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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ungho Kim Oct 18. 2023

2편. 믿음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김대리, 자네는 어떻게 사장의 신뢰를 얻은거야?” 김대리는 빙긋 웃으며 말없이 곱창을 씹고 있었다.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사장이 좀 의심이 많아? 그 양반 사람을 절대 못 믿잖아.”

“그런데 어떻게 자네에게는 그렇게 결정권을 넘겨줬는지 이해가 안되더라고~”

김대리는 이과장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과장님, 사장님이 저를 믿는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지금 회사에서 사장님 결재를 가장 빨리 받는 사람이 바로 자네 아냐? 자네가 가져가면 그냥 오케이 해주시잔아. 그런데도 아니야? 하하,, 사장이 자네를 제일 신뢰하는데 무슨 소리야.”

이 말을 하는 이과장의 눈에는 약간의 질투가 묻어 있었다. 김대리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으며 대답했다. 

“사장님은 누구도 안 믿으세요. ㅎㅎ ”

“뭐 그렇다 치고~ 그럼 지금 수준으로 오기까지 자넨 어떻게 한건데? 말 좀 해줘.”

“뭐, 간단해요. 저도 사장님을 안 믿는거죠.” 

“그게 다야? 뭔 대답이 그래?”

“그분이 절 철저히 신뢰하신다고 제가 착각하는 순간 전 게을러질 거예요. 그분은 절 늘 테스트해요. 안 믿으니까요. 그리고 그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 순간 그분의 신뢰를 얻고 싶어서 노력해요. 절 믿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일하는 그게 전부죠.” 

이과장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나이 어린 후배의 대답이 마음에 콕 박혀왔다.


직장 동료 중에 습관처럼 “나 믿지?”라는 말을 달고 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또다른 언어습관은 “나 못 믿어?”였습니다. 그 둘의 차이가 무엇이냐고요?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에게는 긍정적 질문인 “나 믿지?”를 쓰고 반대의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질문인 “나 못 믿어?”를 쓴 것으로 보아 대상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인정욕구가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매우 크기도 하지요. 믿음, 신뢰는 그 인정욕구를 충족시켜 주는데 있어서 일등공신의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난 당신을 믿어.”라는 말 이상으로 누군가를 인정해 주는 표현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믿음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고리라는 것을 알기에 거기에 집착하는 것을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중요하기에 더 견고하게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아래의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1)믿음이 필요한 만큼 의심도 필요합니다. 

습관적으로 누구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것은 병일테지만, 반대의 경우인 모든 사람과 상황을 쉽게 믿는 것도 문제가 큽니다. 특히 사람을 키우는 리더의 입장에서 의심은 때로는 매우 필요합니다. 중요한 사항에 대해 리더가 눈으로 확인하는 모습을 때때로 보일 때 팔로워는 해이해질 수 없습니다. 확인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심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이 상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이 생략되면 더 큰 믿음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좋은 리더는 의심을 위해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믿기 위해서 의심하고 확인하는 사람입니다. 


2)의심은 믿음의 업그레이드라 생각하세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필 회장이 손자인 진도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신에게는 오장육보만이 아니라 3가지 심보가 더 있는데 바로 “욕심” “의심” “변심”이라 하더군요. 그 큰 기업을 일군 총수가 사람을 신뢰하지 않고 경영이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의심이 자신 안에 내재된 마음이라 표현합니다. 그는 아는 것이죠. 의심의 과정 없이는 믿음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요. 의심만이 믿음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습니다. 좋은 리더는 의심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업그레이드합니다. 


3)사람이기에 의심도 믿음도 필요합니다. 

오랜 사회생활에서 제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사람은 믿어야 하지만 동시에 의심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 때문에 기업이 급성장을 하기도 하지만 사람으로 인하여 일시에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인간이 갖는 양면성을 기억하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의심하되 근거 없이 의심하지 말 것이고, 믿되 반드시 그 믿음을 검증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믿음은 자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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