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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May 28. 2023

 숲 속에서 교양과 퓨처리즘을


예전부터 가고 싶던 캠핑장 중 예약 전쟁이 심하다고 하여 일찌감치 포기한 곳이 있었다. 어느 날씨 좋은 5월, 이 캠핑장에서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티켓팅에 도호전.


한산한 어느 토요일, 휴대폰 배터리를 3프로 남겨두고 마을버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볕에 의지하고 있었다. 저전력모드로 돌린 휴대폰 화면 속에 흐르는 네이버 시계의 초침에 온 집중을 한 채, 페스티벌 입장 기회를 잡았다. 다녀온 지 한 주가 지난 시점에서 인상적이고 재미난 점들을 남긴다.


1. 교양이 흐르는 캠핑장, 휘게 포레스트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이런 캠핑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프라와 시설이 완벽쓰.. 내가 하는 생각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 보는 걸 배려이자 교양이라고 (혼자) 생각하는데(나부터 잘하자고 노력 즁) 캠핑장 시설과 사이트 곳곳에 설계자의 교양이 흘러넘쳤다. 평창의 잣나무숲 사이로 햇볕이 쏟아지는 지형적 인프라(?)는 말하면 입만 아프고, 부대시설들도 웬만한 호텔 뺨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생각한 이 캠핑장의 교양이자 배려는 여자 화장실 세면대에 머리끈과 머리띠(세수를 위해)를 구비해 놓는 점, 기존 캠핑장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개인 샤워실과 샤워실 앞에 사용자들 스스로 신발을 가지런히 놓게 만드는 발모양 스티커, 냉장고 속 빈 바구니에 번호를 붙여놓고 캠핑장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이스박스 없이도 신선한 음식을 보관할 수 있게 해 준 점, 매점에 대중적이고 필요한 물건만 들여놓는 게 아니라 캠퍼들이 좋아하고 필요하는 물품들을 진열해 놓는 것까지. 특정 장소에 오는 사람들을 위한 격이 있다면 이곳에 모두 모여 있었다.   


2. 숲 속에 퓨처리즘이라니

장소는 휘게 포레스트라는 캠핑장에서 진행하고, 행사는 닷슬래시대시라는 영상 플랫폼의 홍보를 위해 캠핑 페스티벌이 탄생했다. 휘게 포레스트 캠핑장은 사이트가 50개 미만이라, 참가자들 규모 자체도 많지 않아서 소규모 페스티벌이 주는 매력도 꽤나 괜찮았다. 숲 속에서 낮에는 캠핑 브랜드 홍보를 하고 밤에는 디제잉공연에, 매트릭스 네오가 상상되는 퓨처리즘 세대의 패숀까지 눈과 귀도 호사스러웠다. 행사 주최 측인 닷슬래시대시 어플에 페스티벌을 즐기는 영상을 올리면 등수를 메겨 고퀄의 경품을 주는데, 이 과정에서 캠퍼들이 영상 플랫폼을 알아서 써보게 만들고  페스티벌까지 자연스레 홍보가 되는 효과도 있었다. (행사에 다녀와서 닷슬래시대시의 존재가 궁금해 검색해 보니, 텐바이텐과 29cm로 흥행가도를 달려본 이창우 대표가 만든 소셜 미디어라고.)


행사 주최 측에서 이것저것 챙겨준 웰컴 키트는 요긴하고, 홍보를 요란하지 않고 자연스레 체험하게 만든 점도 내서타일. 날 좀 보소라고 당기기보단 우린 이런 모양인데 관심 있음 오고 말면 가소라는 마인드가 쿨하고 호기심을 만들어줬다. 개인적으로 대놓고 로고 플레이를 하는 물건과 날 좀 봐주소 하는 접근 보다는 본인의 모습에 자신감이 있어서 물건이든 사람이든 상대방이 먼저 문을 두드리게 만드는 개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행사의 운영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캠핑장의 넓디 넓은 잔디와 분리되있는 사이트 자리를 활용해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본인만의 물건을 홍보하는 존이 만들어졌다. 한 비비큐 가게는 역사와 노하우가 난무하는 제조 방법을 정성스레 설명해 주는 과정부터 맥주, 위스키, 자동차 등등 각자 본인 것에 대한 자부심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자신감은 역시나 좋은 미덕이자 많은 시간이 모여서 쌓이는 유일하고 진귀한 면모라 다시 한번 생각했다. 숲 속에 어둠이 짙어지면 기다란 잣나무에 led 조명을 달고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빛이 번쩍 번쩍이며 디제잉 공연이 시작된다. 다른 이들의 눈을 신경 쓰는 게 촌스럽다는 분위기가 들정도로 여러 사람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도 즐거웠다. 이젠 자유로운 영혼들과 뛰놀기보단 뛰노는 모습을 구경하며 에너지를 비축하는 우리 모습도 재미있었고.


내가 다른 곳에 눈을 돌리고 있는 사이에, 세상은 또 많이, 계속 변하고 있다고 체감한 2박 3일. 숲과 디제잉처럼 생각지 못한 조화를 이룰 때 보이는 새로움과 쾌감이 있었고, 캠핑장 곳곳에서 나를 부르던 교양들로 마음이 풍족해진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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