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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난 돌멩이 Jul 18. 2024

[인생]이 세상에서 돌+아이가 된다는 것

또라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

10년 전까지의 내 삶은.. 위에서 하라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잘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알려주시는 대로 열심히 따르며 내가 할 일을 해가며 살았다. 10년 전쯤, 누군가 나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지시할 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이야기했더니 뜨끔한다. "규정을 가지고 저에게 설명을 해 주시면 그대로 따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한 후 하루가 지나고 본인의 과오를 인정한다. 이때 잠깐 깨달았다.


 '윗사람이라고 모두 정확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구나. 나에게 잘해주는 것처럼 친절하더라도 그들은 그들의 권익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구나.'


그 이후 많은 상사와 후배들을 만나며 살아왔다. 다행히 좋은 상사들을 만나 나에게 좋은 이야기들과 좋은 경험, 좋은 조언들만 들으며 잘 살아왔다. 지금 그분들은 나에게 감사한 은인들이라 생각하며 시간을 내어 만나고 가끔은 하소연, 가끔은 조언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다.


올해, 또라이가 되는 계기가 생긴다. 올해 새롭게 만난 상사라는 것들은(나에게는 상사가 2명 있다.) 일단 일을 미룬다. 자신들의 일이지만 "네가 잘하니까 잘 챙겨서 하도록 해요. 나는 너무 바빠요."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사람들과 일을 많이 했기에 '그들은 정말로 바쁘겠구나. 그래. 내가 해야지.'라고 하며 퇴근시간을 지나면서도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바쁘다는 그들은 조퇴도, 출장도 많이 가는데 절대로 퇴근시간을 지나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 늦게 퇴근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하다 보면 나에게 얻어지는 것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조금 더 버텨본다. 감사하게도 주변 사람들은 "네가 요즘 고생이 많다며?", "힘을 내."라는 말로 위로와 격려를 해 주었다. 그래서 또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 보았다.


어느 날, 2번 상사가 내가 권한이 없는 일을 나보고 하라고 한다. 당당하게도 지금은 휴직 중인 나의 상사(그를 대신하기 위해 온 사람이 2번 상사이다)에게 연락하여 서류를 작성한 후 자신에게 파일을 보내면 본인이 직접 결재를 받겠다고 한다. '회사 생활을 잘못했나? 이런 적은 없었는데? 휴직을 한 사람은 휴직한 사유가 있을진대 왜 휴직한 사람한테 물어보고 해결하라고 하지? 본인이 확인하면 되는데?' 곧바로 독대한다. "잠시 대화를 하시죠?" 독대하며 "왜 휴직 중인 분에게 이런 연락을 하여 내용을 작성해야 하고 권한도 없는 이 일을 제가 직접 작성하면 본인께서 결재를 받으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하자 "제가 너무 힘이 들어요. 바쁜 일도 너무 많고. 그리고 지금 휴직 중인 그분은 진짜 휴직해야 해서 휴직한 게 아니라고 들었어요."라고 한다. "휴직은 이미 허가가 난 상황이고 저는 그분의 휴직 사유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분은 그만한 사유가 있으니 휴직을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휴직한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여 일처리를 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남은 우리가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니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당신이 힘든 것 알고 있어요. 우리 힘내 보아요."라고 이야기한다. 그 이후 나에게는 다시 이전 상사에게 연락하여 일을 처리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번 상사는 책임자다. 책임자에게 사안에 대해 보고를 하며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지 조언을 구했다. 사실 사안 자체가 큰 것이 아니고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입장에서 사안이 조용히 끝날 것으로 생각되어 사안이 마무리되고 보고를 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그는... 본인이 책임질 일이 생기면 화를 낸다. 하는 일도 없고 아는 것도 없지만 화(짜증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많이 낸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지 물어보는 것이 본인의 해결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를 하겠다고 생각을 한 것은 조용히 지나갈 일일 느낌이 90%였지만 그래도 10%를 열어둔 것이었다. 보고가 하루 늦어졌고 사안이 커진 것도 아니었다. 그 사이 비슷한 사안이 생겼을 때 대처해야 하는 것들을 모두 대처한 후였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보고가 이루어졌다. "왜 보고가 이제야 되는 거지?"라고 하여 "제가 먼저 보고를 받았고 보고 받은 후 이러이러한 조치 사항을 실시하여 조용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내용의 핵심은 이해도 못한 채 "왜 보고가 안되고 그러지?"라고 하여 "그럼 오늘부터 모든 사소한 상황에 대해 보고를 드릴까요? 원하시면 언제든 보고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아니. 그건 아니고 이런 일만... "이라고 한다. "그럼, 제가 조치한 내용 중 미흡한 것이 있어서 지금이라도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시죠. 그러면 제가 지금이라도 조치를 하겠습니다."라고 하자 "2번 상사에게 보고를 해야지."라고 한다. "2번 상사에게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1번 상사에게 보고하라고 합니다. 또 다른 조치 사항이 있을까요?"라고 물으니 "아니 2번 상사에게 보고하고 협의를 해야지."라고 한다. 그래서 1번 상사, 2번  상사, 나, 담당자 이렇게 모인다. 큰 노트를 들고 그들이 도대체 어떤 결론을 내는지 적어보려 하였다. 담당자가 진행사항을 자세히 브리핑한다. 1번 상사는 "어떻게 하지?", 2번 상사는 "어떻게 할까요?"라고 한다. 이때부터 나는 입을 다문다. 이유는 어떤 좋은 의견을 가지고 오는지가 궁금해서이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관련 실무를 하며 이 일은 내가 대처한 대로 하면 조용히 끝나는 것이 거의 99%였다. 담당자 또한 입을 다문다. 그는 나와 생각이 같았을 것이다. 그러더니 2번 상사가 "고객을 불러서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까요?"라고 한다. 속으로 '일을 키우는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난 이제 손을 떼야겠다.'라고 생각했다. 1번 상사가 "일단 통화만 한 번 더 하고 결과 보고 해 줘요."하고 이야기한다. 통화 내용도 지시할 줄 모르고 통화만 하라는 멍청한 이야기를 입으로 내뱉으며 회의를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가 끝난 후 담당자는 다시 고객과 통화한다. 고객은 조용히 끝내고 싶은 일을 왜 자꾸 이야기를 꺼내는지 기분이 나쁨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대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무식하면 열심히 하던가. 열심히 안 하려면 똑똑하던가. 무식하기도 하면서 열심히도 안 한다면 그들은 월급을 제일 많이 받으면서 뭘 하는 건가? 책임지기도 싫어하는데 그들은 늙었다고 돈을 받는다.


