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외계인 Mar 30. 2023

소소한 베를린 일상, 3월


한국에서 기분 좋게 맞이한 2023년, 매해 그렇게 느끼듯 눈 깜짝할 사이에 일 년의 4분의 1이 빠르게 흘러가 버렸다. 베를린으로 돌아오자마자 휴가 기간 내에 쌓인 갖가지 일을 처리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만나고, 새로운 디자이너까지 합류하면서 그 어떤 해보다 바쁜 연초를 보내게 되었다.





디자이너가 없는 한 달


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팀의 유일한 디자이너였다. 그리고 나는 보통 연말부터 연초까지 한국에서 재택근무+휴가를 보내는데, 이번 역시 2주 재택 + 4주 휴가로 한국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 말인즉, 우리 팀에는 한 달간 디자이너가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


물론 크리스마스 & 새해 기간에는 대부분 직원들이 휴가를 내기에 새로 시작되는 프로젝트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최대한 팀에서 필요한 디자인을 커버해 주고 가려고 했기에 휴가 전에 한마디로 빡(!) 세게 일했다.


한 달간의 꿀맛 같은 휴가가 지나고, 베를린에 다시 돌아왔을 때- 회사의 모든 PM이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업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들이 정말로 내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고 ㅎㅎ) 그렇게 베를린에 돌아온 후 몇 주는 정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초과근무를 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하루 매일매일 8시간 빡빡하게 일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내가 없어서 (디자인이 없어서) 진행되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이 내가 컴백한 후 다시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평일에는 일, 주말에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만나다 보니 1-2월이 바람처럼 지나가버렸다.






디자이너에서 디자인팀으로


이번에는 휴가 전후로 유독 더 바빴는데, 그 이유는 바로 새로운 디자이너 채용 때문이었다.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팀 내에 유일한 디자이너였던 나는, 현재 시스템상의 많은 한계와 많은 부분에서의 발전시킬 수 있는 포인트들을 보았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디자이너를 고용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그렇게 작년 말부터 새로운 디자이너를 채용 과정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나는 채용 프로세스를 준비하고, 많은 지원자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리뷰하고, 디자인 챌린지를 준비하고, 인터뷰를 하는 등- 내 업무를 하며 틈틈이 채용 프로세스도 진행해야 하는 꽤나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행히 휴가 전에 최종 디자이너를 선발하고, 계약을 마칠 수 있었다.


(자세한 디자이너 채용기는 이전 포스팅에 자세히 담아냈다.)

https://brunch.co.kr/@earthstranger/30



그리고 휴가에서 돌아온 후 2주 정도는 그동안 쌓였던 업무를 보는 동시에 새로운 디자이너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새로운 디자이너의 온 보딩 준비와 앞으로 이 디자이너가 당분간 하게 될 업무, 수습 기간 동안 퍼포먼스 평가 기준 등도 미리 설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입사하기 전부터 입사한 후까지 (지금까지) 정말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이제 한 명의 디자이너가 더 는 것뿐이지만, 나 혼자 일할 때와는 다르게 이제 우리는 디자인팀 (프로덕트 중심 조직 체계인 우리는 Product Design Chapter라 부른다)이 되었다. 더 이상 개인이 아닌 작지만 하나의 팀이 꾸려졌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수적인 업무들이 줄을 잇고 따라왔다. 앞으로 우리 팀의 전력과 목표는 무엇이고, 이 팀을 어떻게 운영 관리할 것인 지 등등. 기분 좋은 발전이지만, 그만큼 더 많은 책임과 일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이제 새로운 디자이너가 합류한지 두 달 남짓, 지금까지 꽤나 잘 해오고 있다. 새로운 디자이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을 더 잘 했고, 덕분에 나는 많은 부분의 실무에서 점점 손을 떼고, 보다 큰 틀 -전략이나 리서치 계획 등-을 짜는데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 직장에서 컨텐츠 기획자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인터뷰에서 지원자를 조금 더 꿰뚫어볼 수 있는 일종의 통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


아무튼, 잘 뽑았다 우리 새 디자이너!





끊임없이 이어진 만남, 만남 그리고 만남


베를린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매일 만나진 않는다. 어쩌다 보면 1주일에 한 번씩 계속 보는 경우도 있고, 서로 사는 게 바쁘다 보면 2-3달 만에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주말 역시 어떤 주말은 많은 약속이 있기도 하지만, 어떤 주말은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 꽤 오래 지내다가 온 덕분에, 베를린에 돌아오자마자 나의 주말은 빠르게 약속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심한 날은 같은 날 아침, 점심, 저녁 세 개의 다른 약속이 잡혀 베를린을 한 바퀴 돌아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말 1-2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주중에는 일하느라 바쁘고, 주말에는 집에 붙어있을 새 없이 친구들 만나느라 바빠 정말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달력이나 봐야  가늠할 수 있는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1월 어느 날, 베를린



그중 유독 아쉬운 만남도 있었다. 첫 직장에서 알고 지내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새로운 직장 때문에 베를린을 떠나게 된 것. 다른 독일 도시로 이사 가는 것이라 아주 멀리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늘 헤어짐은 아쉽기만 하다. 물론 이 친구는 베를린 집도 정리해야 하고, 당분간 베를린과 새로운 도시를 왔다 갔다 할 예정지만- 언제든 연락해서 함께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했던 친구가 내 도시에서 떠나간다는 것은 언제나 슬픈 일이다.


2월에 이사를 가기로 결정이 되어, 한동안 주말에는 이 친구를 자주 만났다. 둘이 보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보기도 하고. 물론 그 후로도- 지금까지- 베를린 생활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지금도 종종 보고 있지만, 가까이 지내던 친구가 같은 베를린 하늘 아래 없다고 생각하니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일. 


이렇게 아쉬운 만남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만남도, 친구의 아기가 그 새 몰라보게 성장해서 뿌듯한 만남도- 다양한 만남과 만남 속에서 그렇게 올해의 첫 분기가 눈 깜짝할 새에 흘러가 버렸다.







어느덧 4월이 다가온다. 4,5,6월은 또 다른 의미로 바빠질 예정이다. 


매년 하는 이벤트이지만, 여름에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당분간은 그것을 준비하는데 바빠질 예정이고- 점점 좋아지는 날씨에 친구들과 혹은 혼자 잔디밭에 앉아 맥주를 기울이며 따듯해진 날씨를 즐기는 주말들로 점점 더 바쁘지만- 행복한- 날들로 그렇게 또 다른 올해가 채워질 예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소한 베를린 일상, 9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