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아들에게 "사람들은 상담자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을까?" 라고 물었더니 나온 대답이다.
사람들이 상담자에 갖는 기대가 참 크다는 것에 일단 놀랬다. 아들이 삶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하고 있는 건 알았지만 혼자서 찾고 싶다고 해서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마음이 움직였는지 어젯밤에 잠깐 대화를 하자고 오래도록 먼저 열지 않은 방문을 노크했다.
"아들도 삶의 의미나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안 행복하다는 걸까? 직장에 취직한 후, 일상적인 일들이 주는 압박감 때문인지 한동안 힘들어 했었다. 이제 자신의 삶에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에 대견하기도 하고 일에 지쳐 돌아오는 날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서 슬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들처럼 많은 내담자들이 갖는 기대 중 하나는, 상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담자는 조력자이고 격려자이며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이나 정보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는 직업인이다. 그렇다면 상담자는 행복해 지는 법을 알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눈물을 보아 온 나는 감히 행복해 지는 방법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지지 않는가를 20년의 상담을 통해서 보면서 알게 된 것들이다. 상담을 통해서 내담자들은 그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언어로 그림으로 작품으로 보여 주었다. 그들이 안고 오는 문제들은 관계와 애착의 문제가 많았고, 관계와 애착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조금씩 안정을 찾고 상담의 종결이 이루어 졌다. 현대인들은 자본주의에 발맞춰서 돈이 많으면 행복할거라고 말을 하지만 그 내면에는 온통 불안과 공허와 사랑 받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아들에게 몇가지를 알려 주다보니 브런치에도 한번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실에 온 내담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대학원 수업에서 제일 먼저 공부하는 것도 자기 분석이다. 자기 자신도 모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상담할 수 있겠는가? 라고 했던 교수님들의 강의가 지금도 내면에 항상 자리 잡고 있다. 상담자의 중요한 탁월성 하나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을 얼마나 더 탐색하게 할수 있느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괜찮다고 방어하고 참아왔다
혼자의 고독이 주는 장점도 너무 많지만, 인간은 혼자이면서 연합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을 때 더 심리적 평안과 안녕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도 내향적인 감정형이지만 하루종일 글을 쓰거나 책보거나 하고 난후, 오래된 지인과 즐겁게 수다를 떨고? 싶을 때가 있다. 좋아하는 과테말라 커피 한잔과 함께.
'인간 폭력의 기원'을 쓴 세계적 영장류학자인 야마기와 주이치는 그의 책에서 고릴라들의 공동체 생활을 촬영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인류의 사회성과 폭력의 기원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보여준 고릴라 무리들의 세상에선 아무 이유없이 폭력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오직 인간만이 전쟁이라는 커다란 폭력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보였던 지적인 성찰은 다시 어디로 갔을까? 다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쟁의 황폐함과 인간의 잔인성이 보여지고 있는 때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않았다고 행복해 할수 있을까? 우울감은 늘 전이된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 같은 뉴스를 아침마다 보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음 편에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