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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 Jul 11. 2024

망각(oblivion)
-나를 기억에 묻고-

사랑의 기억

나를 기억에 묻고 너를 그 위에 다시 묻는다. -피아 졸라-


아르헨티나의 음악가 피아졸라는 '모든 인간의 행위에는 망각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라는 말을 했었다. 피아졸라는 조지 거쉰이 재즈를 클래식과 연결하여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했듯이, 탱고를 클래식과 연결하여 자신만의 탱고를 만들고 싶어 했다고 한다. 춤을 위한 음악이었던 탱고를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하나의 완벽한 장르가 되길 희망했었나 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죠

그리고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죠

그래도 

언제나 슬퍼요


 우리나라에선 영화 해피투게더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피아졸라의 망각을 듣고 있노라면 왠지 피아졸라가 자신의 음악 만큼은 망각되지 않고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환생되어 울려 퍼지길 바란건 아닐까? 라고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 망각이 신의 축복이라고 하면서도 언제나 슬프다고 말하고 있는 듯 말이다.


 나도 한동안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 그와 관련된 것들을 자꾸 반복해서 외우던 버릇이 있었다.

그의 전화번호를 오래 기억하기 위해 은행 계좌 비밀번호로 해 놓은 그런 노력들, 그렇게 망각을 늦춰서 그의 기억을 마음에 담을수 있었다.

  허무해 지기 싫었던 건 아닐까? 그 시간들을 망각한다면 갑자기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여겨지는 두려움이 싫어서 애써 포장하고 미화하고 기억해 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럼에도 사실, 그러니까 그 많은 노력에도 나는 문득 잊고 살았다. 더 성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들을 해내느라 망각하고 살아왔다. 그래서 피아졸라의 음악을 듣던 어느 날 갑자기 슬퍼졌다. 기억해 내려해도 어떤 것들은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기억해 내려해도 기억나지 않는 그 시간들, 그의 모습들, 그의 음성

 기억해 내려해도 기억나지 않는 그 시간들, 그의 모습들, 그의 음성

그 중에서 단 하나  남아 있는 건 피아졸라의 슬픈 노래


망각


모든 인간의 행위에는 망각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살아 숨쉬는 유기체의 생명에는 망각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에 묻혀 잊히는 것 뿐이다.

나를 기억에 묻고 너를 그 위에 다시 묻는다.

-  아스트로 피아졸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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