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처음 갔던 웍샵은 요즘 온라인을 뜨겁게 한 MBTI 심리유형 검사였다. 전북의 소도시에 살고 있던 나는 대학원 동기들과 서울로 웍샵을 간다는 것도 좋았지만 1박 2일동안 집을 떠난다는 것에 조금 흥분되어 있었다. 결혼한지 8년차가 되면서 조금씩 지쳐가던 나에게 대학원 공부는 또 다른 자아를 만나는 듯 좋았다. 대학원 동기들과 기차에 올라 김밥도 먹고 우리가 함께 배우게 될 mbti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기차는 용산역에 도착해 있었다.
드디어 mbti 웍샵이 시작되고 전문강사의 소개와 함께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흥미롭던 mbti 검사지를 받아 들고 내가 어떤 유형인지에 대해서 체크하고 결과지를 받아 든 순간, 나는 INFP라는 나의 유형이 그만 마음에 들었다. 내향적 감정형이며 직관을 선호하고 융통성이 많으며 예술가들과 글을 쓰는 작가들 중에 INFP가 많다는 전문 강사의 말이 더욱 마음을 설레게 했다. 또한 지금 공부하고 있는 심리학과도 잘 어울리는 성향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들었을 때 나는 벌써 상담자가 된듯 뭔지 모를 자긍심까지 들었다. 동기들과 각자의 유형을 이야기 하면서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서울의 복잡한 전철 안에서 나는 꿈 꾸고 있었다.
" 그래, 상담자가 되는 건 나의 운명이야, 드디어 행운의 여신이 나를 알아보는군." 그때의 나는 마치 잃어버린 내 자아를 다시 찾은 느낌이었던 것 같다. 다음 날, 1박 2일의 웍샵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기차 안에서 대학원 동기들과 서로의 유형을 분석해서 맞추는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었던 날들. 마치 서로의 유형을 잘 맞추는 사람이 유능한 상담자라도 되는듯이.
그 후, 대학원의 과정들을 마치고 전문상담사가 되어 상담자로 살아가는 삶은 꿈꾸던 것처럼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사례 분석과 연구로 내 몸과 영혼은 마치 수분이 말라버린 뻣뻣한 허수아비 같았다.
더불어 한국사회에서 INFP로 살아간다는 것도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국은 조직이나 공동체의 규칙에 맞춰서 튀지 않고 순응하는 유형들이 살아 남기에 유리한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소 엉뚱하고 이상적이며 늘 꿈을 꾸고, 책을 좋아하고 자기만의 세계로 자주 들어가는 진지한 INFP인 나는 가끔 한국사회에서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오감에 의한 현실 감각 보다는 육감에 의한 직관을 선호하고 세부적인 꼼꼼함보다 전체적인 조화를 보려고 하는 유형. 반대의 유형인 활동적이고 꼼꼼하고 계획적이며 현실감각이 뛰어난 ESTJ 유형들에게 왠지 밀리는 그 기분이란. 하지만 MBTI 유형의 기본 원형을 창시한 구스타프 융 박사는 각자의 유형을 알고 다른 사람의 유형을 이해해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성격 유형을 연구했다고 했다.
"그래, 한국사회에서 INFP 유형으로 살아 가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 들이자. 상담자가 운명이라고 받아 들인것 처럼."
"파리의 뒷골목의 화가로 살아가면서 몽마르트 언덕에서 시를 써야지" 이런 낭만을 꿈꾸던 나는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타고난 직관과 감성을 발휘해서 내담자들의 아픔을 분석하고 이해하면서 차츰 안정감을 찾고 상담자들의 사회에 적응해 나갔다. MBTI 웍샵에서 처음 공부할때 나는 몰랐던 것이다. 엉뚱하고 이상적이며 늘 낭만을 꿈꾸고 온갖 책을 사모은다고 해서 수 많은 변수를 안고 있는 인생의 터널을 잘 지나갈수는 없다는 것을.
그후, 감성적이고 관계 중심인 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 그날 그날 감정들을 적어 보고 그 후의 결과들을 예측하고 새로운 문제 해결 기술들을 적어 보면서 나의 단점들을 보완할수 있었다. 그리고 나와 다른 유형의 동료들이나 지인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장점을 따라서 해보는 등의 노력으로 인해 사회성이 부족한 예술가 기질에서 때로는 감성과 이성을 적절하게 통합하여 쓰는 인간이 되었다. 물론 감정형을 선호 한다고 해서 이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선호유형은 선명하면 처음엔 훈련이 더 필요할 것이다.
한국에서 INFP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내가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혹은 내 유형의 단점들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달려 있다. 언제나 알 수 없는 삶의 모호함들을 빠르게 인식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것이라고 융은 우리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아래에 참고문헌을 통해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의 유형을 알고 나서 모호함에서 이해로 더 다가가게 되기를 희망한다.
융의 4가지 심리유형 이론
* 4가지 선호경향(preference)
MBTI 는 네가지의 분리된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지표는 네가지의 기본적인 선호경향(선호도 또는 선호성) 중의 하나를 나타내고 있는데, 융의 이론에 의하면 이 선호경향이 인식과 판단의 사용 경향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선호경향은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서 "무엇에 집중을 하느냐" 뿐만 아니라 내용에 의해 "어떻게 "결론을 내리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 외향성과 내향성 : 인식과 판단이 주로 외부세계로 향하는가 또는 내부세계로 향하는가
(Extraversion/ Introversion)
- 감각적 인식과 직관적 인식 : 인식하고자 할때 어떤 종류의 인식을 선호하는가
(Sensing/ Intuition)
- 사고적 판단과 감정적 판단 :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종류의 판단을 더 신뢰하는가, 즉 이성으로 혹은 감
정 (Thinking/ FeeIing)
- 판단과 인식 : 외부외세계에 대처해 나갈 때 판단적 태도를 취하는가 또는 인식적 태도를 취하는가 (Judgement/ Perception) 외부세계에 대처해 나갈 때, 판단적 태도를 취하는가 인식적 태도를 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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