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귤 조합은 언제나 옳다.
제주와 귤 조합은 언제나 옳다
들어서자 커다란 귤나무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귤' 나무였다. 하귤나무는 제주에서는 흔히 정원수로 심는다. 하귤은 껍질이 두툼하고 단단해 까먹기가 쉽지 않다. 맛도 시고 쌉싸름한 편이라 과육 자체를 즐기기 어렵다. 오히려 향긋한 향이 매력적이라 귤청에 더 어울린다. 그럼에도 노란 열매가 제주 돌담과 잘 어울려 정원수로 주로 쓰이는 듯하다. 제주에서는 길가에서, 집 마당이나, 밭 한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탐스럽고 커다란 귤이 열리면 어떤 나무보다 아름답다.
바리스타와 감귤농장
심심한 주말. 수차례 검색을 하다 바리스타 챔피언이 운영하는 카페를 찾았다. 감귤농장 한편에서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라니.. 이 낭만적이고 이색적인 조합에 이끌려 동생을 깨웠다. 도착하니 사람 키 3배는 훌쩍 넘는 커다란 하귤나무가 우리를 맞이했다.
풍성한 이파리와 단단하고 탐스러운 열매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냄새가 잘 묻어나는 곳이었다. 곳곳에 심긴 나무 아래로 테이블들이 놓여있었다. 창고를 개조한 듯한 작은 카페와 그 옆으로 이어진 감귤농장이 인상적이었다.
'누가 귤국 아니랄까 봐..'
푸른 잎사귀 사이로 노란 귤이 풍기는 정취만으로도 제주다웠다. 귤+커피 조합의 메뉴도 이색적이었다. 국가대표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곳이라, 드립 커피와 에스프레소 위주일 거라는 편견을 깨는 구성이었다. 탠저린 카푸치노, 탠저린 라테, 유자 아메리카노 등등 귤향 가득한 메뉴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스 탠저린 라테와 아메리카노를 한잔씩 주문하고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여기까지 와서 살찐다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동생이 못마땅해 내 맘대로 주문할까도 했지만, 운전해 준 것이 고마워 그 의지를 꺽지 못했다.)
가게 안에서 원두도 구경하고, 바로 옆 감귤 농장 어귀에도 다녀왔다.
언젠가 직장 그만두고 '이런 카페 하나 차리면 어떨까' 상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제주에서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느긋한 카페 사장을 잠시 그려보았다. 우리가 감귤농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리스타도 아니지 않냐며.. 객관적인 진단과 함께 현실감각이 돌아올 때쯤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정말 제주와 귤 조합은 옳다'
하귤 나무 아래에서 마시는 아이스 탠저린 라테는 기대 이상이었다. 낯선 맛을 상상하며 걱정했는데, 커피로 시작해 향긋한 귤향으로 마무리되는 감각이 좋았다. 한잔을 다 마실 때쯤이면 귤향이 더 짙게 남아 마치 요구르트 같은 끝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본연의 커피 맛도 궁금해졌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챔피언십 출전 메뉴라는 에스프레소를 마셔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다. 좀 더 추워지면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시러 와야겠다. 눈 내린 감귤농장에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뜨거운 커피도 꽤 운치 있으리라.
전기장판에 누워 귤 까먹는 제주의 겨울
바리스타와 감귤농장, 커피와 탠저린, 제주 돌담과 하귤나무!
낯설지만 운치 있는 관계다. 제주와 귤 조합은 언제나 옳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며 집에 왔다. 괜찮은 외출이었다고 이야기하며 전기장판 안에 쏙 들어갔다. 한 소쿠리 쌓인 파치 귤(생김새가 상품성이 없어, 저렴 판매하거나 지인으로부터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는 귤)을 까먹으며 누워 있으니, 동생이 세상 편해 보인다며 한소리를 한다. 이게 행복이지 뭐!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귤향 가득한 하루였다.
"제주와 감귤 조합은 언제나 옳다"
by.yoyoyo
* 위치 : 제주시 월평동 269 중선 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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