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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 Jul 15. 2024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일생에 한번, 한 개라도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 그것을 위해 살아나간다.”

 “ 내가 원소로 환원되지 않도록 도와줘! 너의 도움이 필요해”

                                                                                                   장석주 – 예술가의 사물들-


장석주(1955-현재)는 그의 책 <예술가의 사물들>에서 전혜린을 언급하며 그녀의 검정 옷에 대해 자세히 적고 있다. 대학생 시절 나는 전혜린의 책을 읽고 관심을 갖고 그녀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 보기 시작했다.

“전혜린 알아요? 수학점수 0점인데도 전체 성적은 2등이라서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우리나라 최초로 독일로 유학 간 여성.”

“아니 모르는데, 소설책은 잘 안 읽어서, 다음에 만나면 들려줘.”


“서울에 예쁜 여대생들이 많을 텐데, 왜 나를 만나요? “라고 묻고 싶던 어느 날, 그런 마음을 감추고 그가 잘 모를 것 같았던 작가 이름을 툭 하고 건넸다. 요새 그의 친구의 말이 자꾸 생각나는 중이었다. 그가 서울에서 여학생들에게 인기도 많고, 그래서 여러 번 사귀자고 편지도 받는다고.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수화기 너머로 그가 물었다.

‘서울 오면 이번엔 어디 가고 싶어?.’

“경복궁도 가고 싶고 한강도 가보고 싶고 남산도 가보고 싶고, 엄청 많아요. 아. 광화문도 가보고 싶어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들으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고 아이처럼 떼를 쓰는 나에게 웃으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늘 나를 만나러 와주는 건 그였고 나는 아주 가끔 서울에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딸 넷을 키우는 부모님 입장에선 학비를 내주시는 것도 힘드셔서 용돈을 늘 풍족하게 쓰지 못하기도 했고, 서울과 광주 거리는 지금처럼 ktx가 오가던 시절도 아니어서 서울을 가서 여러 곳을 다니려면 1박을 해야 하는터라, 늘 밥 먹고 차 마시고 산책하다가 내려와야 했으니.

“그래, 전혜린을 좋아하는 꼬마 아가씨, 경복궁도 가고 남산도 가고 하고 싶은 거 다해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다음 약속을 잡으려고 어디 가고 싶냐고 물었지만, 나는 그 여학생들이 나보다 더 예쁜가 에만 신경 쓰였고 점점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독문학을 전공하고 서울로 와서 여러 대학에서 강의도 했어요. 그녀의 책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재미 있게 읽었어요. 그리고도 나는 계속 전혜린에 대해서 그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내 자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입이 되어서 특히 그녀가 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한 천재였다는 걸 강조했던 건 아마도 지적인 허세를 부리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렇게 그해 여름 1987년 나는 전혜린에 빠져 있었다. 여러 서적을 찾다보면 전혜린이 검은 옷을 좋아해서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다닌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가끔 우울한 날엔, 그녀를 따라 하고 싶어 검은 옷을 꺼내 입고 거울 앞에서 그녀의 표정을 따라 하기도 했었다. 멋진 작가가 되어서 그 앞에 나타나는 상상, 서울에 있는 여대생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멋진 여성이 되어 그가 나만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혼자 일기에 적어 보곤 했었다. 그렇게 다정하게 말했던 그였지만 내 바램과 달리 왠지 나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게 해서는 안 될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나를 좋아하는 거 맞아요?


이 글은 작년에 출간한 책 내용 중 일부 입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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