내가 또라이가 된 건.... 지금부터다.

이렇게 참고, 참고 일을 하다가 결국 쓰러진다. 수술할 일이 아니라면 결근을 한 적이 없는 내가 4일을 결근했다. 내가 빠진 자리의 일은 당연히 2번 상사가 해야 한다. 왜냐하면 나의 대체 인력을 며칠이라도 뽑아야 하는데 그 일을 2번 상사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번 상사는 휴직 중인 사람에게 또 연락을 한다. "계약서가 없어요." 보다가 답답했던 동료가 "그냥 연락하시지 말고 이전 것을 따라서 작성하면 안 될까요? 금방 할 것 같은데.."라고 한다. "그래요. 그럼 해 주세요." 또 그렇게 일을 넘긴다. 병가를 쓰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좌불안석이다. 그래서 다 낫지도 않았고, 지난 상사분들의 조금 더 쉬고 나가라는 만류에도 다시 출근을 한다. 나를 본 2번 상사는 "아픈데 어떻게 나왔어요. 좀 더 쉬지 그랬어요."라고 한다. 그 얼굴에 '네가 일을 했으면 좀 더 쉬어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네가 우리 동료들에게 일을 넘겼잖아요. 나쁜 X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 번 참았다. 그건 부모님이 너처럼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살 수 없다고 한 말이 떠올라서이고, 두 번째는 미친 X들에게 에너지를 빼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걱정스러운 말투(가식이 떨어지는 말투)로 1번과 2번이 전화를 해서 괜찮냐 묻는다. 괜찮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일단은 버티겠다 한다. 1번은 이틀 후의 회식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우리 회식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날이 서 있었던 나는 "그걸 내가 결정해야 합니까?"라고 답한다. "아니 결정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럼 뭘 원하십니까?" "아니. 회식이 어떻게 되는지 해서... ", "저는 못 갑니다. 병원에 가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몇 명 안 되는 부서원들과 회식을 할 수도 없고... " 자기가 욕먹는 건 싫고 다른 부서원들에게 물어봐달라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저런 것이 책임자다!!!! "제가 물어봐 드릴게요."라고 하고 전화를 끊는다. 다들 그들과는 식사도 하기 싫다고 한다. "모두 안된다고 합니다."라고 한 후 그와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았다.


난 둥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좋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고, 나쁜 사람에게 나쁜 사람이고 싶은 '콩콩팥팥 인간'이다. 가끔은 '내가 올해 꼬였나? 난 왜 올해 좋은 사람이 없고 나쁜 사람만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빨리 올 한 해가 끝나길 기다린다. 아픈 후, '그들의 마음은 이제 그만 들여다보자. 내가 제일 소중하다. 만약 내가 정말 짜증이 나서 올해 이 일을 관두게 된다면 내가 적어놓은 이 모든 내용은(따로 적어 놓은 내용들이 있다) 꼭 고발하겠다.'라고 생각해 본다. 착한 마음먹고, 무시하며 살고 싶은데 잘 안돼서 참 답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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