모든 불행을 헤쳐나갈 힘을 스스로 길러내지만 세상의 모든 행복을 차지했던 이모는 결국은 그 아무런 고통없는 행복에 스스로 못견뎌 하며 사는 것 자체를 힘들어 했다. 그녀에게 아무런 고통이 없는, 아무 변화없는 삶이란 마치 무덤속의 고요와도 같은 것.
우리가 제대로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비단 삶의 의미에만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사는 것 그 자체의 흥분, 떨림, 설렘 등 살아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각종 감정의 변화를 통해서도 우리는 바로 우리 삶의 이유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살다가 맞이 하게 되는 비록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그 고통들은 때로는 내게 살아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일종의 흥분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고통은 재미와 한통 속에 있는 것이므로, 그것은 언젠가 내게 또 다른 삶의 재미를 가져올 것임에 분명하기 그지없다.
나는 양귀자의 모순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게 오는 고통은 그저 아무런 이유없이 오는 것들이 아니라고. 이것은 내게 언젠가 또다른 삶의 의미가 되고, 재미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이제 내게 오는 삶의 고통들을, 비록 내가 그것들을 부르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의젓하게 맞이할 만한 근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