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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Sep 24. 2023

안정감과 개방성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 행복으로 가는 숏컷은 없다(문장 출처:롱블랙)


얼마 전 롱블랙에서 인상 깊은 글을 만났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 더 행복하다. 예민하고 짜증 많은 성격이라면 행복과 좀 거리가 있는 반면 낙천적이고 여유 넘치는 성격은 행복과 어울린다.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은 행복과 비례하고, 신경성만 반비례한다. 호기심이 많고, 신뢰할 만하며 사교적이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상대적으로 행복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겁이 많고 긴장하고 예민한 사람은 행복할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위에 네 줄은 행복에 관한 글이었는데, 행복한 사람은 보통 정서적 안정감을 가지고 있단다. 책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에 나오는 이야기다. (독일 경제학자인 하노 벡과 알로이스 프린츠가 생각하고 쓴 글이다) 이 중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단어가 있다면 정서적 안정감과 개방성이다.


경험상 정서적 안정감을 쉽게 얻은 편은 아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 건 5년 전부터다. (어릴 때 느꼈을 수도 있으나 그땐 안정감의 의미도 몰랐을 듯) 정서적 세이프존을 감지한 건 성인이 된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흘렀을 때다. 다른 사람들은 일찍이 느꼈을 수도 있는데, 살면서 역치와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정서적 안정감을 가지기 전후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전에는 인생무상과 허함을 종종 느끼고 후에는 일상의 기분이 안온하고 전보다는 단단한 내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기분이 드는 계기나 심리감은 기억 속에 아득해졌으나, 지금의 정서감이 내 경험고리 안에선 편하고 무탈한 걸 보니 행복과 연계성이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행복의 종류엔 앗 너무 행복해라고 느끼는 순간적 기쁨도 있겠으나, 지속적인 안정감이 유지되는 것도 포함되니까.


즐거움과 여유로움은 일상에서 호기심과 재미를 찾는 개방성의 영향도 받는다. 이런 개방성이 쌓이면 심리적 안정감으로 이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 개방성은 자신이 경험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서 낯선 것에 대해 인내하고 탐색하는 것, 이라고 지식백과에서 읊어준다. 내 마음속의 개방성은 새로운 것들을 작게나마 탐구하고 경험을 즐겁게 받아들이려는 것인데, 최근엔 친구의 디제잉 데뷔 파티가 그랬다. 음악을 듣는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눈과 귀와 흥으로 맞닿아 본 날이다. 사람 구경도 빼놓을 수 없었는데 내 생활 동선에선 볼 수 없었던 패션 피쁠과 게이들 구경하느라 오감이 바쁘다 바뽀 현대사회였다는.

얼마 전 친구가 선물해 준 "청소하면서 듣는 음악" 책에선 몰랐던 재즈 명반을 익히고, SNS에 나오는 예쁘지만 비슷한 스타일에 조금 피로해졌을 땐 유럽이나 일본 패션 잡지를 사서 스타일링을 연구하는 친구들을 보며 새로운 맛에 해방감을 느꼈다. 갑자기 방금 있던 일을 떠올리면 아침에 러닝머신이 끝나고 건강해진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다. 저녁에 시간이 없고 힘들다는 이유로 운동을 쉬었는데 그럼 아침에 해보면 되지 않겠는가. 가을 아침에 하는 모닝 루틴은 또 격의 없는 경험들을 가져다줄 테니. 나에게 주어진 것이 낡든 새것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재미있게 뜯어볼 구석은 얼마든지 많다.(안 좋은 일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 포함,MBTI T는 아니다) 이렇게 살다 보면 다채롭고 즐거이 받아들이는 일들이 많아지니 개방성과 행복감의 연관성은 깊다는 생각.


지구 건너편에서 연구한 독일 경제학자들의 깊디 깊은 행복론은 롱블랙이 아닌 전문으로 읽어 봐야겠다.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안정감, 개방성, 성실성, 사교성, 친화성, 회복 탄력성 등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선진국 경제학자들까지 행복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진 않을 테다. 행복 숏컷행은 돈으로 살 수 없으니,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고 답을 찾아가며 뽀짝 하게 지내다 복된 순간을 맞이하는게 아닐지.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따라 행복의 정의가 다르다는 본 책은 한 번쯤 훑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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